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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그대에게 안도현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마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커서 그대의 귓불은 빨갛게 달아오르겠지만 떠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가다 보면 어둠도 오고 그대와 나 그 때 쓰러질듯 피곤해지면 우리가 세상속을 흩날리며 서로서로 어깨 끼고 내려오는 저 수많은 눈발 중의 하나인 것을 생각하자 부끄러운 것은 가려주고 더러운 것은 덮어주며.. 2022. 2. 19.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 - 안 도 현 -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은, 후광과 거산의 싸움에서 내가 지지했던 후광의 패배가 아니라 입시비리며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이 아니라 대형 참사의 근본원인 규명이 아니라 전교조 탈퇴확인란에 내손으로 찍은 도장 빛깔이 아니라 미국이나 통일문제가 아니라 일간신문과 뉴스데스크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들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은, 이를테면, 유경이가 색종이를 너무 헤프게 쓸 때, 옛날에는 종이가 얼마나 귀했던 줄 너 모르지? 이 한마디에 그만 샐쭉해져서 방문을 꽝 걸어 잠그고는 홀작거리는데 그때 그만 기가 차서 나는 열을 받고 민석이란 놈이 후레쉬맨 비디오에 홀딱 빠져있을 때, 이제 그만 자자 내일 유치원 가야지 달래도 보고 으름장도 놓아 보지만 아 글쎄, 이 놈이 두 눈만 껌.. 2022. 2. 12.
안도현의 시가 그리운 날 가난하다는 것은 – 안 도 현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쪽이 비어 있어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개망초꽃 -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2022. 1. 22.
정현태 시에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용서 정현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나는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고 아버지는 노래하며 몸을 좌우로 흔드셨다 부엌에서 밥 지으시던 어머니는 지난주에 있었던 건빵 사건을 말씀하기 시작했다 “저 빌어묵을 자슥이 곗돈 줄라고 장롱 위에 백 원을 올려뒀는데 그걸들고 나가 건빵을 열봉지나 사서 별사탕만 꽂감 빼묵듯 쏙 빼묵고는 동네방네 다 퍼주고, 아이고 저 지슥이 커서 나중에 뭐가 될라고 벌써부터 저 지랄인지.” 어머니가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언급할수록 불주사를 맞을 때처럼 불안해졌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랑곳 않고 계속 노래만 부르셨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우라고, 당신도 그러지 말고 저 자슥을 따.. 2021. 4. 17.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랬지. 삼팔선으로 나라가 두 쪽이 날 때는 해도... 그런데, 분단이 되고 동족이 서로 죽이는 전쟁을 치르고 나서부터는 철천지원수가 되어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을 했다. 온갖 살상 무기를 만들다 못해 핵무기까지 만들어 온통 남과 북이 무기 창고가 되다시피 됐다. 무기를 만들고 군인을 두고 나라를 지키는데 세금을 내야 한다. 내가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 먹고살기 바빠도 세금은 내야 하는게 국민된 도리라고 생각한다. 거기까지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거기 까지만 생각한다. 그런데 시인의 눈에는 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일까? 삼팔선만 보이는게 아니라 삼팔선을 왜 누가 만들었는지 삼팔선이 있어야 좋은 사람, 아니 없으면 안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살팔선은 왜 만들었는지.. 2021. 1. 16.
시가 그리운 날에...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 2020. 11. 7.
시가 그리운 날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 2020. 10. 31.
시가 그리운 날에.... 「헌법 제 1조」 - 이 선 관 -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그렇다니까!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래.......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 그래.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 허긴 그래. 「보통 시민」 - 이 선 관 -스산한 오후이사한 지 6년 만인데오늘도 구철길을 따라시내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뜬구름을 딛고 가는 것처럼 불안하다 문득 문득세계를 걱정하고 민족을 생각하고가정을 고민하고이웃을 사랑하고그렇게 하다가, 하다가, 하다가 사치다, 방탕이다, 기만이다, 허구다,사기다, 위선이다, 육백이다, 허무다,주택복권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알다가바보다, 천치다, 축구다, 버꾸기다. 어느새 시내로 나온 나는창동 십자로에 서서처용가를 부른다처용춤을 춘다.. 2020. 10. 24.
통일이 그리운 날에....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김 남 주 -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어부가 그물을 던지다 탐조등에 눈이 먼 바다에도 있고나무꾼이 더는 오르지 못하는 입산금지의 팻말에도 있고동백꽃 까맣게 멍드는 남쪽 마을 하늘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사람들이 오고가는 모든 길에도 있고사람들이 주고받는 모든 말에도 있고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신고하는이웃집 아저씨의 거동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뜨는 해와 함께 일어나고지는 달과 함께 자며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팍팍한 가슴에도 있고제 노동으로 하루를 살고 이틀을 살고한 사람의 평등한 인간이고자 고개를 쳐들면결정적으로 꺾이고 마는 노동자의 허리에도 있다어디 그 뿐이랴 삼팔선은농부의 가슴에만 노동자의.. 2020. 10. 17.
