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얘~, 저기 ‘바이러스’ 온다”

“재수 없다, 저리가자”

뒤에 자기반 선생님이 따라 온다 것도 모르고 친구 서너명이 앞에 가는 같은 반 친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딸에게 들은 얘기다. 딸은 직원 모임이 있어 급히 지나쳤지만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직생활 10년이 넘고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을 문젠지 아닌지 구별이 되는 모양이다.

‘바이러스’라고 왕따를 당하고 있는 아이는 다른 애들보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바이러스’란 뭔가? ‘동물, 식물, 세균 따위의 살아 있는 세포에 기생하거나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미생물’이다. 원래 뜻은 그렇지만 ‘컴퓨터를 비정상적으로 작용하게 만드는 악질적인 프로그램’을 바이러스라고 한다. 아이들이 말하는 뜻은 상종 못할 '병균’을 가리킨다.

어떻게 같은 반 친구를 ‘병균’ 취급을 할까? 그것도 몇 사람이 한 친구를...?

딸의 얘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바이러스’라고 왕따 당하는 학생보다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이 더 문제인 것 같다. 무엇이 이 아이들로 하여금 친구를 더불어 함께하는 존재가 아니라 병균이나 퍼뜨리는 상종 못할 존재로 여기게 했을까?


학교사회는 언제부터인지 못생긴 아이. 공부 못하는 아이, 가난한 아이들을 왕따 시키고 같은 친구로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끼리, 부잣집 아이들은 부잣집 아이들끼리, 잘생긴 아이들은 잘 생긴 아이들끼리... 이렇게 교우(敎友)가 되어 공부하는 학급에서 인성교육이 가능할까?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왕따 시키는 것도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가난한 아이나 못생긴 아이들이 왕따 시키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아이들의 문화는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엄마는 어떤 친구와 만나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 텔레비전의 연속극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는지, 아이들은 민감하게 듣고 배운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교육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다.

의도적인 교육기관인 학교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혹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왕따 시키는 분위기에서 진정한 교육이 가능할까? 친구가 적이 되는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지식전달이 인간관계보다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가? 이런 분위기에서 왕따 당하는 학생은 차라리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 않겠는가? 왕따 당하는 학생이 아니라 왕따를 시키는 학생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엄밀하게 따지면 왕따를 시키고 있는 학생도 피해자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공부 잘하는 사람들만 모여 사는 세상도 없지만 그런 세상에 저희들끼리만 살 수도 없다. 자기보다 못났거나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고방식은 저보다 더 잘난 학생, 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다시 왕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어 점수 몇 점, 수학 점수 몇 점 더 많다고 인간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국어 낱말 몇 개, 영어단어 몇 개를 깨우쳐주기보다 자신을 던져 이웃을 위해 살았던 분들의 감동을 받게 하는 게 옳은 교육이다. 슈바이처 박사까지 거론할 필요가 없다.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통해 너무나 잘 알려진 이태복 신부님은 왜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건강조차 돌보지 않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살다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까? 평생을 고생, 고생해서 번 돈을 불우한 학생들을 위해 장학기금으로 내놓는 사람들은 왜일까?

딸에게 말해줘야겠다. 아이들에게 일과가 끝나면 매일 하루 한가지씩 동화를 들려 주거라. 그리고 왕따를 당한 학생은 장점을 찾아 전체 학생 앞에서 칭찬을 해 주는 것더 한 방법이 되겠구나. 그리고 그 잘난 채 하는 학생들. 그들을 위해 시간이 나는대로 감동 받을 수 있는 영화를 전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개인별 과제로 좋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해 보아라. 혹 이런 방법이 무너져 가는 교실을 바로 세우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사는 세상은 만들 수 없을까? 몸이 불편하거나 병든 아이. 못생긴 아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혹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없인 여김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는 학교는 좋은 학교가 아니다. 머리가 똑똑한 아이보다 가슴이 따뜻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하는 교사. 그런 교사들이 교단을 지키고 있을 때 교실은 무너지지 않는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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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씁쓸하네요. 왕따 당하는.... 기분처럼...

    우리는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보고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1.05.14 06: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무서운 세상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지식만 가르쳐 점수로 우열만 가린다고 교육이 되겠습니까?
      교육의 의미부터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2011.05.14 14:49 신고 [ ADDR : EDIT/ DEL ]
    • 폐기 장식 요소의 사용, 그것은 스타일링의 형상 (신장, 치수, 평평화)에 의해 얻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자 최대 기능적 특성에 대한 번호판을 형성합니다. 바보 같은 하드 팔리는 제품, "화장품"도달.

