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2015.09.09 06:59


며칠 전에 오마이뉴스에 참 재미있는 기사 하나가 실렸다. 8월 25일자 "저게 남자여 여자여? 치마 한번 올려봐"라는 기사다. ‘남자라 못 입었던 치마, 제가 한번 입어봤습니다’라는 부제가 달린 이 기사는 여성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체험하기 위해 용감한 남자가 쓴 기사다.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치마를 벗고 말았다는 기자의 결론은 남자가 치마를 입으면 안 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얼마나 뿌리 깊은가를 확인할 수가 있다.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남자는 치마를 입으면 왜 안 되는가?

 

여성은 꼭 치마를 입어야 여성다운가? 마산에 있는 모여고에 근무할 때의 얘기다. 별나게 추운 겨울날, 아이들이 짧은 치마에 덧옷도 입지 새파랗게 얼어서 등교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안을 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치마와 바지를 선택적으로 입게 하자’고 했더니 운영위원회가 발칵 뒤집혔다. 학부모운영위원 중에는 동창회 회원인 한분이 90년 전통의 유서 깊은 우리학교에 ‘여성답지 못한 바지를 교복으로 할 수 입힐 수 있는냐’며 펄쩍 뛰었다. 우여곡절 끝에 치마와 바지를 선택적으로 입을 수 있도록 결정하긴 했지만 ‘여성은 치마를 입어야 단정하고 여성답다’는 선입견을 얼마나 깊은지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흡연문제도 그렇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다보면 학생들의 흡연문제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문제는 학생들의 흡연지도를 하는 교사들의 생각이 흡연을 건강 차원이 아니라 도적적인 차원에서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 상 해로운 것은 제쳐두고 ‘나이도 어린 것이 버릇이 없다’는 이유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보기 싫다는 이유다. 결국 담배를 피우는 학생은 도덕적으로 불량학생으로 낙인찍고 지도과에 불려가 며칠간 반성문을 쓰고 벌점까지 받고서야 끝난다. 선생님들 중에는 그렇게 하면 지도가 다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성문을 쓴 학생은 교칙이 무서워 쓴 것일 뿐, 도덕적으로 나쁜 학생이라고 인정할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규범은 완전무결한가? ‘치마를 입으면 여성답다’거나 담배를 피우는 학생은 불량학생‘이라는 선입견도 그렇다.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선입견이나 편견 혹은 이데올로기의 틀에 갇혀 사는 사람이 많다. 남편을 따라 죽어야 열녀가 되고, 3종지도가 여성이 살아야할 모범적인 삶이라는 선입견은 여성들일수록 더 확고했다. 지금도 남자들이 입는 두루마기나 신부들이 입는 옷은 바지가 아니라 치마형이다. 동남아시아에는 어린 초등학생도 담배를 피운다. 도덕성이 부족해 그런 관습이 생겼을까? 아름답다는 기준도 그렇다. 꽃이 예쁘다는 것도  실용적인 것은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이 예쁘다는 가치관이 생겨 난 이후 나타난 미 개념이다.

 

 

검은 색은 추하다고 흑인을 경원시하면서 검은 색 옷을 즐겨 입는 이유는 뭘까? 검은색이 추한 색이 아니라 흑인이 더럽다는 인종주의적인 시각이 ‘검은색=더러운 색’이 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부터 미인의 기준이 서양 사람들의 체형인 8등신이었을까? 또 째즈를 처음 듣는 사람은 멜로디가 아름답다고 느꼈을까? 사람들은 처음부터 서양 사람처럼 키가 큰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했을까? 외모나 학벌이 곧 인품이 된다든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업주의가 만든 외모지상주의는 인품이 아니라 외모나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 존경의 대상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며칠 전 내 블로그에 ‘교과서 없이 수업해 보세요’라는 글을 올렸더니 ‘객관적인 채점의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고,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어려울 것 같은데요.’라는 댓글을 단 분이 있었다. 현직교사로 보이는 이 선생님의 선입견은 교과서가 없으면 출제가 어렵고 학생들의 서열을 매기기 어렵다는 현실을 걱정한 탓이리라. 공부가 시험을 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닌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게 교육인데, 현실은 상급학교 진학이 공부의 목적이 되다시피 한 현실.... 자연 속에 풀어 놓고 지연을 만나게 하는 것이 흑판을 마주하고 앉아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수업이 될 수 있는데... 스스로 공부할 과제를 찾아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공부가 될 수 있을 텐데... 학교는 왜 자꾸 학생들을 많이 외우게 하고 외운 결과를 기억 순으로 테스트를 해 서열 매기려 할까? 선입견이나 이데올로기 틀에 갇혀 살면서 진보니 개혁을 말할 수 있을까? 

 

 

-----------------------------------------------------------------------------------------

 

2014년 4월 16일...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교보문고 
http://digital.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Detail.ink?selectedLargeCategory=001&barcode=4808994502151&orderClick=LEA&Kc=

예스24 
http://www.yes24.com/24/Goods/9265789?Acode=101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9450215

북큐브 
http://www.bookcube.com/detail.asp?book_num=130900032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모두가 편견입니다
    그것을 깨 뜨리고 편견이 없어질때 자유로워질수 있습니다
    저는 구두를 안 신고 늘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이것도 이상히 생각하시는분들이 있습니다 ㅡ.ㅡ;;

    2015.09.09 08: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선입관과 편견이 그래서 무서운 겁니다.
    우리 사회에 저러한 것들이 넘쳐나지요. 내 주변에는 없는지 돌아보야 할 것입니다.

