시와 음악2021. 5. 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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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망사(春望詞)

 

설도 

 

꽃이 피어도 함께 즐기지 못하고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하지 못하네

묻고 싶네, 그리움은 어디에 있다가

꽃이 피고 질 때만 찾아오는지

 

가지에 가득한 꽃 어찌 견디려나

날리어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을

아침에 거울 보며 울었다는 걸

무심한 봄바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 도 현

 

 

,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 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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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분하게 읽고 어릴적 시를 지었던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21.05.08 06: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휴일에는
    시 한편 읽어보는 여유도 필요한 것 같아요.. ^^

    2021.05.08 07: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안도현 시인은 코로나전에 몇번 강연 들은적 있어 친근하네요 ㅎ

    2021.05.08 07: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시를 읽으니 가슴이 아련하게 저려오네요. 잘 읽었습니다.

    2021.05.08 20: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맙습니다. 시가 주는 감동... 시를 쓰고 다 생각을 자주 하지만 언감생심 타고난 재능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2021.05.09 07:20 신고 [ ADDR : EDIT/ DEL ]
  5.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져요

    2021.05.08 2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좋은 글 공감 드리고 다녀갑니다.
    마음이 풍요로워지네요.

    2021.05.09 10: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시를읽으니 이 밤에 행복해집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주무세요. ☺️

    2021.05.09 21: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1. 4. 17.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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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정현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나는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고

아버지는 노래하며 몸을 좌우로 흔드셨다

부엌에서 밥 지으시던 어머니는

지난주에 있었던 건빵 사건을 말씀하기 시작했다

 

“저 빌어묵을 자슥이

곗돈 줄라고 장롱 위에 백 원을 올려뒀는데

그걸들고 나가 건빵을 열봉지나 사서

별사탕만 꽂감 빼묵듯 쏙 빼묵고는 동네방네 다 퍼주고,

아이고 저 지슥이 커서

나중에 뭐가 될라고 벌써부터 저 지랄인지.”

 

어머니가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언급할수록

불주사를 맞을 때처럼 불안해졌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랑곳 않고

계속 노래만 부르셨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우라고, 당신도 그러지 말고 저 자슥을 따끔하게 한 번 뭐라카소.”

어머니의 압력이 강해질수록

아버지의 큰 손이

언제 내 뒤통수를 내리칠 줄 몰라

극도의 공포감에 떨었다

 

‘늙은 애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딜 갔느냐’

 

노래가 끝낫다

저승사자처럼 다가오는 불안감에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좌우로 흔들던 아버지의 몸이 멈췄다

드디어 올것이 왔다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무신 소리 우리 아들은 그런 나쁜 짓은 안해.”라고 하시고는 다시 노래를 부르셨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아버지의 노래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

모든 긴장이 풀라며 엉엉울기 시작했다

“아부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용서해 주이소”

아버지는 노래 대신 작은 목소리로 “괜찮다. 괜찮다” 하셨다

 

이날 아버지로부터 받을 평생의 선물을 다 받았다

 

세상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처럼 어울리지 않는 말이 정치인과 시인이다. 경남 남해군수를 지낸 정현태.... 정치인들이 시나 책을 낸다면 속이 보인다. 정현태 시인은 어떨까? 그의 경력을 보면 그런 소리 못한다. 그는 경상남도 남해군 서면 중현리 도산마을에서 태어나 남해초등학교, 남해중학교, 진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선생님이 되는게 꿈이었는데 교단도 문단도 아닌 정치에 입문해 남해군수를 지냈다. 그는 자기 소개에서 문학에 대한 갈증으로 삶의 굽이마다 그에 맞는 시를 골라 가슴에 넣어 다니며 외운지 수십년, 시는 그의 가슴 속에서, 언제나 함께 숨쉬었다고 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나온 사람이 남해 바다와 파도소리 눈부신 금모래를 밟으며 살았으니 시가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일까? 정현태의 시는 파도소리와 바다내음, 반짝이는 모래알 같다. 1운명의 바다편에는 니도 그래라이, 철이 든 지금에야. 술도둑, 참스승, 바다로 간 토끼, 용서....’ 이런 시가 담겨 있다. 아니 시가 아니라 파도 소리다. 바가 내음이다. 반짝이는 남해 해수욕장의 모래알 같다. 이런 시들이 2부 '생명의 바다', 3부 '은혜의 바다',  4부 '유배의 바다', 5부 '평화의 바다'로 이어진다. 

