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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자료

전국 초중고 학생들을 한줄로 세우는 일제고사

by 참교육 2008.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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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 김용택선생님 나오셨습니다.

김 : 반갑습니다.
 
피 : 초등학생과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을 국가단위 일제고사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으로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평가를 하자는 데 왜 학부모나 교사들이 반대를 하지요?


김 : 평가를 자주 하면 학력이 향상된다고 믿는 학부모들과는 달리 교사단체나 시민운동을 하는 학부들은 상반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가 초중등학생들 중 표집을 해서 평가를 한 일은 있지만 모든 학생을 동시에 평가 대상으로 평가한 일은 우리나라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교육과학부는 오는 10월 8일은 전국 초등학교 6학년을, 10월 14~15일 에는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과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히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고사를 보게 됩니다.

박 : 평가를 자주 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학부모들의 일반적인 정서가 아닌가요?

김 : 평가는 정부의 주장처럼 ‘학력격차 해소와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 출발점과 도달점의 수준을 측정하여 바람직한 교수․학습활동 개선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런데 오는 8일과 14~5일에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처럼 전국단위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면 개인은 물론 학교간 시․도간 학력 비교가 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시․도간 경쟁, 시․도내 학교 간 경쟁 등 무한 경쟁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행 계획을 앞두고 벌써부터 일부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 모의고사를 보기도 하고, 어떤 학교에서는 문제풀이 반복 학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어떤 학원에서는 벌써부터 일제고사 대비 특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피 : 결국 학업성취도평가는 불러 올 후유증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예상할 수 잇는지요?

김 : 전국단위 성취도 평가는 학력이 아니라 점수경쟁으로 서열화가 되고 결국은 학부모의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수준평가체제 강화는 초중등 교육에서 획일적인 국가시험 성적에 의한 학교서열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평준화 해체, 학교등급제, 자립형사립고 등 서열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제중학교설립, 한국형 마이스터고교, 자립형사립고 확대 등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학교간 경쟁을 통해 학교교육의 효율성을 증대하자는 취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 : 앞으로 학교정보공개법도 시행된다면서요?


김 : 그렇습니다. 전집형 학업성취도 평가도 문제지만 ‘학부모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이유로 오는 2010년부터 ‘학교정보공개법’이 시행돼 ‘개인별 학교별 지역별 성적이 공개’하도록 의무화됩니다.

결국 전국단위 학업성취도평가는 학교별 우열이 가려져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학교선택제'로 가도록 하는 수순 밟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학부모가 그 지역의 고등학교 가운데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다른 말로로 하면 평준화를 포기하고 시험을 쳐서 일류고와 2, 3류고로 서열화시겠다는 비평준화로 가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피 :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행되고 ‘학교정보공개법이 시행돼 ‘국가수준평가체제’가 수립되면 학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요?


김 : 학교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의식하여 창의적이고 협동하는 학습분위기가 아니라 획일적인 수업으로 흐르게 됩니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주입식 교육, 정답 골라내는 기술 가르치기, 정해진 시험 시간 연장하기, 시험문제 사전 유출, 시험 관련 정보를 교실 벽에 게시하기, 채점할 때 질문과 관련이 없는 답이라도 일단 쓰기만 하면 점수 주기’와 같은 교실이 웃지 못할 현상들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그밖에도 시험과목중심의 수업이 진행되고 시험을 치르지 않는 과목은 수업을 하지 않는 파행적인 교육과정 운영, 수준별을 빙자한 우열반을 고착화시킬뿐만 아니라 지역별, 학교별 차이를 더욱 극대화시키게 될 것입니다.

박 : 학교에 따라서는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면서요?

김 : 한겨레 신문에서는 10년여 전 사라졌던 학교의 '보충수업'이 시·도 교육감과 교장들의 주도로 되살아나…하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북 경산의 한 중학교 중3 정규수업 전 보충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모든 학년이 한두 시간씩 보충수업을 한다.는 내용과 충북의 ㅎ중학교 모든 학생들이 정규수업 전에 보충수업을 강행하고. 강원 삼척과 충북 일부 지역 중학교는 보충수업뿐 아니라 밤 9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피 : 학생들의 성적결과가 교사나 교감의 평가에 반영을 우려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던데....?

김 : 전국단위성취도평가는 학교간 사활을 건 경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지역 교육청은 연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교장 교감의 인사고과에도 반영해 말썽이 있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울산시교육청은 성적에 상관없이 반별로 운영하던 고교생의 자율학습을 수준별로 나눠서 실시하는가 하면 교사 1사람이 자율학습실 하나씩을 맡아 책임지고 지도하도록 하기 위해 학교마다 400만원씩 지원키로 했다고 합니다. 또 학교급별로 학력향상을 이끌 TF팀을 두고 학생들의 실력향상이 두드러진 학교·교사에게 인사상 가점이 주어지는 교육감 표창을 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박 : 전교조에서는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거부하겠다는 교사들도 있던데 전국단위 성취도평가가 시행되면 서열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체적으로 학교가 어떻게 바뀐다는 뜻입니까?


김 : 전국단위 성취도 평가는 외고·과고·자사고 등이 초일류고군이 되고 강남이나 목동 노원 지역의 학교가 일류고군 그리고 그 외의 학교들은 이류나 삼류로 떨어져 이른바 '비선호 기피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신자유주의를 추진해 왔던 지난 정부들조차 지켜왔던 3불(三不 :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고등급제 금지 정책)은 깨어지고 말것입니다.

결국 해방 이래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현상을 방치하고 가난이 교육을 대물림하는 입시경쟁체제를 유지시켜온 한국 공교육은 파산으로 치닫게 될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박 : 경쟁 효율, 글쎄요. 교육이 아니라면 효율이나 경쟁이 긍적적인 기능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헌법정신을 실현한느 것이 정의사회, 복지사회로 가는 길이 안ㄹ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지금까지 김용택선생님과 한께 오는 8일과 14~5일에 있을 국가단위 성취도 평가에 대한 말씀을 들어 보았습니다.

선생님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

- 마산 MBC 10월 3일(FM:98.9Mhz-오후 18 : 40~19:00) '라디오 광장'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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