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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정현태 시에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by 참교육 2021.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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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정현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나는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고

아버지는 노래하며 몸을 좌우로 흔드셨다

부엌에서 밥 지으시던 어머니는

지난주에 있었던 건빵 사건을 말씀하기 시작했다

 

“저 빌어묵을 자슥이

곗돈 줄라고 장롱 위에 백 원을 올려뒀는데

그걸들고 나가 건빵을 열봉지나 사서

별사탕만 꽂감 빼묵듯 쏙 빼묵고는 동네방네 다 퍼주고,

아이고 저 지슥이 커서

나중에 뭐가 될라고 벌써부터 저 지랄인지.”

 

어머니가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언급할수록

불주사를 맞을 때처럼 불안해졌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랑곳 않고

계속 노래만 부르셨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우라고, 당신도 그러지 말고 저 자슥을 따끔하게 한 번 뭐라카소.”

어머니의 압력이 강해질수록

아버지의 큰 손이

언제 내 뒤통수를 내리칠 줄 몰라

극도의 공포감에 떨었다

 

‘늙은 애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딜 갔느냐’

 

노래가 끝낫다

저승사자처럼 다가오는 불안감에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좌우로 흔들던 아버지의 몸이 멈췄다

드디어 올것이 왔다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무신 소리 우리 아들은 그런 나쁜 짓은 안해.”라고 하시고는 다시 노래를 부르셨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아버지의 노래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

모든 긴장이 풀라며 엉엉울기 시작했다

“아부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용서해 주이소”

아버지는 노래 대신 작은 목소리로 “괜찮다. 괜찮다” 하셨다

 

이날 아버지로부터 받을 평생의 선물을 다 받았다

 

세상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처럼 어울리지 않는 말이 정치인과 시인이다. 경남 남해군수를 지낸 정현태.... 정치인들이 시나 책을 낸다면 속이 보인다. 정현태 시인은 어떨까? 그의 경력을 보면 그런 소리 못한다. 그는 경상남도 남해군 서면 중현리 도산마을에서 태어나 남해초등학교, 남해중학교, 진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선생님이 되는게 꿈이었는데 교단도 문단도 아닌 정치에 입문해 남해군수를 지냈다. 그는 자기 소개에서 문학에 대한 갈증으로 삶의 굽이마다 그에 맞는 시를 골라 가슴에 넣어 다니며 외운지 수십년, 시는 그의 가슴 속에서, 언제나 함께 숨쉬었다고 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나온 사람이 남해 바다와 파도소리 눈부신 금모래를 밟으며 살았으니 시가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일까? 정현태의 시는 파도소리와 바다내음, 반짝이는 모래알 같다. 1운명의 바다편에는 니도 그래라이, 철이 든 지금에야. 술도둑, 참스승, 바다로 간 토끼, 용서....’ 이런 시가 담겨 있다. 아니 시가 아니라 파도 소리다. 바가 내음이다. 반짝이는 남해 해수욕장의 모래알 같다. 이런 시들이 2부 '생명의 바다', 3부 '은혜의 바다',  4부 '유배의 바다', 5부 '평화의 바다'로 이어진다. 

 

정치인 아니 시인 정현태의 용서라는 시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시에는 정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는 2008년 재·보궐 선거,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남해군수를 지냈다. 하지만 2015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가 확정돼 공민권이 박탈되면서 야인이 됐다. 그는 '유배의 바다'에서 또 한 번의 곡절을 마주한 저자의 회오를 보여주고 '평화의 바다'란 결론을 제시하며 성찰의 끝에 융화와 대통합으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의지를 표현했다.

 

필자와 인연은 내가 전교조 경남지부장을 맡아 중앙집행위원회에 쫓아다니면서 전교조 본부에서 상근자로 일하는 그를 가끔 만났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 후 몇십년이 지나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는 블로그 팸투어에 갔을 때 남해 군수가 된 그를 만났다. 함께 금산을 오르며 그가 살아 온 얘기를 얘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그의 가슴에 담긴 시를 찾지 못했다. 지금은 페이스북 친구로 만나면서 시집을 냈다는 소식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더니 귀한 책을 보내주셨다. 시가 너무 곱다. 아니 아껴가며 읽고 싶은 시들이다. 힘들고 괴로운 일을 만나면 한편씩 아껴가며 읽어야겠다. 정현태시인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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