 

정치인 아니 시인 정현태의 용서라는 시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시에는 정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는 2008년 재·보궐 선거,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남해군수를 지냈다. 하지만 2015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가 확정돼 공민권이 박탈되면서 야인이 됐다. 그는 '유배의 바다'에서 또 한 번의 곡절을 마주한 저자의 회오를 보여주고 '평화의 바다'란 결론을 제시하며 성찰의 끝에 융화와 대통합으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의지를 표현했다.

 

필자와 인연은 내가 전교조 경남지부장을 맡아 중앙집행위원회에 쫓아다니면서 전교조 본부에서 상근자로 일하는 그를 가끔 만났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 후 몇십년이 지나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는 블로그 팸투어에 갔을 때 남해 군수가 된 그를 만났다. 함께 금산을 오르며 그가 살아 온 얘기를 얘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그의 가슴에 담긴 시를 찾지 못했다. 지금은 페이스북 친구로 만나면서 시집을 냈다는 소식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더니 귀한 책을 보내주셨다. 시가 너무 곱다. 아니 아껴가며 읽고 싶은 시들이다. 힘들고 괴로운 일을 만나면 한편씩 아껴가며 읽어야겠다. 정현태시인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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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덕분에 잘 읽고 갑니다 같은 시간을 느끼는 바가 서로 다르겠지만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1.04.17 06: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게 시가 아니겠습니까?
      똑같은 사람이 똑ㅌ은 시를 읽어도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2021.04.17 19:18 신고 [ ADDR : EDIT/ DEL ]
  2. 좋은 시..잘 보고..공감하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21.04.17 14: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25년 전쯤 남해 미조항과 상주해수욕장에 군대 휴가때 다녀온 기억이 나네요. 눈이 시리게 펼쳐진 파란 바다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2021.04.17 15: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시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남해게 가면 시상이 떠오르지 않겠어요. 남해는 제주에 못지 않더군요

      2021.04.17 19:21 신고 [ ADDR : EDIT/ DEL ]
  4. 시를 한번 소리내어 읽어 봅니다^^

    2021.04.19 06: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1. 2. 1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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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에

 

- 조 지 훈 -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秩序)를 잃을지라도

성진(星辰)의 행운(運行)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法度)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永劫)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두고 이루지 못하는 한()

태초(太初) 이래(以來)로 있었나부다

다시 한 번 의욕(意慾)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불퇴전(不退轉)의 결의(決意)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의()와 불의(不義)

삶과 죽음을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산맥(山脈) 위에 보라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파도(波濤) 위에

이글이글 태양(太陽)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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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가 그리운 날에..
    함께 하고 갑니다.ㅎㅎ

    2021.02.14 07: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어도 방해하는 세력이 있어도 역사는 발전하고 진보하는 것 같습니다.

    2021.02.14 07: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의미있는 시 한편 읽습니다^^

    2021.02.14 08: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무시무종의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질 거 같아요

    2021.02.14 12: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1. 1. 1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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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랬지. 삼팔선으로 나라가 두 쪽이 날 때는 해도... 그런데, 분단이 되고 동족이 서로 죽이는 전쟁을 치르고 나서부터는 철천지원수가 되어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을 했다. 온갖 살상 무기를 만들다 못해 핵무기까지 만들어 온통 남과 북이 무기 창고가 되다시피 됐다. 무기를 만들고 군인을 두고 나라를 지키는데 세금을 내야 한다. 내가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 먹고살기 바빠도 세금은 내야 하는게 국민된 도리라고 생각한다. 거기까지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거기 까지만 생각한다.



