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관련자료/교사2011. 10. 19. 06:30



“선생님! 저는 지금도 국민교육헌장을 외울 수 있습니다. 한번 외워 볼까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안으로 자주국방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일류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40년 전 제자들과 선운사에 갔다 오면서 나온 얘기다. 50이 넘은 제자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암울했던 시절. 4.18 혁명을 총칼로 무너뜨린 5·16쿠데타가 일어난 후 학교 교실 벽에 필수 환경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국민교육헌장을 게시하도록 했다. 공무원이나 군인은 물론 코흘리게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의무적으로 외우게 했던 게 혁명공약이다.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전국토를 병영화하고 전국민을 사병화한 쿠데타도 모자라 장기집권을 위한 시나리오가 유신헌법이다.

1972년 10월17일 드디어 유신헌법이 선포되고 주권자들은 권력의 폭압에 숨죽이며 살아야했다. 유신 철조망 속에 갇힌 나라에는 초등학생들 머릿속에 까지 ’혁명공약‘으로 세뇌시키던 시절. 그 시절. 학교 교실마다 '국민교육헌장'을 붙여놓고 달달 외우도록하고 모든 공무원들이 그랬듯이 나는 이 학교에서 박정희 군사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학부모를 찾아다니며 유신 홍보사 노릇을 해야 했다.

 


#. 부끄러운 이야기. 하나. 유신헌법 홍보사 역할을 해야했던 교사.

유신헌법이 선포된 1972년. 경북칠곡군약목면 ‘약동초등학교’에서 근무했던 부끄러운 교사시절....

까까머리 소년, 단반머리 소녀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지켜보는 교실 전면 흑판 왼쪽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고 정면에는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라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붙어 있었다. 전면 벽에는 전지 한 장 크기의 백지에 ‘국민교육헌장’이 괴물처럼 교실을 감시하고 있었던 시절. 나는 국사정권이 만든 반공교과서를 금과옥조처럼 가르치고 혁명공약을 암기시켜야 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 안으로 자주국방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박정희는 1962년 4·19혁명을 총칼로 뒤집고 ‘혁명공약’을 발표. 철권정치를 시작했다. 집권 영구집권을 꿈꾸던 박정희는 1972년 유신헌법을 선포. 교사들까지 동원해 마을 단위로 책임구역을 배정해 유신헌법 홍보를 강요했다.

학교에서는 가정방문 계획을 수립 ‘유신헙법은 한국적 민주주의를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하는 헌법’이라는 사전 교육을 받고 순박한 시골사람에게 세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악법 홍보사로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그 시절 1972~4년까지 근무했던 학교.. 그 학교가 경북칠곡군약목면에 있는 ‘약동초등학교’였다.이런 교육을 받은 제자들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교육헌장을 암기하고 있어 부끄러운 지난날을 떠올리게 했다.


#. 부끄러운 이야기 둘. 아이들에게 민주의식도 역사의식도 심어주지 못하는 지식전달자였다.

지금은 50이 넘어 장년이 된 제자들... 당시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선생이었을까?

의식이 없는 교사... 그런 교사는 제자들에게 지식전달을 하는 판매상이나 다름없다. 초등학생에게 민주의식이니 역사의식... 그런 교육이 가능할까라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교사의 능력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내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찌들대로 찌든 교실에서 수업 전 5~6분간 ‘세상읽기’ 시간을 활용 시사문제를 통한 논술지도를 하며 지냈다. 5분만 삶을 얘기하면 ‘선생님 공부합시다’ 하는 아이들에게도 나는 삶을 눈뜨게 하는 의식화 교육을 포기 하지 않았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나는 학생들에게 묻는다. 

‘어떤 여자가 아름다운 여자일까?’

이성에 호기심이 큰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금방 눈이 반짝반짝해 진다.

“얼굴이 잘 생긴 여자요!”
“몸매가 늘씬한 여자요!”
“돈이 많은 여자요!” 온갖 소리가 다 나온다.
“얼굴이 예쁘다고 마음씨도 예쁠까?”
조용해진다.

“겉으로 보이는 건 현상이야!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도벽성이 있으나 사회성이 좋지 못하면 남편되는 사람은 평생 힘들게 살아야 하는거야!”
이렇게 ‘현상과 본질’에 대한 얘기를 하고 부분과 전체에 대해 내용과 형식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교육자란 제자들에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거다. 해서 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분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교육이다.

