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중 공약 지킨 대통령은 누구...?
법정에서 증인이 거짓을 말하면 위증죄로 처벌된다. 기업이 거짓 광고를 해도 법적제재를 받는다. 정치인들은 어떨까? 만우절을 앞두고 대학생들에게 ‘가장 정직하다고 생각되는 집단’을 물었다. 어린이가 37%의 응답률로 압도적인 1위를 차치했다. 반면 정치인은 0.7%로 최하위였다(경향신문 2011.04.01). 정부가 실시한 ‘한국민의 가치관’ 조사에서도 가장 불신하는 기관으로 청와대와 국회가 지목되었다(뷰스앤뉴스 2011.05.04).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정치인에 속지 않으려면 그만큼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인이 공약상의 감언이설로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 권력을 잡고 나서 정작 공약이 거짓말로 드러나면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정책 순환과정이 파괴된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정치인이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은 관행으로 여기고 예사로 생각한다.
■ 역대 대통령 중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
공약(公約)이란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한 것`을 말한다. 약속은 신뢰다. 미국 사회에는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 이상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할퀴는 단어가 있다. 바로 ‘라이어(Liar, 거짓말쟁이)’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거짓말쟁이와는 말의 무게가 다르다. 미국에서 상대방을 지칭해 ‘거짓말쟁이’로 힐난하는 순간 그와는 원수지간도 각오해야 한다. 정치가·행정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약속은 공약(公約)이다. 사인(私人)끼리의 약속도 그렇거늘 하물며 다수 국민에게 한 공약은 그 사람의 인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왜 거짓말을 예사로 할까.
요사이 정치인들은 불신의 대상을 넘어 희화(戱畵)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심지어는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모든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다. 정치가들을 싣고 가던 버스가 도로를 벗어나 농장의 큰 나무에 부딪쳤다. 근처에 사는 늙은 농부가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큰 웅덩이를 파고는 부상당한 정치가들을 모두 묻어버렸다.
며칠 뒤, 버스를 발견한 경찰이 농부에게 물었다. “타고 있던 정치가들은 모두 어디에 있습니까?” “다 묻어버렸죠.” “생존자는 한 사람도 없었단 말입니까?” “몇몇 사람들은 자기가 죽지 않았다고 말을 했습니다만.” “그런데도 땅에 파묻었단 말입니까?” 농부가 말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는 당신도 잘 알잖아요.” 지금은 고전이 된 정치인의 거짓말을 풍자한 프랑스의 유머다.
■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나는 거짓말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언젠가 들통이 날 것을 왜 저렇게 감추나 싶어서 안타깝다.”(이명박) “상대방이 거짓말 할 때, 특히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볼 때 가장 화난다.”(박근혜) 두 후보가 최근 지상 인터뷰를 통해 밝힌 거짓말이다. 거짓말에다 공약까지 어기는 달인이 된 대통령을 여기서 평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 준 대통령은 아마 촛불이 만든 문재인 대통령이 아닐까.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오늘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며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열광한 특별한 이유는 1700만 촛불이 만들어 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문재인 대통령은 거짓말도 거짓말이지만 역대 대통령 중 국민들에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 준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의 거짓말은 19대 문재인 대통령으로 끝나기를 바란 국민들은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避獐逢虎)'. 제 20대 대통령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 법치, 정의’를 들고 나왔지만 아내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대표가 만든 법을 거부권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행사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모두 66건이었지만 대다수가 이승만 대통령 때(43회)였다. 박정희 7회, 노태우 7회, 노무현 6회, 이명박 1회, 박근혜 2회였고, 김영삼·김대중·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한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거부권 행사가 별로 없었던 이유는 국회 다수파와 대통령 소속 정당이 대체로 일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0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8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됐다. 우리는 언제 공약을 지키는 정직한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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