    2015.09.09 08: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왜곡된 가치관인 줄 모르는게 문제지요 여기다 미디어들이 사람들의 가치관까지 왜곡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2015.09.09 15:58 신고 [ ADDR : EDIT/ DEL ]
  3. 놀러왔습니당 ㅎㅎ 헿 선입견이...............ㅠㅠ

    2015.09.09 09: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선을 그어 놓는 사람들
    선 안에사는 사람들
    선 밖이 궁금한 사람들

    필요할 땐 선을 지워야 합니다.
    선을 지우는 사람들도 필요한데..
    누가 선을 지울 수 있을 까요.

    2015.09.09 09: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자신이 살고 있는 영역이 선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지요. 교육과 언론이 그런 틀을 만들고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2015.09.09 16:01 신고 [ ADDR : EDIT/ DEL ]
  5. 흑백논리, 고정관념, 선입견..
    모두 어떤 의미에서든 기득권자들이
    오직 자신들 편하자고 밀어붙이는 오류들이지요.
    그 그릇된 신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는지
    굳이 역지사지를 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하긴 역지사지를 해서라도 알아차리는 사람은
    그래도 나은 사람이겠지만요..^^

    2015.09.09 11: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범죄지요. 순지하 국민을 마취시키는....
      국가가 저지른 폭력은 폭력인 줄 모르고 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15.09.09 16:03 신고 [ ADDR : EDIT/ DEL ]
  6. 쉽지 않습니다. 선입관과 편견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2015.09.09 12: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잘못된 가치관을 지적하면 빨강색을 당합니다.
      교육자와 미디어관련 종사자들의 죄가 큽니다.

      2015.09.09 16:04 신고 [ ADDR : EDIT/ DEL ]
  7. "스스로 공부할 과제를 찾아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공부가 될 수 있을 텐데... "

    선생님께서 하시고 싶은 수업이시군요. 저도 동참할께요. 대학원 교직수업은 '토론수업'이라는 것을 하시더군요.
    그러나 한번도 그런 수업을 못하고 자란 교수님들은 모둠만 정해주셨어요. 각자 알아서 조별로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감상에 지나지 않는 수업이 진행되었어요. 학기내내 시간 떼우기식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평가도 모둠별 학생들이 했고. 교수님께서 하신 일은 채점 합산... 그 덕에 발표력과 PPT능력은 키웠지만 토론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네요. 그렇게 양성된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성인이니 알아서 공부하라는 뜻이었을까요? 저한테는 가르침이 없는 수업이었어요. 그러니 아직도 토론수업, 프로젝트 수업, 탐구수업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 숙제만 더 많아졌으니까요. 학교는 발표하고 평가하는 곳이랍니다.ㅠㅠ

    2015.09.09 13: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사시가 된 사람들.... 자신의 시각이 지극히 정당하다고 고집입니다.
      구 둘 달린 토끼가 귀하나 달린 토끼 마을에 갔다가 병신 취급 당하듯 왜곡된 시각을 고치려면 빨강색칠을 당합니다. 진실을 보는 눈... 어릴 때부터 객관적인 눈,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015.09.09 16:06 신고 [ ADDR : EDIT/ DEL ]
  8.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저 스스로를 돌아봐도 사실 편견이나 선입견의 노예가 된 듯한 느낌이라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2015.09.09 14: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새날님이야 그럴 리가 없지만 바른말 하는 사람,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종북으로 낙인찍혀 출세거 승진이고 단념해야 합니다. 바르게 살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2015.09.09 16:08 신고 [ ADDR : EDIT/ DEL ]
  9. 선입견도 선입견이지만 나와 다른 사람을 색안경끼고 보고 뒤에서 수군대는 우리나라 오지랖이 더 큰 문제입니다.

    2015.09.09 16: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요, 내 생각은 진리고 남의 생각은 틀려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2015.09.10 08:06 신고 [ ADDR : EDIT/ DEL ]
  10.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진보나 좌파가 얼마나 될까요?
    공부도 안 하고, 관련 서적도 안 읽고 무엇이 진보고 무엇이 좌파인지 알겠습니까?
    그 출발부터 변화까지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진보니 좌파니 운운하니 답이 없습니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고 미래상을 결정하는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이데올로기를 얘기하려 하지 않는데, 집권세력은 매일같이 이데올로기를 팔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적 가치에 물들어 박근혜와 여당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헌데 진보좌파는 이데올로기를 꺼내기도 두려워합니다.
    답이 없는 이유입니다.

    2015.09.09 17: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렇잖아도 어제 바람부는언덕님이 쓴 미구인 노조에 가입하라는 글 수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평등이라는 말만 꺼내도 종북딱지붙이는 나라가 희망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2015.09.10 08:04 신고 [ ADDR : EDIT/ DEL ]
  11. 오늘의 주제는
    시간을 두고 고민해봐야 댓글을 달 수 있을 정도로
    저 또한 고정관념이 완고했었나 봐요.ㄷ~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5.09.09 20: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