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누구를 위해 만들었나
”무법천지”라는 말이 있다. 법이나 제도가 확립되지 않고 질서가 문란한 세상을 일컬어 하는 말이다. 법은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정의를 실현함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적 규범 또는 관습을 말한다. 법이란 넓은 뜻으로는 자연법, 헌법, 관습법, 명령, 규칙, 판례까지를 포함하지만 좁은 뜻에서는 일정한 조직과 절차 밑에서 제정된 법률을 가리킨다.
■ 헌법의 주인은 공화국의 주인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만든 법의 법이다. 헌법 제 2장 제 10조의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 39조까지 ‘모든 국민’이라는 단어가 무려 31번이나 나온다. 법...! “법이란 지키라고 있는거다, 법치, 법대로, 의법조치, 엄벌에 처하겠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법이라는 무기(?)를 가진 힘 있는 사람들은 법 없어도 살 사람에게 이렇게 겁을 주고 복종을 강요해왔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그것도 시시한 공중위생관리법 정도가 아니라 온갖 범죄를 다 저지른 고위공직자들은 법 중의 법인 헌법을 어기는 것도 예사였다.
주권자를 위해 만든 법의 법, ’헌법‘은 힘 있는 권력자들에게 얼마나 유린당해 왔는가? 1919년 4월 11일 상해임시정부에서 선포한 헌장에는 제국에서 민국이 된 우리 역사상 첫 ’주권자 선언‘이었다. 정부수립 후 무려 아홉 차례나 개헌한 헌법은 겨우 두 차례 주권자의 의지가 담긴 개헌이었다. 나머지 일곱 번은 대통령이 장기집권이나 권력 위에 군림하기 위해 헌법 유린, 국정농단을 예사로 자행하기도 했다.
■ 대한민국 헌법의 파란만장한 역사
제헌 이후 대한민국 헌정사는 파란만장했다. 지금까지 총 아홉번의 헌법 개정이 있었으며, 그 가운데 여섯번의 개헌은 집권자의 독재나 장기집권을 위한 것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각각 장기집권을 위해 3번씩 총 6 차례 개헌했다.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된 후 3년간 미군정의 통치를 받고 1948년 5·10 총선거를 통해 제헌의회가 구성됐다. 국회가 구성된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당연히 법의 최고법인 '헌법'을 만드는 일이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1952년 7월 2일. 집권야욕에 눈이 어두워 주권자는 안중에도 없이 6·25전쟁 중 임시수도 부산에서 양원제, 대통령 직선제 및 국회의 국무원 불신임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1차개헌(발췌개헌)과 1954년 11월 29일 초대 대통령에 한하여 3선 금지규정의 폐지, 국무총리제 폐지, 국무위원에 대한 개별적 불신임제, 군법회의에 관한 헌법적 근거 설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2차 개헌(사사오입개헌)을 감행했다.
주권자들은 자랑스럽게도 3·15의거와 4·19혁명으로 독재자를 몰아내고 혁명정부를 수립한다. 혁명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주권자의 권리를 강화해 “선거권 연령을 21세에서 20세로, 언론의 허가 검열제 불인정, 국회 양원제와 경찰 중립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3차 개헌”을 당했다. 이어 1960년 3·15부정선거 관련자 및 부정축재자들을 소급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11월 29일 제4차 개헌 헌법을 만들어 냈다.
■ 헌법을 짓밟은 박정희의 헌법 유린
불행하게도 1962년 박정희의 5·16군사정변으로 대통령중심제, 정당정치적 경향 강화, 헌법개정의 국민투표제, 법원의 위헌법률심사권 행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5차 개헌, 그리고 1969년 10월 21일 대통령의 계속 재임시 3기까지 가능, 국회의원 정수의 증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6차 개헌, 1972년 12월 27일 통일주체국민회의 신설, 임기연장과 긴급조치권·국회해산권 등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 강화, 헌법위원회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7차 개헌(제4공화국헌법)으로 유신헌법이 탄생한다.
■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의 제 8차개헌
제8차 개헌은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 이후 국가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정부 하에서 1980년 10월에 이루어졌다. 이 헌법에서는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간선하도록 변경했으며 임기를 7년 단임으로 개정했다. 8차 개헌은 보안사령관 전두환을 비롯한 정치군인들은 기본권의 개별적 법률유보 삭제 등 기본권조항 보강,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간선 및 단임 7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8차개헌(제5공화국헌법)으로 호헌철폐 저항투쟁은 1987년 10월 29일 6·29선언을 쟁취, 대통령의 직선 및 그 권한 축소, 기본권의 보강 등에 중점을 둔 현행헌법 제9차개헌(제6공화국헌법)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 6월항쟁의 결실로 제정된 제 9차 개헌 현행 헌법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결실로서 1987년 10월 29일 공포된 헌법이 제9차 개정 헌법이다. 1987년 6월, 대통령 직선제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이른바 ‘6월 민주화운동’ 또는 ‘6월 항쟁‘이다. 전두환 대통령 집권이후 계속된 민주화운동은 대통령 직선제 헌법개정을 포함한 민주체제 요구로 이어졌으나, 정부는 이에 강경 탄압으로 일관했다.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분출되자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은 ‘6.29선언’으로 직선제 개헌을 약속했고 그 결과 헌정사상 최초의 여야합의를 거친 개헌안이 만들어 지고 10월27일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대통령을 직선제, 5년 단임으로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천부적 권리로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를 두는 둥 기본권보장측면에서 진일보한 헌법으로 평가받았다.
■ 주권자들에게 헌법을 가르치지 않는 권력자
87년 개헌 이후 3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세기가 바뀌었지만, 국민 삶의 근본이자 국가를 운영하는 ‘규칙’이 되는 헌법은 37년째 그대로다. 그나마 30년 동안 헌법이 집권자의 장기집권이나 독재를 위해 개헌되는 일이 없었다는 사실만은 다행스럽다. 아무리 좋은 헌법이라도 주권자인 국민들이 헌법을 알지도 배우지도 못하고 생활화되지 않는다면 그런 헌법은 있으나 마나 한 헌법이다.
비양심적인 정치인들은 법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주권를 짓밟고 기득권을 유지를 위해 국민들에게 헌법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피땀흘려 쟁취한 헌법. 해마다 돌아오는 제헌절에 주권자가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헌법교육을 제대로 하겠다는 대통령은 왜 나오지 않을까. 다음 정부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헌법대로 사는 진정한 민주주의국가를 만들기 위한 헌법교육을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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