초등학교라고 못할 리 없다. 그것은 교사의 척학이요, 신념의 문제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나는 40년 전 초등학교 제자들에게 그런 교육을 하지 못했다. 다만 인간적으로 다정하게 그리고 편애하지 않고 많은 지식을 전달자 정도의 교사였고 그런 교사가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부끄러운 이야기 셋.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걸 가르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일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가족도 이웃도 소중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내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 내 이웃, 내 나라, 우리 문화, 우리 역사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우쳐 후회스런 삶을 살지 않는다.

아무리 유신시절이라도... 아무리 교과서를 암기시키는 지식 전달자라도 기본적인 철학을 가진 교사라면 아이들에게 삶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나는 부끄럽게도 제자들에게 삶의 안내자가 아닌 지식전달자로서 역할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시절 제자들을 만나면 선생으로서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부끄러운 교사라는 미안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물론 인간적인 교사... 편애하지 않고 다정다감한 교사도 좋다. 그러나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이기 이전에 삶을 가르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식이 아니라 삶의 안내자, 사랑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다. 

말썽을 피우고 비뚤어진 행동을 하더라도 그들의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인내로 그들을 지켜주는 교사. 그런 역할을 다 감당하지 못했기에 이들을 만나면 미안하고 부끄럽다. 아무리 유신시절. 권력의 눈치를 보며 움추리며 살았던 교사였을지라도....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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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국민교육헌장 못 외운다고 손바닥 때리는 선생님도 있었던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2011.10.19 08: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예전에 저희도 그거 왼다고 참 고생했었죠. 춥습니다. 선생님 건강잘 챙기세요.

    2011.10.19 08: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글로피스

    역사는 그 누구의 힘도 아닌 인간의 의지가 아닌
    신 또는 절대적인 존재에 의하여 도도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어떤 사명을 띠고 살아가는 인생이던간에 그 본분을 다할뿐 이겠지요
    지금은 돌아 가신지 오래 되셨지만 지만 저의 어머님께서도
    초등교사 40년 재직 하셨습니다.
    언제나 건안 하시고 기쁨의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2011.10.19 08:55 [ ADDR : EDIT/ DEL : REPLY ]
  5.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를 못하지만, 사회적 통제와 억압속에서는 또 다른이야기죠..아이들을 사랑하고 세상을보는눈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그 마음가짐 자체가 교사로서 중요한것 아니겠습니까?

    2011.10.19 10: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국가를 사랑한다. 국가를 사랑하라는 이데올로기로 사고하지 않는 국민들의 기틀이 마련된것 같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토대로 2011년 여전한 대한민국을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지지율 접전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다가도 이런 역사적 토대를 보고 있노라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2011.10.19 10: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지금 이시간 존경하던 선생님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시간내서한번 찿아 뵈어야 할 텐테 마음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2011.10.19 10:22 [ ADDR : EDIT/ DEL : REPLY ]
  8. 기현

    71년생입니다.
    유신시절은 아닙니다만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외웠어야 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때 그분의 서거로.. 안외워도 되었습니다.

    참 암울했네요
    정말 막장교사 엄청많았습니다.
    인화학교 이야기.. 정말 시골학교 대부분이 인화학교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2011.10.19 11:14 [ ADDR : EDIT/ DEL : REPLY ]
  9. 참교육님 마음씀씀이가 너무 예쁘네요 ^^;

    항상 건강하시길

    2011.10.19 11: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신록둥이

    저도 외웁니다....한번 외워 볼까요?....ㅎㅎ
    사람은 죽을때 까지 배운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저도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2011.10.19 11:41 [ ADDR : EDIT/ DEL : REPLY ]
  11. 50넘은 제자라....가슴이철렁한 심정을 이해하게됩니다.
    그때는 그렇다 쳐도 아직도 국민교육헌장은 왜 수정하지않는가요?
    아참, 이제는 그거 아무도 쓰지않아 무용지물이겠군요.

    2011.10.19 14: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그시대에서 충실하게 살게 가르치셨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 합니다.
    모든 이념과 사고는 국민의뜻과 무관한 위정자들의 잇속 나눠먹기식 사회였다고 봅니다.

