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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학문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 셈인가

by 참교육 200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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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국정교과서도 아닌 검인정 교과서 개정 작업을 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사연구회 등 국내 대표적인 사학 단체들까지 교과서 수정 움직임에 대해서 '역사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는 교과서 6종의 253건에 대하여 이달 말까지 수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사편찬위가 교과부의 역사교과서 253개 표현에 대한 판단 요청을 사실상 묵살하고, '포괄적 가이드라인'만 제시키로 결론을 내고 나서도 이달 말까지 직접 수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입장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나서지 않으니 교과부가 직접 나서서 정부 코드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교과부 직원과 역사교수, 교사 등 15명 이내로 '근현대사 교과서 전문가협의회'를 급조해 보름 동안 6종, 253건을 수정하겠다는 것은 억지다.

정부의 코드에 맞는 '근현대사 교과서 전문가 협의회'가 수정하면 좌편향 (?)교과서가 제대로 된 교과서가 되는가. 교과부가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정치중립성까지 무시하면서 정부의 시각에 맞는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은 교육을 권력에 종속시키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면 지금까지 교사들은 제자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쳤다는 말인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과서를 바꾸겠다는 것은 교육 현장을 정치 교육의 장으로 만들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 수정과 관련된 정상적인 절차를 외면하고 특정 세력의 편향된 역사관을 교과서에 반영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교과서는 정권의 향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학계 연구 성과와 교육적 고민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개정되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왜곡을 반대하면서 자라나는 2세들에게 권력의 코드에 맞는 역사를 가르쳐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좌편향은 안 되고 우편향은 된다'는 식의 역사교육으로는 학문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 뿐이다. 역사교육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 개편 시도는 중단해야 한다.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 사설(2008.10.19)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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