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성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가난하고 한 사람은 부자였습니다. 부자에게는 양도 소도 많았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품삯으로 얻어 기르는 암컷 새끼양한마리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이 새끼 양을 제 자식들과 함께 키우며 한밥 그릇에서 같이 먹이고 잘 때는 친 딸이나 다를 바 없이 품에 안고 잤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부잣집에서 손님이 하나 찾아 왔습니다. 주인은 손님을 대접하는데 자기의 소나 양을 잡기 아까워서 그 가난한 집의 새끼 양을 빼앗아 대접을 했습니다.”
나단이라는 선지자가 다윗 왕에게 찾아 와 이런 예기를 했을 때 듣고 있던 다윗 왕이 괘심한 생각이 들어 “저런 죽인 놈!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그런 인정머리 없는 짓을 한 놈을 그냥 둘 수 없다. 그 양 한 마리를 네 배로 갚게 하리라.”
듣고 있던 나단이 말했습니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윗왕의 이야기다.
권력의 상징이었던 왕에게 그것도 자신의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는 왕에게 나서서 나단 선지자가 한 말이다.
나단 선지자는 왜 목숨을 걸고 그런 얘기를 했을까? 나단이 다윗 왕에게 목숨을 걸고 이런 직언을 하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이렇다.
다윗은 장군들이 다 전쟁에 나간 후 늦도록 낮잠을 자고 오후 무렵에 일어나서 왕궁의 지붕에 올라가서 거닐다가 멀리서 목욕하는 여인을 발견하고 그 여인이 자신의 부하인 우리아의 아내일 줄 알고도 그를 데려다가 동침을 하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부인이 임신을 한 것을 알고 다윗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남편은 전쟁에 나가있을 동안이었으므로 다윗 왕에게 알린 것이다. 다윗왕은 그 사실을 자기 백성들에게 숨기기 위해 변방에 근무하고 있는 그녀의 남편 우리아를 불러서 동침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아는 충직한 신하였기 때문에 ‘근무 중에 아내의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법률을 지켰다.
다윗은 불륜을 숨길 수 없게 되자, 우리아를 전방에 보내 죽을 수밖에 없는 전투에 참가시켜 우리아가 전사한 후 밧쎄바와 혼인한다. 이 때 선지자 나단이 나타나 다윗에게 죽음을 무릅쓰고 한 직언이 바로 이 얘기다.
남편이 전사한 후 밧쎄바는 다윗의 아내가 되어 이들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다윗의 대를 이은 통일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명박정부가 발표한 ‘2008년 세제개편안’을 보면 구약시대 욕심 많은 부자를 연상케 한다. 법인세·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상속세 등 부유층과 대기업에 사상 유래 없는 특혜를 주도록 한 세제개악은 품삯으로 받아 키우는 자식 같은 양을 빼앗은 부자의 횡포와 흡사하다. 부자들에게 감면한 세금이 가난한 사람들이 대신 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그렇다. '강부자 정권'이 쏟아내고 있는 ‘비지니스 플랜들리’ 정책은 한결같이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실의와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국민들의 건강권을 빼앗고 역대정권이 쌓아올린 남북간의 상호신뢰는 대립과 긴장으로 바뀌고 있다.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비를 잡겠다던 약속은 어디가고 초등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실시해 개인별 줄세우기를 시작하다 못해 시험점수로 학교별 지역별 서열화시키고 있다. 영어만이 살길이라는 문화사대주의는 경제특구에 영리학교와 국제중학교를 설립해 영어몰입교육을 시도해 사상 최고의 사교육비 부담을 안겨주고 학교선택제도 모자라 3불정책까지 허용할 수순을 밟고 있다.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KBS 정연주사장을 해임시킨 이유가 뭘까? 이명박정권은 비판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공영방송은 물론 방송법을 바꾸고 촛불을 주도하는 네티즌들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던 대운하 건설을 위해 경인운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위가 내놓았던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가 국민여론에 밀려 물밑으로 갈아 앉는가 했더니 제주 영리병원을 추진해 속셈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명박대통령은 국민이 뭐라든 ‘대통령이 한다면 한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의료보험 민영화는 물론이고 원자력 발전소 설계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KOPEC)까지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민영화도 모자라 이제는 대한민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며 종교차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 청맹과니라 했던가? 나단이 죽음을 각오하고 임금 앞에서 ‘아니오’를 했을 때 다윗은 나단의 충고를 듣고 즉시 자기의 죄를 인정하고 회개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의 양을 빼앗아 손님을 대접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가?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며 뼈저린 반성을 한지 몇 일도 안 돼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가?”라며 우격다짐이다. 뼈저린 반성을 한다면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2MB 대통령. 다윗임금도 두려워했던 하나님도 나라의 주인인인 국민도 이명박대통령은 두렵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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