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가 유행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조어들, 국어사전을 찾아 봐도 없는 신조어들이 판을 치고 있다. 신조어들 중에는 상업적인 목적에서 만든 KT의 올레(스페인의 감탄사 ‘OLE’가 HELLO의 역순 발음)라는 신조어가 있는가 하면 젊은이들의 애교 섞인 ‘뿌잉뿌잉’(온라인 상에서 할 말이 없거나 어색한 상황이 이어질 때 사용하는 말)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세태를 꼬집은 멘붕(멘탈 붕괴)과 같은 신조어가 있는가 하면 학생들의 애환이 담긴 ‘남아공’같은 신조어도 있다.
요즈음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남아공’이 무슨 뜻일까? ‘남아공’이란 말은 학생들의 학력향상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국가수준 학력교사’(학업성취도평가)가 시행 된 후 등장한 신조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학교평가와 교사의 근무평가, 그리고 성과급이나 승진에 까지 영향을 미치자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정규교과시간이 끝난 후 ‘남아서 공부시킨다’는 말을 줄여서 ‘남아공’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말의 성찬 시대다. 아니 언술의 시대, 말잔치 시대다. 말로는 교육을 권리라고 해놓고 은근슬쩍 ‘상품’이라고 바꿨다. 권리란 ‘권세와 이익’ 즉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이다. 그런데 그게 상품의 구매력이란 게 돈이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돈이 있는 사람에게만 선택권과 소유권이 주어지는 권리’도 있는가? 자본주의다운 발상이다.
상품이란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의 필요에 의해 구매하는 상품도 있는가? 과거 식민지시대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간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이 존재했다. 오늘날은 어떤가?
7차 교육과정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다.교육은 상품이요, 학부모와 학생은 수요자요, 교과부와 학교는 공급자다. 그렇다면 교육내용은 수요자(학생)가 필요한 상품(교육)을 공급(교과부., 학교)하고 있는가? 수요자의 선택권이 용인도는가? 교육이라는 상품이 왜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이 아닌 공급자의 의도대로(국정교과서) 만드는가?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이 아니라 공급자가 필요에 의해 만드는 상품을 구매자가 산다는 것은 상업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상품의 가치란 수요자가 구매해 소비함으로서 얻는 만족의 대가로 지불하는 값이다. 그런데 공급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놓고 소비자에게 구매하기를 바랄 수 있는가?
노동자로 살아갈 수요자에게 자본가가 필요한 인간을 만드는 내용으로 채워진 교과서(상품)를 배우는 수요자(학생)는 행복할까? 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행복에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교육은 수요자에게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공급을 하고 있는가?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민주의식이나 비판의식을 가진 인간 양성을 하고 있는가?
교과서의 내용이 행복과 평화교육으로 채워지고 그런 목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남보다 좋은 성적을 위해 다른 학교보다 성적을 잘 ㅁ받기 위해.. 나의 행복을 저당잡히는 점수따기 교육은 행복한 교육도 민주교육도 아니다.
‘남아공’이 된 어린이는 어떤 기분일까?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에는 ‘어린이에게는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어린이는 공부나 일이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성적이 조금 뒤진다고 친구들이 다 하교한 교실에 혼자 남겨 시험문제를 시키는 이유거 무엇인가? 점수가 나쁘면 학교 평가를 나쁘게 받기 때문에, 교원의 성과급이 줄어 들기 때문이 아닌가? 수요자가 아니라 교사가, 학교가 필요해 시키는 ‘남아공’이라면 어린이 수요자에게 죄를 짓는 나쁜 공급자다. 교육을 한다면서 아이들을 존재를 배반하는 인간으로 키우는 공급자는 인간에 대한 죄를 짓는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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