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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학력평가

부정행위 권하며 도덕을 가르칠 수 있나?

by 참교육 2012. 6. 29.

 

 

있어나서는 절대로 안 될 일. 그러나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기어코 터지고 말았다. 지난 26일. 전국 초·중·고교생 176만여명을 대상으로 치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얘기다. 그날 치른 시험은 아이들 말대로 ‘개판’이었다.

 

충북의 ㄱ여자중학교 3학년 학생이 폭로한 자료를 보면 “거의 커닝했다. 개판이다”면서 “심지어 선생님까지 아무 말씀 안했다” 황당한 실태를 자신의 트위터에 증거사진과 함께 올려놓았다.

 

시험현장의 현실은 그야말로 교육을 하는 학교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선생님께서 답을 알려주시기도 하구요. (친구들이) 답지 돌리기까지 하네요.… 지원금 받으려고 학교가 아등바등이에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은 상관없다(는 거죠).”

 

“저희도 어떤 선생님들은 문제지 돌려도 아무 말 안했다”

 

이 학생은 “국가고시 보는데 커닝하는 우리학교. 또 평균 95점 찍겠네”라고 적어 놓았는가 하면 또 다른 학생은 “적당히 커닝하면 봐준다는 선생님의 말에 소리 없는 손짓을 바쁘게 주고받았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일제고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일제고사를 왜 치러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사례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점수에 따라 학생을 ‘귀족과 천민’ 등으로 구분한 사실이 밝혀졌는가 하면 일제고사 대비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등학생들을 5~15대까지 때리기도 했다. 이 학교에서는 점수에 따라 학생들을 귀족과 평민, 노예 등 5개 신분으로 나눠 부르게 하는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시험 당일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짝짓는 방식으로 좌석을 배치해, 학교 차원에서 시험 부정을 계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운동부 아이들에게 일명 ‘일렬 찍기’ 요령을 숙지시켰다고 한다.

 

"담임선생님이 부진아가 안 나오면 피자를 돌리겠다네요. 그러니까 애들이 상의하면서 풀더라고요" "(시험 감독) 선생님 한 분은 밖에 나가기 일쑤였고 남은 한 분은 본체만체했다" "그러는 주제에 학교에서는 과연 도덕 과목을 가르칠 수 있기나 할까"라는 글이 트윗트에 올라오기도 했다.

 

 

대전의 ㄷ초교는 운동부 학생들을 불러 모은 뒤 답안지 작성 '비법'을 지도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일제고사 시험지를 받으면 앞에 나오는 가장 쉬운 문항 대여섯 개만 풀고 나머지는 앞에 푼 답에서 빈도가 가장 낮은 번호를 한 줄로 찍으라"고 안내했다.

 

부정을 저지르기를 가르치는 학교, 이러고도 도덕을 가르치고 정의를 말할 수 있을까? 학교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일제고사를 치러 경쟁을 강요한 교과부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에 100억 원대의 돈을 차등 지원하고 학급이나 교사에게 성과급까지 반영하겠다니 왜 이 지경이 되지 않겠는가? 학업성취도평가를 둘러싼 조직적 부정행위 의혹은 사실 어제의 얘기가 아니다.

 

 

학교 차원의 조직적 부정행위는 이미 전국적으로 횡행하는 ‘서바이벌 게임 전략’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해당 교육청에는 전혀 그럴 리 없다며 발뺌하기 바쁘다. 타락한 학업성취도평가로 줄세우기와 반교육을 막는 길은 영국이나 일본, 프랑스처럼 일제고사를 폐지하는 길밖에 없다.

 

지구상에 이런 평가방식을 갖고 있는 나라는 유일하게 대한민국뿐이다. 부정백화점을 연상케 하는 이런 일제고사는 도덕불감증에 빠진 몇몇 정신 나간 학교나 교사만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일제고사를 폐지해야 한다.

 

꼭 기초미달학생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전국의 모든 학생을 평가하는 전집이 아닌 표집으로 바꿔도 충분하다. 돈으로 교사를 유혹하고 학생들을 시험치는 기계로 만드는 잔인한 일제고사는 더 이상 학교에서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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