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하면 살려주겠다...!’ ‘핵을 버려라!, 그러면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지원을 해주겠다.’ 북한은 미국이나 우리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원칙인 ‘협상과 제재’를 이렇게 해석한다. 이런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반대로 생각해 보자. 북한이 우리 정부에 ‘미군이 한반도에서 물러나고 사드 철수하면 핵을 포기하겠다’면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북한과 대화를 하면서도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하고 북한의 끊임없이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에 대한 제재를 멈추지 않으면서 ‘선 핵포기 후 제재 해제’를 북한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는가? 여기다 탈북자들이 풍선 안에 체제비판과 김정은에 대한 온갖 비난을 담은 선전물을 넣어 날리고 있으면서 핵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서겠는가? 북한은 탈북자들 풍선 날리기를 정부와 미국의 지원으로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쓰면 어김없이 ‘국가보안법’ 생각에 오금이 저린다.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국가보안번 제 7조 때문이다. ‘이현령비현령’의 이 법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제한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을 비롯한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도구로 이용돼 왔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금기사항으로 정부비판 인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처형하는 공포의 법으로 존재해 왔다. 국가보안법이 헌법 위에 군림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해방정국에서 북한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식민지 잔재청산이다. 이와함께 토지를 ‘무상몰수 무상분배’하고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미군정과 이승만은 북한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의 입을 막기 위해 꺼낸 카드가 국가보안법이다.
헌법 제 10조 행복추구권, 11조 평등권, 12조 신체의 자유, 12조, 13조 죄형법정주의, 제 14조 거주이전의 자유, 제 15조 직업선택의 자유, 제 16조 주거의 자유, 제 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제 18조 통신의 자유, 제 19조, 20조 양심 및 종교의 자유, 제 21조 언론출판 및 집회결사의 자유, 제 22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헌법조차 국가보안법 앞에는 무용지물이다. 헌법 재 37조 2항에는 이러한 기본적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부득이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못 하도록 했다.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래 70년 동안 수천 명의 노동자, 언론인, 작가, 학생들이 구속되고 고통받았다. 보안법 수감자들 중 일부는 1998~1999년 석방될 때까지 30~40년 징역을 살아 세계 최장기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1948년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이 고문당했다(국제앰네스티, 2012년). 법무부에 따르면 1948년에서 1986년 사이 보안법으로 정치수 230명이 사형당했다. 이렇게 국가보안법은 제정 이래 70년 동안 헌법에 우선하는 “실질적 의미의 헌법”의 위치에 있다. 헌법에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제19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제21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제22조) 등의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언급돼 있지만, 보안법은 이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문재인대통령이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제 2의 베를린선언’을 발표하기 전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으로 죽음의 직전까지 내몰렸던 김대중대통령도 나름 소신정치를 했던 노무현대통령도 감히 손을 대지 못한 금기의 영역이었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면서 통일방안이며 북한 얘기를 꺼내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는 나라에서 통일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통일은 문재인과 김정은 둘이서 만나 악수하고 선언서에 도장을 찍는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권자를 소외시키고 국가보안법으로, 사드로, 그리고 최신형 무기로 무장하고 한미연합훈련을 하면서 통일 운운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
생각비행 출판사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 신기하고 재미 있는 옛 이야기 120가지.
'정치 > 세상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과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20) | 2020.07.15 |
---|---|
안희정 박원순 백선엽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16) | 2020.07.13 |
해방 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린 정부 탈출구가 없다 (18) | 2020.06.17 |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간 남북관계 누구 책임인가? (17) | 2020.06.15 |
교육의 목표가 왜 ‘인재양성’인가 (10) | 2020.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