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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역사

사실(事實)을 암기시는게 역사교육인가?

by 참교육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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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궁금하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 프랑스혁명보다 600년이나 전 고려 신종 1년(1198) 대한민국사 최초의 신분해방운동으로 평가받는 만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비롯한 국어사전에는 만적이 일으키려다 실패한 ‘노비해방운동’을 ‘만적의 난’이라고 표현한다. 자연재해, 생활고, 탐관오리들의 수취 때문에 일어난 저항운동은 조선이나 고려는 물론 삼국시대에서도 분명히 존재했지만, 주동자가 뚜렷하게 신분 해방을 목표로 삼았던 경우는 ‘만적의 봉기’가 최초이다.

<'만적의 난'인가, '만적의 노비해방운동'인가>

만약 ‘만적의 노비해방운동’이 프랑스에서 일어났다면....? 학자들은 프랑스혁명(1789년)을 ‘근대 민주주의의 문을 연 혁명’이라며 오늘날의 근대 민주주의의 시효로 본다. 그런데 실패하기는 했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 고려 신종 때 최충헌의 사노비 만적은 1198년 노비들을 모아놓고 장수와 재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일장연설을 하였다. 이에 많은 노비들이 호응하여 함께 봉기하기로 약속하였으나 한 노비의 배신으로 만적을 포함하여 많은 노비들이 처형당하고 말았다.

만적의 난은 비록 실패하였지만 하층민이 신분해방을 통해 지베층의 착취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만적의 노비해방운동뿐만 아니다. 무신 정권의 시절인 1174년 천민들의 거주지인 공주 명학소에서 ‘망이·망소이’가 봉기한 ‘망이·망소이의 난’, ‘진주 관노의 난’, 김보당의 난(1173), 조위총의 난(1174), 귀법사 승려의 난(최충헌 때), 김사미효심의 난(명종 때), 최광수의 난(1217), 이연년의 난(1237)‘ 등 하층민의 신분 해방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해방운동’이 왜 ‘난’인가?>

2010년 대한교과서(주)가 발행한 고등학교 한국사에는 ▶「노비만적, 신분해방을 부르짖다」라는 참고 글에서 「노비 만적이 노비들을 모아놓고 장수와 재상의 씨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일장 연설을 하였다. 이에 많은 노비들이 호응하여 함께 봉기하기로 약속하였으나 한 노비의 배신으로 만적을 포함하여 많은 노비들이 사형당하고 말았다. 만적의 난은 비록 실패하였지만하층민이 신분해방을 통해 지배층의 착취에서 벅어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적혀 있다.

양반이 한국사를 기록했다면... 만적이 일어킨 봉기는 분명히 ‘난’이다. 그러나 민주의식을 가진 학자가 썼다면 ‘만적의 의거’ 혹은 ‘만적의 봉기’라고 기록하지 않았을까? 역사를 사관(史觀)도 없이 사실(事實)만 보면 프랑스혁명보다 무려 600년에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난’이라고 기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적의 의거뿐 아니다. 고려시대 일어나 수많은 신분해방운동을 학생들에게 ‘난’으로 기록해 가르친다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중대한 범죄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기록한 국정 교과서가 안 되는 이유다.

<동학도를 토벌한 장병이 애국가가 되면...>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에는 동학군을 진압하다가 전사한 70여 장졸들의 영령을 봉안한 모충사(慕忠祠)라는 사당이 있다. 모충사는 1894년(고종 31년) 동학농민전쟁 때 대전방면에 집결한 동학군을 해산시키기 위해 충청병영의 영관 염도희가 교장 박춘빈, 대관 이종구 등 70여명의 병사를 이끌고 출전했다가 흥덕구 강외면 일원에서 전몰한 것을 위로하고자 세운 사당이다. 모충사라는 사당뿐만 아니라 모충사가 있는 동네 이름조차 모충동이다. 토벌군이 충신이 되면 동학군은 반란군인가?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우리역사는 경주의 다보탑이나 석가탑만 자랑스러운게 아니다. 선진국 운운하는 나라들도 자국의 나라말이 없어 남의 나라 말을 빌려 쓰는 국가가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에는 자랑스러운 한글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글이 얼마나 수모를 당하고 있는가? 국적없는 방송언어며 청소년들이 즐겨쓰는 비속어도 모자라 자기들이 사는 아파트이름 조차 온갖 외국어로 덧칠을 하고 화장실조차 toilet으로, 노인정을 ‘Senior Club’으로 표기해 놓았다.

죽음을 앞둔 만적은 “하늘이 사람을 세상에 내실 때 모두가 사람답게 살라 명하시었거늘 어찌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을 수 있겠소이까? 노비 문적(文籍) 하나에 귀천이 갈리는 이놈의 세상을 뒤엎지 못하고 가는 것이 원통할 뿐이오이다! 허나 먼 훗날, 천노의 자식들이 귀천의 족쇄를 깨부수려다가 죽어간 선대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오니 후회는 없소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KBS 대하드라마 『무인시대』에서) 민주공화국에 사는 오늘날 우리는 귀천의 족쇄를 깨부수려다가 죽어간 선대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평등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자기 한 목숨을 초개처럼 던진 수많은 애국선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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