그런데 시인의 눈에는 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일까? 삼팔선만 보이는게 아니라 삼팔선을 왜 누가 만들었는지 삼팔선이 있어야 좋은 사람, 아니 없으면 안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살팔선은 왜 만들었는지... 나는 왜 가난하게 사는지... 경제가 어려우면 불경기니까, 지니계수가 어떻고 하며 내가 못나고 못 배웠으니 가난하게 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무시당하고 험한 밥, 험한 잠자리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내탓이요, 내탓이오..’라고 가슴을 치면서 말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살아도 그게 다 내 탓이요’,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똑같은 생각을 해야 해! 조금만 많이 보면 너는 왜 사람이 삐딱하게 생각해! 빨갱이 아니야?” 이런 비난이 쏟아진다. 빨간색만 보면 빨간 칠만 당하면 그는 상종 못할.... ‘요 주의 인물이 되어 신세 조지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인데. 나만 편하고 우리 가족...만 별일 없으면... 내가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쩌랴!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닥치니까 나만...’ ‘우리 거족만...’이 아니라는 게 확실한데... 우리는 보이는게 그게 끝이다. 삼팔선만 보이는 사람들,... 그런데 세상은 동서분단도 모자라 빈부가 양국화되고, 남녀로, 외모로, 학벌로, 두쪽 세쪽 네쪽...으로 끝없이 분단되고 있는데...나는 왜 내 눈에는 왜 시인처럼 보이지 않을까? 안과에 라도 가 봐야 할까?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김남주 -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걷다 넘어지고 마는

미팔군 병사의 군화에도 있고

당신이 가다 부닥치고야 마는

입산금지의 붉은 팻말에도 있다


가까이는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짖어대는

네 이웃집 강아지의 주둥이에도 있고

멀리는

그 입에 물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죄 안 짓고 혼줄 나는 억울한 넋들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낮게는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졸라 맨 허리에도 있고

제 노동을 팔아

한 몫의 인간이고자 고개 쳐들면

결정적으로 꺾이고 마는 노동자의

휘여진 등에도 있다


높게는

그 허리 위에 거재(巨財)를 쌓아올려

도적도 얼씬 못하게 가시철망을 두른

부자들의 담벼락에도 있고

그들과 한패가 되어 심심찮게

시기적절하게 벌이는 쇼쇼쇼

고관대작들의 평화통일 제의의 축제에도 있다


뿐이랴 삼팔선은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원격조종의 나라 아메리카에도 있고

그들이 보낸 구호물자 속의 사탕에도 밀가루에도

달라의 이면에도 있고 자유를

혼란으로 바꿔치기 하고 동포여 동포여

소리치며 질서의 이름으로

한강을 도강(渡江)하는 미국산 탱크에도 있다


나라가 온통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감옥의 담에도 있고 침묵의 벽

그대 가슴에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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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국에도 있고 현재의 대한민국에도 있습니다. ㅎ

    2021.01.16 07: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덕분에 몰랐던 정보 잘 알고 갑니다 서로서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게 참 중요할 것 같아요

    2021.01.16 07: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나만 옳고 남은 무조건 틀렸다는 생각이
    마음의 삼팔선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역지사지가 중요합니다

    2021.01.16 08: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삼팔선에 관한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의 안과에는 가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이미 삼팔선을 마음으로 보고 계신다고 느껴집니다.

    2021.01.16 10: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덕분에 잘 읽고 가요

    2021.01.16 11: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잘보고 갑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

    2021.01.16 13: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금방 될 것 같았던 통일 언제 될지 하루 빨리 통일의 길로 들어섰으면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2021.01.17 07: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1. 1. 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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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의 기도 ... 안 도현

 

두손을 모으고 무릎을 조아리고

나 자신과 내 가족의 행복만을 위해 기도하지 말고,

새해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한번이라도 나 아닌 사람의 행복을 위해

꿇어앉아 기도하게 하소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도가 시냇물처럼 모여들어

이 세상 전체가 아름다운 평화의 강이 되어 출렁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뉘우치게 하소서.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과,

남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던 불끈 쥐 주먹을 부끄럽게 하소서.

그리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새해에는 부디 뉘우치게 하소서.


