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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교육 가지고 장난치지 마!

by 참교육 2008.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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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자 민중의 소리 ‘학교폭력 가해학생 4천명 검거, 폭력서클 32개 해체’라는 기사를 보면 ‘동양철학 에세이’(동녘)에 나오는 ‘상수학의 논리’ 생각이 난다. 주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나 사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어느 날 세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을 찾았으나 찾지 못해 헤매다가 뒤늦게 허름한 주막을 찾았다. 그러나 빈방이 없어 되돌아 가야할 처지에 놓여 있는 나그네를 보고 주인이 말하기를 “전에 창고로 쓰던 방이 있기는 있는데 누추해서...” 말끝을 흐리는 주인에게 “지금 우리 처지에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있느냐?”며 창고로 쓰던 방에 들었다.

하룻밤 묶는 숙박비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3000원이라고 한다. 세 사람은 각각 1000원씩 내, 주인에게 건네줬더니 주인은 돈을 받고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500원을 심부름하는 아이를 시켜 되돌려 주라고 했다. 심부름하는 아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손님 한사람에게 100원씩 돌려주려니 계산하기 복잡해 200원을 슬쩍 자기 주머니에 넣고 300원만 돌려주었다. 결과적으로 나그네들은 각각 100원씩 되돌려 받았으니 각자가 낸 돈은 한 사람당 900원씩 전체 2700원을 낸 셈이다.

여기서 이상한 셈법이 나온다. 손님들이 낸 돈은 한 사람이 900원, 세 사람이 낸 돈 합계 2700원과 심부름한 아이의 슬쩍한 돈 200원을 합하면 2900원이 되는 것이다. 100원이 없어진 것이다. 계산상으로 보면 주인은 3000원 받았다가 500원 돌려 줬으니 주인이 받은 돈 2500원과 심부름 하는 아이에게 준 500월을 합하면 3000원이 맞다. 그러나 나그네의 입장에서 계산해 보면 100원이 없어진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폭력 없는 학교’ 정책을 보면 흡사 실종된 100원 같은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



2006년부터인가? 학교마다 입구에는 입간판을 세워놓고 ‘0월 일 무폭력 0일’이라는 폭력추방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입간판에는 그 어떤 학교도 단 한 건의 폭력도 발생한 이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연말에는 ‘무폭력 365일’로 학교에는 폭력이 완전히 사라졌던 것이다.

‘폭력 없는 학교’ 전국의 폭력 대책은 이렇게 숫자놀음으로 완전히 2008년 우연히 다시 등장했다. 그것도 한두 건이 아니라 ‘올 2학기 초인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2개월간 학교폭력 집중단속을 벌여 가해학생 4,128명을 검거해 66명을 구속하고 폭력서클 32개를 해체했다.’니 사라졌던 학교폭력이 어디서 생겨났다는 말인가? 검거된 가해학생들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903명, 경기 666명, 부산 572명, 경북 314명, 인천 268명, 경남 235명, 대구 213명, 전남 164명, 충북 135명, 전북 129명, 충남 127명, 강원 124명, 광주 100명, 대전 77명, 울산 56명, 제주 45명 등이라고 한다.

경찰은 지난 6~8월에도 학교폭력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했는데 이 기간 중 자진신고로 7,515명, 피해신고로 6,901명을 검거했다니 학교마다 무폭력 000일 운운했던 통계치는 거짓말이었다는 말인가? 학교에서는 폭력 통계말고도 웃기는 숫자놀음이 가끔 등장한다. 이름하여 부진아 숫자도 이와 유사하다. 연초에는 학급별 부진아 수가 약20명 정도 보고된다. 수업준비며 보충수업을 하다보면 부진아 문제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연말, 부진아 실태보고 때가 되면 한꺼번에 부진아 지도록을 작성한다. 매달 읽기, 쓰기, 계산에 2~3명씩 구제해 연말이 되면 한명의 부진아도 없이 구제했다는 기록부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웬일일까? 연초가 되면 다시 전해의 부진아 숫자만큼 다시 생기고... 이런 씩으로 반복되고 있는 게 학교의 통계 숫자다.

첫 시간부터 빡빡하게 짜인 수업과 공문처리 여기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잡무에 보충수업까지 해야 하는 선생님들 입장에서 보면 그런 문제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숫자놀음을 시키고 있는 행정관청이다. 뻔한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반복되는 거짓말 통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이란 숫자놀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상업주의가 있고 시청률에 목을 매는 메스 미디어가 있고 교과부의 전시행정이 있는 한 학교폭력이 사라질 리 없다. 체제의 구조적인 모순을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겨 끝도 없이 거짓말을 시키는 행정! 결국 애꿎은 선생님들만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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