      2012.05.09 18:23 [ ADDR : EDIT/ DEL ]
  2. 이런건 정말 어른들이 해결해야될 문제인것 같아요.

    2011.05.14 06: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에구.. 참 씁쓸하네요..
    정말 머리가 똑똑한 아이보다 가슴이 똑똑한 아이로 교육시켜야 할꺼 같아요!

    2011.05.14 07: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공부만 잘하면....'
      이런 부모의 욕심이 아니들을 이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할텐데....
      교육을 하다는 학교가 이지경이 됐습니다.

      2011.05.14 14:50 신고 [ ADDR : EDIT/ DEL ]
  4. 진짜 같은 아이들끼리 서로 괴롭히는 모습을 보면 미칩니다.
    학교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힘들겠지만 집에서도 관심을 어떻게
    기울이고 어떤 방법으로 가해자가 웃지 않고 미안해하는 세상을 만들지ㅠㅠ

    2011.05.14 07: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이며 게임방이며 사회 구석구석이 섞어가고 있습니다.

      2011.05.14 14:52 신고 [ ADDR : EDIT/ DEL ]
  5. 가슴이 따뜻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가슴이 따뜻한 교사가 많아야 가능한 교육이겠지요.
    좋은 글과 함께 주말 인사드리고 갑니다.
    행복 넘치는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2011.05.14 07:28 [ ADDR : EDIT/ DEL : REPLY ]
  6. 해바라기

    맞습니다. 왕따를 시킨 학생이 더 문제인것 같습니다.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되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2011.05.14 07:53 [ ADDR : EDIT/ DEL : REPLY ]
    • 부모들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아이들이 이렇게 된 1차적인 책임은 부모엤게 있지 않겠습니까?

      2011.05.14 14:54 신고 [ ADDR : EDIT/ DEL ]
  7. 참..이런문제는 정말 해결하기가 힘들죠...

    2011.05.14 08: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꾸중 한 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지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래서 가치관이 달라져야하지 않겠습니까?

      2011.05.14 14:55 신고 [ ADDR : EDIT/ DEL ]
  8. 같은반 친구를 놀리다니.
    이런문제를 빨리 해결해야합니다.

    2011.05.14 08:37 [ ADDR : EDIT/ DEL : REPLY ]
    • 교사들이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세계는 이렇게 무섭게 달라지고 있답니다.
      이런 문제에 신경쓰고 바로 잡아줘야할 교사들은 잡무며 점수 올리기 위해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2011.05.14 14:57 신고 [ ADDR : EDIT/ DEL ]
  9. 참, 이런 소리 들리면
    서글퍼지네요.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요.
    사실은 저런 행동이 교육적으로 가장 실패한 모습인데
    엉뚱한 사람을 왕따시킨다니...
    답답합니다. 정말....

    2011.05.14 08: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교육적으로 가장 실패한 모습....!'
      그렇습니다. 의도적인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모습이지요.
      교육의 기초원리가 학생들 간의 교우관계를 바로 이끌어줘야 한다는 걸 배우는데...
      이런 걸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게 학교이기도 하답니다,

      2011.05.14 15:00 신고 [ ADDR : EDIT/ DEL ]
  10. 좋은 말씀입니다만 학교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의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이 적절하게 이루어 진다면 어느정도 아이들이 바르게 커가지 않을까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ㅅ.ㅅ;;;

    2011.05.14 09: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기본적인 교육은 가정에서 해야하는데...
      학교만 무너진 게 아니라 가정까지 무너졌으니.. 기본적인 교육이 되겠습니까? 걱정입니다.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어떤 세상이 될지...?

      2011.05.14 20:58 신고 [ ADDR : EDIT/ DEL ]
  11. 장난삼아 애들이 농담할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그런다면 상대방 아이에게는 충격이겠습니다~
    바른 교육 이ㅏ이들이 이해할수있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할듯합니다~

    2011.05.14 09:13 [ ADDR : EDIT/ DEL : REPLY ]
    • 딸 아이에게 아버지이기 전에 선배로서 단단히 당부를 했답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만 달라진다고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어지겠습니까?

      2011.05.14 20:59 신고 [ ADDR : EDIT/ DEL ]
  12. 정말 훌륭한 가르침입니다.
    이유 없이 따돌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선생님이 예뻐한다는 이유로,
    공부 잘하고 똑똑하다는 이유로...