새해에는 스스로 깨우치게 하소서

내 배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다는 것을,

내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다는 것을,

내 이마에 햇살이 닿을 때

누군가의 등에는 그늘이 지고 있다는 것을

새해에는 알게 하소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길 때

내 발 밑에 밟혀 죽는 작은 벌레와 풀잎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새해에는 연약한 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빛나지 않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소서.

외롭고 쓸쓸한 것들의 옆에다 내 몸을 세워 주소서.

울긋불긋한 네온사인 아래 부초처럼 떠돌게 하지 마시고.

고요한 촛불 하나에 마음을 단단히 기대게 하소서.


새해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하소서.

하지만 사랑해요, 라는 말을 차마 꺼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오고가는 눈빛으로 사랑을 확인하게 하소서.

사랑 때문에 헤어져 아프게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새해에는 다시 사랑의 연둣빛 싹을 틔울 수 있게 하소서.

저 실업과 노숙의 거리.

젊은이들이 방황하는 골목길의 어둠을 새해에는 물리치게 하소서.


새해에는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세월동안

잘 먹고 잘 입으며 살아온 사람들을 부디 꾸짖어 주소서.

크게 크게 기적을 울려 화해와 상생의 길을 함께 걷도록 해주소서 .

그들이 통일로 가는 기관차를 가로막으려거든


발벗고 찾아 나서야 오는 거라고,새날은 기다린다고 오는게 아니라

새해에는 자신있게 말하게 하소서.

썩은 물을 나가고, 맑은 물은 들어오게 하소서.

                                                                                                                                                                                                                              <사진출처 : 뉴스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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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도현 시인의 시로군요
    요즘 고향에 내려가 있습니다^^

    2021.01.09 07: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올 한 해는 모두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작년에 너무 고생들을 많이 해서 말이지요

    2021.01.09 07: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이런 사회가 과연 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021.01.09 08: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올 한해는 이글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2021.01.09 12: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새해에 바람을 잘 표현한 시를 읽고 저도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21.01.09 21: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어떦게 살 것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지요. 이런 시를 읽으면서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2021.01.10 03:20 신고 [ ADDR : EDIT/ DEL ]
  6. 선생님 이 기도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감사히 글 되새김 해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21.01.09 23: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좋지요.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런 분의 마음이 담겨 있는 글을 만나는 것은 행복입니다. 나의 칼 나의 피의 김남주님 그리고 안도현님의 시를 읽으면 부끄럽고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마음입니다.

      2021.01.10 03:22 신고 [ ADDR : EDIT/ DEL ]
  7.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덕분에 좋은 시 읽고 가요!!

    2021.01.11 06: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0. 12. 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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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남 주 -



나도 그리 될까?

철들어 속들고 나이들어 장가들면

과연 그리 될까?


줄줄이 새끼들이나 딸리게 되면

어떤 수모 어떤 굴욕 어떤 억압도

참게 되는 걸까?


아니 참아지는 것일까?

아니 아예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마는 것일까?

나는 자유의 편에 서 있다고

나는 불의에는 반대한다고


입을 열어 한번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쥐꼬리만한 봉투 때문에

보잘것없는 지위 때문에



(!986,한마당,옥중시인신작시집.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路者, 길 가는 노래에서)




김정호 지난 겨울엔 (클릭하시면 음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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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결된 링크의 노래는 김정호의 작은새로군요
    김남주 시인의 시 내용이 공감이 됩니다.

    2020.12.26 06: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요?

    2020.12.26 06: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덕분에 오랜만에 시 감정을 제대로 하고 가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20.12.26 06: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어느 드라마에서
    기자가 하는 말 펜보다 밥이 더 강하다는 대사가 생각나네요.. ^^

    2020.12.26 08: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시를 읽고 울컥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 삶을 되돌아봅니다. 며칠전 쓴 포스팅하나를 지웠는데 괜히 그랬다는 생각을 합니다.

    2020.12.26 21: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렇지요. 제 삶의 거울이 되는 시... 저는 김남주님의 '나의 칼 나의 피'를 곁에 두고 자주 읽습니다.

