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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관련자료/학생인권

아이들 폭력 때문에 단식하는 교장선생님

by 참교육 201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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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봉고등학교 입학식에서 교직원 소개를 하는 모습>

학교에서 폭력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보통학교에서 학생들 상호간에 폭력문제가 발생하면 사태의 경중에 따라 경찰이 개입하거나 보다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교칙에 따라 자체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경고, 퇴학, 혹은 타교 전학조치와 같은 징계를 받는다.
그렇다면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대안학교에서는 학교폭력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교칙이 형식적으로 있기는 하지만 징계와 같은 방법이 아니라 교육적인 접근을 한 사례가 있어 여기 소개하려 한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얼굴이 왜 그래요?”
한 달 만에 만난 교장선생님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 사이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병을 앓고 난 사람처럼 얼굴은 반쪽이었지만 표정은 퍽 맑아 보였다.
깜짝 놀라 묻는 나에게 “그 동안 사연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꺼낸 이야기가 학교 안에서 선후배들간의 폭력문제가 일어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회의’는 ’가해자에게 단식 5일에 10일간 등교중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공동체 회의에서 구성원들이 징계 량을 결정하는 태봉고등학교
너희들은 후배들을 때렸다는 이유로, 또는 그 때리는 광경을 지켜보고도 말리지 않고 관망했다는 이유로 3일 동안의 긴급공동체 회의를 거쳐 단식 5일의 벌칙을 받게 된 것이란다. 벌칙으로 아이들에게 밥을 굶기는 것은 기본권 침해 행위라는 보건 선생님의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태봉공동체는 구성원들은 과반수가 넘게 너희들에게 단식 5일을 요구한 셈이지.

게다가 직접 때린 친구들은 출석정지 10일까지 부과되었으니 사안에 비해서 참으로 엄중한 처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공동체 구성원들은 학교 밖으로 위탁교육을 보내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감정이 격화되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교장으로서 나는 이 정도로 일이 마무리 된 것만 해도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한단다. 너희들도 이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두 번 다시 이번 같은 폭력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할 것이다. 
                                        '단식을 마치면서' 교장선생님의 글 중 일부


태봉고등학교에는 체벌이 없다. 체벌은 당한 사람이 체벌을 행사한다는데 왜 이 아이들은 폭력을 행사했을까? 흔히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후배가 선배에게 선배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수련원에서 단식을 하면서 보낸 시간... 그들은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을까?

“어저께 단식을 끝내고 지금 복식 중입니다.”


교장으로서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자발적으로 학생들 징계단식에 동참하게 된 것이란다. 학생들보다 책임이 더 크다(?)는 이유로 자신은 5일을 더 보태 10일간 단식을 했다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이 그런식으로 생활지도 하다가는 몸이 남아나겠습니까? 교장하기도 참 힘드네요.“

말은 그렇게 하고 끝냈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실수도 할 수 있고 큰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단다. 그러나 그것을 그때그때마다 참회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란다. 00이가 공동체 회의시간 공개 사과문에서도 스스로 말했지만, 잘못을 잘못인지도 모르고 뻔뻔스럽게 살게 되면 그야말로 ‘인간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단다.

다행히도 너희들은 아직도 순순한 마음을 놓치지 않고 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잘못을 곧바로 받아들이고 참회하면서 이렇게 힘든 단식까지 하면서 참회의 시간을 가진 것 아니겠느냐. 그래서 나는 너희들에게 무한한 믿음을 다시 갖게 되는 것이란다.

                                    '단식을 마치면서' 교장선생님의 글 중 일부

만약 교장선생님이 ‘골치 아픈 놈들... 혼 좀 나봐라’ 하면서 퇴학이나 타교 전학과 같은 징계를 했다면 이 아이들이 반성하고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교육이란 지식을 전수하는 기능도 있지만 정서도야라는 기능도 있다. 정서교육은 폭력이 왜 나쁜지 폭력을 행사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지 피해자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교육적으로 깨닫게 하는 가치 내면화 과정이다.

폭력은 폭력을 낳을뿐이다

‘단식을 마치면서...'라는 교장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문화가....' 아이들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는 현실에 경악하면서 우리사회는 다시 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나는 태봉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폭력이 아닌 방법으로 깨우치고 싶어하는 한 교육자의 고민을 보면서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면 우리사회의 폭력은 언젠가는 근절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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