    2011.05.14 09:16 [ ADDR : EDIT/ DEL : REPLY ]
    • 생각없이 사는 아이들...
      교육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심각하게 보이지만 이런 일을 예사로 보아 넘기는 학교는 교육을 포기한 게지요.

      2011.05.14 21:01 신고 [ ADDR : EDIT/ DEL ]
  13. 우째 이런 일이..
    자기 자식만이 최고라는 가정교육이 문제이기도 합니다..

    2011.05.14 09:39 [ ADDR : EDIT/ DEL : REPLY ]
    • 부모님 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기보다 모자라면 무시하고 없인 여기는....
      어디 이 학교 하나만 그렇겠습니까? 상처받는 아이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2011.05.14 21:02 신고 [ ADDR : EDIT/ DEL ]
  14. 빠리불어

    아 정말 옆에 있음 모조리 다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하고 싶네..

    아이들이 대체 왜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걸까여.

    이거 다 어른들 책임 아닐까여.

    부모 책임, 어른들 책임.....

    아이들만 모라고 하기엔 참 그렇습니다........


    어른들 반성합시다..

    부모님들도 한번쯤 내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남의 자식을 함부로 생각하고 말하진 않았는지....

    저도 반성하고 갑니다.


    근데 많이 속상하네여...

    2011.05.14 18:14 [ ADDR : EDIT/ DEL : REPLY ]
    • 보님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예사로 보는 교육자들...
      아이들을 돈벌의 대상으로 생가가하는 사회의 장사꾼들...
      모두가 죄인이지요.
      정말 큰 문제는 이게 가해학생들 개인문제라고 덮어두는 교육자들의 한심한 생각입니다.

      2011.05.14 21:04 신고 [ ADDR : EDIT/ DEL ]
  15. 신록둥이

    참 씁쓸하고 가슴아픈 현실이군요.
    조금 모자라고 못하는 친구들을 도와 줄 생각들은 않고
    바이러스로 취급하며 왕따를 시키다니
    왜 이렇게 아이들이 무서워 지는지요....초등학생들인데....

    부모들도 책임을 통감하지만
    선생님들의 바른 지도력이 요구되는 현실입니다.

    2011.05.14 22:11 [ ADDR : EDIT/ DEL : REPLY ]
    • 1차적인 책임은 부모에게 있겠지만 학교며 사회교육(TV를 비롯한 교육환경)에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티코를 타고 다닌ㄴ 사람, 천한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가난한 사람... 이런 사람 인격적으로 무시하잖아요?
      아이들이 뭘보고 배우겠습니까?

      2011.05.15 06:02 신고 [ ADDR : EDIT/ DEL ]
  16. 왕따 당하는 애도 상처가 크겠지만
    하는 아이가 사실 더 걱정스럽습니다.
    그렇게 자라면 본인에게 안좋은거겠지요..
    어른들이 바로잡아 줄수 있어야겠습니다.

    2011.05.15 00:06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공부 좀 잘한다고, 얼굴 좀 잘생겼다고 자기 집이 부자라고 으시대고 사람 백안시하는 태도... 글쎄요. 그게 어디가서 제대로 사람대접받고 살겠습니까?
      학교가 바로잡ㅇ줘야하는데 시험점수로 사람을 한 줄로 세우니...

      2011.05.15 06:03 신고 [ ADDR : EDIT/ DEL ]
  17. 대한모 황효순

    보통 문제가 아니네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것
    같습니다.

    2011.05.15 11:48 [ ADDR : EDIT/ DEL : REPLY ]
  18. 엄마는수업중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나려하네요......

    2011.05.15 23:55 [ ADDR : EDIT/ DEL : REPLY ]
  19. 어느 사회나 차별은 있게 마련이지요.
    여러 자식을 둔 부모가 특별히 어느 자식 하나를 편애하는 것도
    그 중 하나겠지만, 그러다보니 다른 자식들이 그 편애를 받은 형제를
    왕따 시키기도 합니다.

    학교도 어느 정도 이런 가정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선생의 편애, 선생의 무관심, 선생의 의식, 선생의 차별이
    학생들 간의 왕따 사회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2011.05.16 14:30 [ ADDR : EDIT/ DEL : REPLY ]
    •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워야 하는데..끼리끼리 모이면 어떤 사회가 되게씁니까? 앞으로 나라가 걱정입니다.

      2011.05.17 11:5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