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 오지인 전북 장수가 요즘 시끄럽다. 촌동네 학부모들이 “우리 교장선생님을 살려달라”며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읍내 인구의 태반이 참여해 교장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경향신문 12월 24일자)
<사진 설명 : 일제고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한 서울 교사 7명을 징계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매일 촛불기자회견과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전교조 홈페이지에서>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54)선생님 얘기다. 김인봉교장선생님은 올해 공모제 교장으로 초빙돼 이 학교에 부임한 이후 학교개혁을 시작했다고 한다. 교장 전권이던 의결권을 교무회의에 넘기고 마을을 순회하며 학교운영 설명회도 열었다고 한다. 자율적인 학교를 만들겠다는 그의 신념이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학생들을 생각하는 그의 교육철학이 마을 학부모들의 마음을 감동시킨 결과다.
경향신문의 이 기사를 보다가 나는 문득 전교조 경남지부장을 지내다가 교장이 된 선생님 생각이 났다. 전국에서는 전교조출신이 교장이 몇 명이나 있는지 모르지만 경남에서는 두명의 전교조 지부장출신의 교장이 탄생했다. 이 땅의 척박한 교육 현실을 바꾸자고 시작한 교육운동을 진두지휘하던 분. 경남교육운동의 수장을 지냈던 교장이 두 사람이나 탄생했는데 ‘이 사람들이 경영하는 학교에서는 이번 일제고사를 어떻게 치렀을까?’ 아마 김인봉교장처럼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징계대상으로 신문에 오르내릴 텐데.... 옛날 그 패기와 철학이 교장이 되는 순간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지난 10월에 치러진 일제고사 때 김인봉 교장은 학생 8명을 현장체험학습에 보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중징계(파면 혹은 해임)에 처해질 위기에 놓여 있다. 김 교장은 “현장 체험학습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학교장이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며, 2008년도 장수중 학업성적 관리규정에도 ‘현장 체험학습으로 인해서 출석하지 못한 경우 출석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자신의 일제고사 거부가 정당하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부가 전집형일제고사를 시행하는 이유는 '교육정책 수립과 부진학생 구제를 위한 자료로 활용' 하기 위해서란다. 그렇다면 구태여 전집이 아니라 표집으로도 충분하다. 교육복지 예산은 삭감하면서 연간 160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해 2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겨울방학으로 들어가려는 상황에서 전국의 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을 한줄로 세우겠다는 시험을 강행하겠다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전집형 일제고사를 치러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은 앞으로 닥쳐 올 3불폐지(고교등급제)에 필요한 자료 수집용이라는 걸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전국의 중고등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일제고사가 교육적이라면 거부하는 교사나 교장에게 중징계를 내려 마땅하다. 그러나 전국단위 일제고사가 학생과 교사 학교와 지역을 한 줄로 세우는 경쟁논리라는 걸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안다. 전국단위 전집형 일제고사가 학교 서열화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교육의 양극화와 교육에 의한 사회계급 분화·고착화·세습화정책이라는 걸 부인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일제고사 결정권이 학교장에게 있는데 학교장이 직무수행을 한 결과를 놓고 교과부가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어부성설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이미 지난 10월 일제고사 때 학생들의 학습권을 존중해 체험학습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교사 7명을 중징계(해임, 파면)를 내린바 있다. 자신의 안위나 보신보다 위험을 감수해가면서까지 학생들의 편에서 교육적인 배려를 한 교사나 교장을 중징계 하겠다면 이 나라 교육이 어디로 갈 것인가? 전국 수만개 중학교 교장 중에서 김인봉교장 같은 분이 한 사람뿐이라는 게 이상하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 기사거리가 되는 현실. 전교조출신 교장까지도 순종하게 만드는 권력이란 정녕 마술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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