    2011.10.19 16: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경남NGO박람회 홈페이지 http://gnngo.com/ 에 가시면 <경남NGO박람회 블로그용 배너달기>가 있습니다. 활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경남NGO박람회 홍보배너 달아주세요>에 간략하게나마 다는 방법을 이미지 사진과 함께 적어놓았으니 참조해주세요. 도움 부탁드리겠습니다. 파비 올림

    2011.10.19 16: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저도 국민교육헌장 열심히 외웠습니다.
    초등학생에게는 말이 어려웠던것 같아요,
    가끔씩 당시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나중에 그게 유신을 미화시킨거라는것을
    알았지요. 참으로 서슬퍼런 독재 시대였더라고요~ㅠㅠ

    2011.10.19 21:17 [ ADDR : EDIT/ DEL : REPLY ]
  15. 홍산

    국민교육헌장 많이도 외웠지요.....10월의 유신은 김유신과 같아서 삼국통일 되듯이 남북통일 되어요 노래 배워서 불럿어요 (산토끼노래에)....유신헌법은 메이지 유신과 같아 우리나라 잘산다고 했구요..... 중학교때 사회선생님 유신헌법은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큰미국옷 그려놓고-줄여서 우리나라 사람옷에 맞게 맞추어 입는다고 했어요...
    시험문제에 나왔는데....문제 다풀고 심심해서 옷까지 그렸지요....
    민주주의에 무슨 한국적 민주주의가 있을까요.......집에오면 아버지는 박정희가 종신대통령

    할려고 유신헌법개정 했다고 하시고......

    2011.10.20 00:36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버님이 훌륭하신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날을 내다보시는....

      2011.10.20 04:52 신고 [ ADDR : EDIT/ DEL ]
    • 생각하는사람

      박정희 대통령이 대통령하고 싶어 유신했다고 말하는 것은 좀 그렇네요. 그 분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인물일까요? 뭐 사리 사욕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다면 평생 대통령해도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뭐 바꿔서 좋아진게 있어야죠. 또, 대통령 하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만 보이지 헌신할 사람 보여야죠.

      2012.09.14 18:30 [ ADDR : EDIT/ DEL ]
  16. 공무원이나 군인은 물론 코흘리게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의무적으로 외우게 했던 게 혁명공약이다.

    2012.01.09 16:20 [ ADDR : EDIT/ DEL : REPLY ]
  17. 중년여자

    기사읽고조금실망
    나라가 있어야 개인이있습니다
    국민교육헌장은 요즘들어 더욱절실한 내용입니다 억지로 익혔다하더라도 그시대의 정신이아니었음 지금의 대한민국이 없었을것입니다

    2012.06.09 14:25 [ ADDR : EDIT/ DEL : REPLY ]
  18. 조병욱

    지금은 오히려 그 국민교육 헌장의 내용이 아쉬운 교육현실입니다.
    지금 후회한다는 것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여' 라는 구절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데서 일거란 생각입니다. 제 나이57인데 일부러 가끔 외우고 기회 있으면 전문을 적어보며 내용을 새깁니다. '반공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라는 말도 있어 민주주의를 생각나게 그리고 실현하게 했을 법도 한데 우린 아직도 민주주의를 모르고 있잖아요. 비난과 암투와 술수와 정권교체만을 위한 정치활동 만이 있을 뿐이고 민주적 사고방식은 결여되어있는 정치현실이란 생각입니다.

    2012.09.14 17:50 [ ADDR : EDIT/ DEL : REPLY ]
  19. 생각하는사람

    자신이 누구인지를 생각할 줄 알게 하는 교육은 지금도 요원한 얘기.
    완전 거짖인 진화론을 진리인양 학교에서 가르치니까요.
    개인이 진화인가 창조인가 고민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냥 주입식으로 너는 단세포 동물의 후예다 라고.
    아마 지금은 옛날의 반대 입장에서 서있어서는 아닌지요?
    옛날 오늘날 이쪽 저쪽 그 아무 것도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신체의 어느 근육하나 중간에 필요에 의해 더 생겨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몸에 있는 모든 것이 유전자 속에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
    더 진정으로 겸손해져서 내가 누구이며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2012.09.14 18:06 [ ADDR : EDIT/ DEL : REPLY ]
  20. seoul

    국민교육헌장의 내용을 다시 곱씹어 보세요
    구구절절이 맞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만 있지않지요 과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완벽하게 공만 있는 정책은 없습니다.
    그래도 과보다 공이 많은 정책이었습니다.
    2012년 12월5일을 지나며

    2012.12.09 16:09 [ ADDR : EDIT/ DEL : REPLY ]
  21. 참교육님 블로그 들려서 이글 저글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자식갖은 부모로서 말씀에 공감하는 바 크거든요.
    '국민교육헌장'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저는 좀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이 드는데 어떤 분들한테는 노스탤지어로 느껴지나봐요. 윗 댓글을 보니 그리워하는 분들도 좀 계신가 보네요...

    2013.01.17 16: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