      2020.12.27 06:23 신고 [ ADDR : EDIT/ DEL ]

시와 음악2020. 12. 19.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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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는 두고 

누가 사랑을 말하는가? 

김남주를 두고 

누가 시를, 자유를, 애국을, 투쟁을, 진실을, 정의를, 혁명을...말하는가?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사랑하는 체 하면서... 





사실


- 김남주 -



놈들이 느낀 대로 느껴야 해

놈들이 생각한 대로 생각해야 해

놈들이 웃으면 웃어야 하고 놈들이 찡그리면 찡그려야 해

웃을 때 운다든지 울 때 웃어선 안돼

말을 하더라도 놈들의 입으로 해야 해

세상을 보더라도 놈들의 눈으로 해야 해

세상을 보더라도 놈들의 눈으로 보아야 해

놈들이 절망에 호소하면 절망을 절망해야 해

대망의 80년대 90년대 2천년대 하며 기적을 팔면


예수를 팔아서라도

그 기적을 믿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철커덕 수갑이 와서 너를 채갈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 구둣발이 와서 가슴을 걷어찰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 쇠뭉치가 와서 네 등을 내리찍을거야

그리하여 조서가 꾸며져 검찰청으로 넘어갈거야

그리하여 기소장이 꾸며져 법원으로 넘어갈거야

그리하여 판결문이 꾸며져 감옥으로 넘어갈거야

그리고 너는 감옥의 벽에서 나의 시를 읽게 될거야

감옥들은 부자들이 그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감옥을 채우기 위해 경찰과 검사를 만들었으며

그리고 이들은 감옥을 지키기 위해 간수를 만들어냈으며

그리고 이들은 이 모든 것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 법과 법관을 만들었다

 

놈들로 하여금 이 벽을 허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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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구절 잘 읽고갑니다!

    2020.12.19 06: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새겨 들을 시입니다

    2020.12.19 07: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웬지 한이 맺힌 시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

    2020.12.19 08: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삶과 행동이 하나였던 혁명가니가요. 우리가 못보는 현실을 시인의 눈에는 보이는 김남주님께 우리는 빚진 사람입니다.

      2020.12.19 17:03 신고 [ ADDR : EDIT/ DEL ]
  4. 오늘의 시 한편 잘 읽었습니다.

    2020.12.19 10: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2020.12.19 10: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덕분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20.12.19 12: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시가 아주 강렬합니다.
    상위 1프로를 향한 일침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20.12.19 20: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김남주님의 시가 다 그렇습니다. 김남주님은 시인이라고 하기보다 혁명가로 ㄹ표현하는게 더 적절한 표현 같습니다. 그의 시집이 '나의 칼, 나의 피'입니다.

      2020.12.20 07:55 신고 [ ADDR : EDIT/ DEL ]
  8. 선생님 아리아리!

    시인의 싯구가 너무나 강렬하게 와 닿습니다.

    2020.12.21 12: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0. 11. 14.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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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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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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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탄재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는 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

    2020.11.14 08: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늘 잘 읽고 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20.11.14 20: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한 때 이맘때면 자주 읽었던 시인데 그동안 너무 앞만보고 달린 것 같네요. 시 다시 한번 음미해 봅니다.

    2020.11.14 2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덕분에 멋진 시 잘 읽고 갑니다 연탄에 쌓인 추억들이 참 많을 텐데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20.11.15 07: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일상을 지키는 보통 사람들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2020.11.15 15: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옛 추억에 잠기게 되네요
    연탄이 타오르기 까지 깊은 사연이 있었군아 생각도 해 봅니다

    2020.11.16 02: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안도현 시인이 직접 시 해설을 해 주는걸 들은적이 있습니다^^

    2020.11.16 07: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0. 11. 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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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있는 고립

성산포에서는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 이외의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아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게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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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바다

 

- 이생진 -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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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처럼...살고픈 날이 있지요.
    ㅎㅎ
    잘 보고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20.11.07 06: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올레길 걷다가 이생진 시인의 시를 본 기억이 납니다

    2020.11.07 07: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참 로맨틱 하십니다. ^^

    2020.11.07 08: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참 멋진 시입닙니다. 덕분에 잘 감상하고 가요~

    2020.11.07 08: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가을은 유독
    시가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여유로운 휴일보내세요.. ^^

    2020.11.07 08: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토요일마다 시 한편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020.11.07 11: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옛 정서가 묻어 나는 시네요
    웬지 어릴적 고향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2020.11.07 14: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생각을 하게하는 시인거같아요 잘보고갑니다 ㅎㅎ 소통해요!!