나는 어떻게 내가 되는가 내 서장에는 일년 내내 한번도 읽지 않는 책들이 꽂혀 있다. 이사를 갈 때마다 아내에게 핀잔을 들어도 선듯 버리지 못하는 손 때 묻은 책 다시 읽고 싶은 책 그러나 선듯 손에 잡히지 않은 이름만 들어도 선명하게 기억 나는 그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있었을까? 오늘의 나는 그런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나는 부모로부터 태어났지만 나를, 오늘을, 있게 해 준 것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이다. 무슨 사연이 있어 신발을 바꿔 신은 사람도 있지만 책 속의 그는 여전히 투사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 붙이던.... 내 마음, 나의 생각을 가꾸고 다듬어 준 사람은 그런 분들이지만 나의 오늘을 있게 해 준 또 하나햇빛과 바람과 물과 곡식들.....풀과 나무와 꽃과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미생물들까지.. 2020. 9. 26.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 2017. 9. 17.
대한의 체 게바라... 김남주 2015. 1. 18.
교사가 바뀌면 아이들이 바뀌고 아이들이 바뀌면... ‘센팅이 답이다’ 3학년 교실에 수업을 들어갔더니 흑판 위에 이런 급훈이 걸려 있었다. 무슨 뜻인지 궁금해 "센팅이 무슨 뜻이지...?" 하고 물었더니 대답은 않고 모두들 웃는다. 수능을 앞두고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 급훈 어떻게 만들었어요?” 급훈이니까 당연히 학생들의 중지(衆智)를 모아 담임이 결정한 결과일테니 저희들이 모를 이 없다는 생각에서 물었다. “그거요? 독사가 만들었어요?” 다시 한 번 교실에 웃음꽃이 핀다. “독사...? 독사가 누구지...?” 웃음에 묻혀 누군가가 ‘우리 담임선생님요’ 하는 소리가 겨우 들린다. 담임이 독사라...! '센팅'이란 ‘주먹으로 얼굴 등을 가격할 때 쓰는 아이들의 말’이라는 걸 한 참 뒤에야 알았다. 독사라는 별명을 가진 담임선.. 2012. 1. 24.
배추를 안으면서 / 이해리 사진'킹덤'(pinetree0262)님 배추를 안으면서 / 이해리 안지 않으면 묶여주지 않겠다는 듯 퍼들퍼들 벌어지는 잎들, 부둥켜안고 묶으면서 알았다 배추 한 포기도 안아야 묶여준다는 걸, 묶여야 속을 채워 오롯한 배추가 된다는 걸 안는다는 건 마음을 준다는 것 마음도 건성 말고 진정을 줘야한다는 걸 보듬듯이 배추를 묶으면서 쓸 곳이 너무 많았던 내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잠시 방심 했다고 죽어버린 화초들과 매일 살피지 않는다고 날아 가버린 펀드와 깜박해서 태워버린 빨래와 어느새 가버린 사람 나는 안는다고 안았지만 안긴 것들은 부족함을 느꼈던가 보다 대체 내 마음의 용량은 얼마만해야 하는 걸까 풀 먹인 옥양목소리 싱싱한 배추를 파랑파랑 묶으면서 감싸 안고 안아도 안겨지지 않던 당신이라는 서운한 바람에게.. 2011. 7. 31.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고 정 희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자기 나름의 꿈 하나씩을 품고 삽니다. 그런데 그 꿈은 정말 꿈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꿈의 종류도 천차만별입니다. 자신의 안일이나 행복을 위한 꿈이 있는 가하면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기를 바라는 꿈도 있습니다. 꿈을 쫓다 스스로 지쳐 쓰러지기도 하고 꿈을 이뤄 행복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비록 꿈을 미처 다 이루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 주는 꿈도 있습니다. 나는 어떤 꿈고 있을까요? 오늘은 고정희 시인의 꿈을 살짝 엿보기로 하겠습니다.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고정희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 2011. 7. 10.
삶의 가시 / 나희덕 삶의 가시 / 나희덕 가시는 꽃과 나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또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찔리면서 사람은 누구나 제 속에 자라나는 가시를 발견하게 된다. 한번 심어지고 나면 쉽게 뽑아낼 수 없는 탱자나무 같은 것이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뽑아내려고 몸부림칠수록 가시는 더 아프게 자신을 찔러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후로 내내 크고 작은 가시들이 나를 키웠다.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를 괴롭히는 가시는 있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용모나 육체적인 장애가 가시가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가난한 환경이 가시가 되기도 한다. 나약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가시가 되기도 하고, 원하는 재능이 없다는 것이 가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가시 때문에 오래도록 괴로워하고 삶을 혐오하게.. 2011.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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