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아니면 ‘대통령님!’이라고 표현해야 옳은 현직 대통령을 ‘선배님’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그러나 분명히 패거리들이 부르는 ‘형님’이라는 호칭이 아니라 정확히 저와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학교 그것도 경북 포항시 동지상업고등학교 주간도 아닌 야간에 저보다는 2년 선배(저는 가정형편으로 중학교 졸업 후 1년간 휴학을 했습니다)임에 틀림없습니다.
당시 야간은 특별활동도 선후배간의 대화도 없어 선배님의 학창시절 어떤 모습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선배님은 일본에서 태어나 고향인 포항시 흥해읍 덕성리로 이주해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포항에서 중학교와 동지상고 야간을 다니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자가 1972년 초등학교 6학년을 담임했던 제자들의 초청으로 여행을 다녀 오면서 들렀던 이명박대통령의 생가>
인연으로 치면 전국의 수만개 고등학교 중 같은 학교에 졸업한 선배가 대통령이 됐다는 건 참으로 자부심을 느낄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자랑스러워야할 선후배간이라는 사실이 갈수록 왜 그렇게 부끄럽게 느껴질까요? 저는 대통령이 제 모교인 동지상업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걸 지금까지 지인들에게 숨겨왔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대통령께서 당선되기 전 BBK 사건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모습을 보고 ‘사람이 출세를 위하여 저렇게 살 수도 있는가?’하는 실망감과 분노를 감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선배님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동지상업고등학교! 낮에는 아리바이트를 하고 춥기로 유명한 그 꼴짝 산 밑에 붙었던 학교를 주린 배를 움켜쥐고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숨이 차 뛰어 들어간 교실. 추위와 배고픔으로 첫 시간은 왜 그렇게 잠이 쏟아지던지... 램프 불 아래 4교시 수업을 마치면 밤 10시 가까운 시간. 아픈 추억을 떠올리기조차 싫은 3년의 세월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하겠습니까?
사실 저는 선배님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라도 어렵게 공부했던 지난날을 생각하고 어려운 여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시기라도 한다면 왜 제가 선배님을 부끄러워했겠습니까?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선배님이 하시는 정책이나 철학을 보고 있노라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분노와 섭섭함 때문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씁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선배님은 한나라당이 어떤 정당이라는 건 모르실리 없겠지요? 현재 선배님이 대통령으로서 추진하는 정책이 훗날 역사가들에게 어떻게 평가하리라는 걸 생각해 보신 일이 있으신지요? 혹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선배님과 코드를 맞춰 일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범죄 집단’이라고 표현하는 걸 들어보신 일이 있으신지요?
저는 그 표현을 듣는 순간 현재 선배님의 통치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공감을 느꼈습니다. 아마 선배님이 들으셨다면 불같이 화를 내시고 대통령 모독죄(그런 죄는 없다)나 국가보안법 적용대상자로 처벌하라고 지시하시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오죽하면 현직 대통령을 범죄 집단의 우두머리로 보시겠습니까?
<이명박대통령의 정책반대 자료 : 전교조 홈에서>
선배님은 분명히 헌법을 무시하고 있는 겁니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는 물론 1% 부자들을 위해 종부세나 상속세를 깎아주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하시는지요? 부모의 경제력으로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교육정책도 모자라 가난한 부모들 가슴에 못을 박는 국제중학교를 설립해 초등학생들까지 괴외를 시키려 하십니까?
학문의 자유, 사상의 자유까지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학자들의 학문의 영역까지 정권의 코드에 맞춰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바꾸려 하십니까? 도대체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억지로 수입해 먹이겠다는 의도며 국민들의 귀와 입을 막는 진보언론 죽이기며 반통일적인 통일정책으로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입니까?
저는 언젠가 김근태 민주당 대표가 선배님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걸 보고 ‘국민이 노망들었다’는 안타까움 표현하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그렇게 적절한 표현이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유모차를 끌고 참가한 촛불의 힘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나라의 복부를 가르는 대운하 공사가 한창 진행되지 않았겠습니까?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잔인하리만치 형극의 길로 내모는 선배님!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고 내 생각과 다르면 빨갱이로 내모는 냉전논리 흑백논리까지 동원해 나라를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사진 : 오마이뉴스에서>
도대체 선배님이 바라시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요? 저는 동지상고 야간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정의가 뭔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사회선생님, 같은 윤리선생님에게 같은 책으로 공부를 했는데 선배님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그렇게 반대로 들으셨습니까? 난로도 없이 전기도 없는 교실에 램프 불을 켜놓고 졸음을 참지 못해 허벅지를 꼬집으며 공부하던 교실이 지금도 눈에 서언한데 어떻게 그렇게 세상을 깨우쳐주신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헌 신짝처럼 버리셨다는 말입니까?
어쩌다 고향에 돌아가면 선배님의 동창이나 후배들은 아직도 옛날 우리들 같은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로마의 황제도 나라 안에서 내로라하는 재벌총수도 새월이 지나면 다 이 세상을 떠나더군요. 선배님은 기독교 장로이기 때문에 다음 세상에는 천국에서 영원히 살리라는 것 믿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저도 천주교 신자로서 선배님과 같은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믿고 있습니다.
< 제자들과 이명박 대통령의 생가 앞에서>
그런데 선배님이 믿고 계시는 하느님과 선배님의 천당과 제가 아는 예수님과 천당은 왜 그렇게 다르지요? ‘이웃사랑(여기서 ‘이웃’은 옆집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알고 있습니다)하기를 네 몸처럼 하라‘고 가르치셨는데 왜 이웃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지요? ’이 땅에 천국을 세우라‘는 말씀을 왜 헌신짝처럼 버리고 대운하니 경인운하니 하시는지요? 혹 ’세상의 끝 날까지 성경의 일점일획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씀을 믿지 않는 건 아니신지요?
세상이란 '풀의 이슬과 같고.. 예수님이 오늘 밤에 오실지, 내일 새벽일지... 깨어 있으라'고 하셨는데 선배님은 지금 깊은 잠, 세상 잠에, 권력의 잠에 취해 계시는 건 아니신지요? 강만길 교수님은 그러시더군요. ‘권력과 부가 다수에게 최대한 분배되는 사회, 사상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요. 민주주의, 특히 하느님이 바라는 세상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그런 세상이 아닌가요? 어렵게 용기를 내 선배님이라는 걸 밝혔지만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후배들에게 정말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대통령이 되시기를 진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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