    2020.11.07 16: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이생에서 못 이룬 거 저 세상에서는 해보라는 마음이 느껴지는 애절한 시구네요.

    2020.11.08 16: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0. 10. 31.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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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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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되새겨 보는 좋은 시입니다

    2020.10.31 06: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웬지 애잔한 시네요
    잘 보고 갑니다.. ^^

    2020.10.31 08: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마음을 움직이는 시.... 예술의 힘이지요. 시를 쓸 수 있다면... 깊어 가는 가을 그런 몽상을 다해 봅니다.

      2020.10.31 13:26 신고 [ ADDR : EDIT/ DEL ]
  3.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응원드립니다

    2020.10.31 08: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많은 생각과 감정을 들게 합니다... 덕분에 잘 읽고 가요~

    2020.10.31 08: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도종환 시를 좋아하시는가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20.10.31 10: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길이 길이기에 먼 앞의 길의 미리 바라도 보고, 뒤를 보면서 지나온 길의 흔적을 되돌아보는 것일 겁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을 아침 알려주신 시를 되셔겨 보며 오늘의 길을 나셔야겠습니다.

    2020.10.31 10: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시를 읽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네요.
    시를 읽으면서 가을 감성에 잠시 빠져봅니다.
    공감 꾹 누르고 다녀갑니다.
    즐거운 일요일되세요.

    2020.11.01 05: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주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

    2020.11.01 10: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도종란님 시 잘 보고 갑니다
    저도 다시걸어 보고픈길이 있답니다
    가지말았어야 한 길도 있답니다

    2020.11.01 12: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0. 10. 24.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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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 1



- 이 선 관 -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니까!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래.......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 그래.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 허긴 그래.




<그림 : 최운>



보통 시민


- 이 선 관 -

스산한 오후

이사한 지 6년 만인데

오늘도 구철길을 따라

시내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뜬구름을 딛고 가는 것처럼 불안하다

 

문득 문득

세계를 걱정하고 민족을 생각하고

가정을 고민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그렇게 하다가, 하다가, 하다가

 

사치다, 방탕이다, 기만이다, 허구다,

사기다, 위선이다, 육백이다, 허무다,

주택복권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알다가

바보다, 천치다, 축구다, 버꾸기다.

 

어느새 시내로 나온 나는

창동 십자로에 서서

처용가를 부른다

처용춤을 춘다.

 

나는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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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가을이라..
    문학소년이 되네요.ㅎㅎ

    잘 보고가요

    2020.10.24 06: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문학이 사랑 타령이나 미적 정서만 노래 하는게 아닌데.... 제가 올리는 시는 좀 다르지요? ...ㅎ

      2020.10.24 10:19 신고 [ ADDR : EDIT/ DEL ]
  2. 시가 다 주옥 같아요. 이런 계절에 어울립니다! 덕분에 잘 보고 가요~

    2020.10.24 07: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우리나라는
    지식인이나 지도자가 아닌
    보통시민들이 가장 위대합니다.. ^^

    2020.10.24 08: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우리는 대부분이 보통 사람입니다^^

    2020.10.24 08: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보통시민의 고민거리가 녹아있는 시인듯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20.10.24 12: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ㅋㅋㅋ 민주공화국 맞겠죠..?
    뭔가 슬픈 말이네요^^..

