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교육과정을 또 뜯어 고친다. MB정부 들어 벌써 10여 차례다. 고1 사회 과목을 개편하고 없앴다가 다시 만들고, 한국사를 선택으로 했다가 필수로 바꿔 교육과정을 재고시하는 등 MB 정부 내내 교육과정 뜯어 고치느라 세월을 다 보냈다. 교과부가 이 지경이니 학교가 어떨지는 불문가지다. 교과부가 교육과정을 얼마나 걸레로 만들어놨는지 한 번 보자.
2008년 12월 초등영어교육과정 개정(이하 2008영어)
2009년 1월 10학년(고1) 사회교육과정 개정(이하 2009사회)
2009년 6월 학교자율화 조치(학교교육과정 자율화)
2009년 12월 2009개정 교육과정 개정(이하 2009개정)
2010년 음악, 미술, 체육 시수 감축 금지 지침 발표
2011년 8월 9일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개정(이하 2011교과)
2012년 3월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수정 고시(2012-3호)
2012년 6월 11일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 시안 공청회
지난 11일(월)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시안 공청회에서 교과부는 ‘체육·음악·미술 과목만 기준시수보다 감축하여 편성할 수 없다’면서 총론과 일부 교과 교육과정 개정 시안을 발표했다. 개정의 핵심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학기당 이수 과목수를 8개로 제한하는 집중이수 규정에서 체육, 음악, 미술은 제외하고 수업시수를 줄이는 것도 못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중학교의 학교폭력이 심각하다는 이유 때문에 이런 발상이 나온듯하다.
전에도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자 폭력을 예방하겠다며 창의 인성 교육과정에 ‘바른’이라는 낱말 하나를 집어넣어 폭력 예방책이라고 바꾸기도 했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이이다.
2009개정교육과정에는 “창의 인성” 교육과정이고, 특별히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이번에 개정안에서는 “바른”인성교육'이라고 하여 ‘바른’자가 더 들어가고 곳곳에 배려라는 글자를 넣었다. 학교는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는데 교과부는 이런 쇼를 하고 있으니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집중이수제가 얼마나 교육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지 교과부가 뒤늦게 알긴 안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을 깨우쳤지만 해법은 역시나 생뚱맞다. 문제를 일으킨 집중이수제를 없애면서 국영수 편중교육을 조장한 수업시수 20% 감축조항도 같이 없애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런데 교과부는 교육과정 구성방침 (바)항에 ‘학기당 이수 교과목 수 축소를 통한 학습부담의 적정화와 의미 있는 학습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집중이수를 확대한다.’를 고집하고 있다.
학교폭력 때문에 교육과정을 바꾼다는 것도 웃기는 얘기지만.(교육그 자체가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수정 주요 내용’을 보면 ‘눈감고 아웅’ 하는 꼴이다. 인성교육을 하겠다는 교과부는 교과서에 ‘인성교육, 학교폭력 예방’과 같은 낱말 몇 개를 집어넣어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니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학교교육의 목적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지만 교과부는 교육과정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를 위해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러 개인별, 학급별, 학년별, 지역별로 한 로 세우고 있다. 교육과정이야 아무리 변칙적으로 운영하든 말든 수학능력고사에 서울대학을 몇 명 더 입학시켰는가의 여부로 학교를 평가하고 있는 게 교과부 아닌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숙제 양까지 지시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만들어 초등학교까지 아침 자율학습을 시키고 방학까지 반납하도록 하고 있는 게 누군가? 성적 우수반에 상금 30만원, 놀이동산 입장권을 줘 점수를 올리는 게 교육인가? 이런 현실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학생이 늘어나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나라....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교실이 어떤 모습인지 정말 예고 없이 한 번 찾아 가보라. 교실이 어떤 꼴인지...
- 이미지 출처 : 오마이 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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