    2020.10.24 22: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시의 맛!
      정말 단어 몇개로 온갖 내용을 담고 있는...
      저도 시를 쓰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2020.10.25 03:39 신고 [ ADDR : EDIT/ DEL ]
  7. 공감 꾹 누르고 다녀갑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2020.10.25 05: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아직도 민주공화국의 혜택을 받으면서 과거의 틀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2020.10.25 09: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이선관님 시 잘 보고 갑니다

    2020.10.25 1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선관님의 시가 다 좋지요. 제가 마산에 살 때 가끔 부림지하 영자식당에서 막걸리도 한잔씩 하곤 했답니다,

      2020.10.25 16:40 신고 [ ADDR : EDIT/ DEL ]

시와 음악2020. 10. 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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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김 남 주 -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부가 그물을 던지다 탐조등에 눈이 먼 바다에도 있고

나무꾼이 더는 오르지 못하는 입산금지의 팻말에도 있고

동백꽃 까맣게 멍드는 남쪽 마을 하늘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든 길에도 있고

사람들이 주고받는 모든 말에도 있고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신고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거동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뜨는 해와 함께 일어나고

지는 달과 함께 자며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팍팍한 가슴에도 있고

제 노동으로 하루를 살고 이틀을 살고

한 사람의 평등한 인간이고자 고개를 쳐들면

결정적으로 꺾이고 마는 노동자의 허리에도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삼팔선은

농부의 가슴에만 노동자의 허리에만 있으랴

그 가슴 그 허리위에 거재를 쌓아올리고

아무도 얼씬 못하게 철가시를 꽂아놓는 부자들의 담에도 있고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자유를 혼란으로 바꿔치기하는

패자들의 남침위협 공갈협박에도 있다

 

나라가 온통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나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마천루의 나라 미국에도 있고

살인과 약탈과 방화로 달라를 긁어모으는 그들의 군수산업에도 있고

그들이 북으로 날리는 위장된 평화의 비둘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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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한반도의 미래를 보면 통일을 해야 하는데
    작금의 우리나라 세태를 보면 통일만이 해답은 아닌 것도 같아요

    2020.10.17 08: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분단 상태가 더 좋은 사람들은 통일을 바라지 않지요. 거기다 수구 언론들의 의식화로 피해자들도 통일을 바라지 않습니다.

      2020.10.17 16:14 신고 [ ADDR : EDIT/ DEL ]
  2. 우리 동네에도 있습니다 ㅡ.ㅡ;;

    2020.10.17 08: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통일해야죠. 이 나라를 위해서라도. 나라에서가 아니라 기업이 북한에 돈을 풀고 외국에서 투자하면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2020.10.17 09: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기업이 주는 돈은 북한이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살림살이를 정부가 하니까요..ㅠ

      2020.10.17 16:15 신고 [ ADDR : EDIT/ DEL ]
  4.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도 있긴한데...아직은 먼길이겠지요?

    2020.10.17 12: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통일을 말하며 용공세력으로 매도당하던 시절이 얼마전까지 있었습니다.
    지금도 평화 통일을 말하면 종복세력 운운하는 이들이 소위 사회 지도층에 많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2020.10.17 13: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국가보안법을 두고 통일하자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수구언론들 보십시오. 주주장창 북한을 악마로 표현하고 북한 동포가 굶주려 죽거나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고 선전하지 않습니까?

      2020.10.17 16:17 신고 [ ADDR : EDIT/ DEL ]
  6. 때가 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 . .

    2020.10.17 13: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동안 착하기만 한 남북한의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혈세를 내 서ㅏ로 죽일 무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통일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2020.10.17 16:18 신고 [ ADDR : EDIT/ DEL ]
  7. 가까운 이웃끼리 잘지냈으면 한다는 메모지를 엘리베이터 안에 누군가가 손글씨로 붙여놓은 걸 보았습니다. 가까운 근처 새롭게 생긴 아파트에 삼팔선(?)이 생기고 나서 이런 글이 올라온 걸 보면서 남탓할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주위부터 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마음의 삼팔선을 만들지 않게요.

    2020.10.17 14: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동족을 주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야당 보십시오. 그런 반통일 세력들이 있는데 통일이 어디 쉽겠습니까? 답답한 현실입니다.

      2020.10.17 16:20 신고 [ ADDR : EDIT/ DEL ]
  8. 김남주 시인 좋아하는데 시들이 너무 멋진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2020.10.17 22: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김남주 시인의 선호는 극과 극이지요. 보수적인 사람이 김시인의 시를 보면 기겁을 할거고요.... 온몸으로 살다 가신 분 ... 저는 이분을 시인이라기보다 혁명가라고 본답니다.

      2020.10.18 05:44 신고 [ ADDR : EDIT/ DEL ]
  9. 초등학교때부터 통일 거리면서 살아왔는데.. 아직까지 안되고있네요ㅠ
    언젠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시인거 같아요 !

    2020.10.18 19: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분단상태가 더 좋은 세력이 많기 때문이죠...ㅜ

    2020.10.18 21: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시와 음악2020. 10. 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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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2

 

길은 내 앞에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이 길의 시작과 끝을

그 역사를 나는 알고 있다.

 

그 길 어디메쯤 가면

낮과 밤을 모르는 지하의 고문실이 있고

창과 방패로 무장한 검은 병정들이 있다

이 길 어디메쯤 가면

바위산 골짜기에 총칼의 숲이 있고

천길만길 벼랑에 피의 꽃잎이 있고

총칼의 숲과 피의 꽃잎 사이에

"여기가 너의 장소 너의 시간이다 여기서 네 할 일을 하라"

행동의 결단을 요구하는 역사의 목소리가 있다

 

그래 가자 아니 가고 내가 누구에게 이 길을 가라고 하랴




지위

 

 

나도 그리 될까?

철들어 속들고 나이들어 장가들면

과연 그리 될까?

줄줄이 새끼들이나 딸리게 되면

어떤 수모 어떤 굴욕 어떤 억압도

참게 되는 걸까?

아니 참아지는 것일까?

아니 아예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마는 것일까?

나는 자유의 편에 서 있다고

나는 불의에는 반대한다고

입을 열어 한번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쥐꼬리만한 봉투 때문에

보잘 것 없는 지위 때문에.




 

 

사실

 

놈들이 느낀 대로 느껴야 해

놈들이 생각한 대로 생각해야 해

놈들이 웃으면 웃어야 하고 놈들이 찡그리면 찡그려야 해

웃을 때 운다든지 울 때 웃어선 안돼

말을 하더라도 놈들의 입으로 해야 해

세상을 보더라도 놈들의 눈으로 해야 해

세상을 보더라도 놈들의 눈으로 보아야 해

놈들이 절망에 호소하면 절망을 절망해야 해

대망의 80년대 90년대 2천년대 하며 기적을 팔면

예수를 팔아서라도

그 기적을 믿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철커덕 수갑이 와서 너를 채갈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 구둣발이 와서 가슴을 걷어찰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 쇠뭉치가 와서 네 등을 내리찍을거야

그리하여 조서가 꾸며져 검찰청으로 넘어갈거야

그리하여 기소장이 꾸며져 법원으로 넘어갈거야

그리하여 판결문이 꾸며져 감옥으로 넘어갈거야

그리고 너는 감옥의 벽에서 나의 시를 읽게 될거야

감옥들은 부자들이 그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감옥을 채우기 위해 경찰과 검사를 만들었으며

그리고 이들은 감옥을 지키기 위해 간수를 만들어냈으며

그리고 이들은 이 모든 것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 법과 법관을 만들었다

 

놈들로 하여금 이 벽을 허물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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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곰곰히 씹어 보아야 할 시로군요^^

    2020.10.04 07: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좋은 시들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20.10.04 11: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오랜만에 시를 접해보네요. 잘 읽었습니다.

    2020.10.04 12: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자유...참...의미가 있는 글입니다..

    2020.10.04 13: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도 김남주님을 좋아합니다. <똥누는 폼으로>를 읽으며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김남주님 시를 읽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0.10.04 20: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인데... 서정시를 쓸 수 없다고 거부한 분이지요. 김남주의 시는 죽비입니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2020.10.05 05:35 신고 [ ADDR : EDIT/ DEL ]

시와 음악2017. 12. 3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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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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