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미친 나라...!

경쟁이 나쁘기만 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결과가 뻔한 경쟁, 부모의 경제력으로 승패가 결정난 게임을 공정한 경쟁 운운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지경이 됐을까? 시합 전 승패가 결정난 경기를 경쟁이라며 인격까지 서열을 매기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폭력이 아닐까? 어른들은 말한다. ‘다 너를 위해서...’라고. 과연 이런 무한경쟁이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이며 교육적일까?

 

 

<이미지 출처 : 한겨레신문>

 

 

우리나라 국민이 한 해에 쓰는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1등이라는 분석보고서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해, ‘지표로 본 대한민국’이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GDP 중 차지하는 비중이 2.96%로 OECD 평균 1.11%를 크게 웃도는 1등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3등인 미국과 그리스는 각각 1.61%, 1.32%였으며 5등을 차지한 일본은 1.17%였다.

 

우리나라를 일컬어 사교육공화국이라고 한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해 말, ‘한국의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의 6%를 차지하고 고등학생의 80%가 과외를 받고 있어 가계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도대체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의 6%라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큰돈일까? 2010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는 약 1조달러, 우리 돈으로 1100조 정도다. 100조의 6%라면 일년에 66조가 사교육비로 씌어진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한 번 보자. 「고가 아파트 3채를 임대하여 속칭 스타강사 일부를 포함한 강사 16명과 계약하고 기업처럼 불법과외를 운영해 왔다. 수리과목은 한달에 170만원, 나머지 과목은 100만원씩, 학생 한명이 많게는 월 1000만원씩 과외비로 냈다. 강사들은 고교생과 재수생 30여명으로부터 6개월간 최소 16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1 3월 22 MBC 보도)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은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을 본받으라’고 했지만 과연 우리나라 교육이 다른 나라가 본받을 만큼 모범적일까? 정부발표에 따르면 지난 해 우리나라 교육비 총액은 40조 5284억원이다. 이 중 사교육비가 21조 6000억이라고 했으니 공교육비는 20조 정도라고 보면 맞다. 교육비가 50조에 가까운 나라... 이게 본받을만한 교육일까? 그런데 사교육비가 정말 21조 6천억뿐일까? 정부발표대로 21조 6000억... 그 사교육비가 얼마나 큰 돈이지 살펴보자.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1조니 30조니 하는 불확실한 수치가 떠도는 이유는 음성적인 사교육까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허왕희가 쓴 ‘비겁한 대한민국의 어머니들’ 이라는 책을 보면 30조 사교육비의 진실을 엿볼 수 있다. 화폐단위 억단위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30조라는 돈은 이명박정부 때, 4대강 사업으로 들어 간 돈이 22.2조다.

 

65만명의 국방부 식구들의 의식주와 급여, 그리고 전투기를 비롯한 무기구입비까지 포함한 국방비예산이 2011년 기준 31.3조원이요, 1,033만명 서울시 한 해 예산이 20조다. 앞으로 날이 갈수록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사교육비... 이대로 좋을까?

 

우리나라 모든 학생이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설학원이 없는 산간 도서벽지의 학생들과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는 학생들 30%정도로 빼면 전체 인구의 70%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재수생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학생 수는 7,718,750명이다. 70%의 학생 5,403,125명이 사교육을 받는다면 인당 사교육비는 5, 552,342원이다. 도시 가구당 소득이 400만원이라고 했으니 소득의 20%정도를 사교육비로 쓰고 있다는 말이다. 형편이 좋은 집은 150~200만원, 과한 집은 300만원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말이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의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된다는 말이 돼 나왔는지 알만하지 않은가? 가계빚 800조라는 보도에서 우리 부모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등록금 1000만원시대, 대졸자의 대부분이 빚쟁이가 되어 신용불량자가 될 개연성을 안고 사는 나라, 머리 좋은 학생들을 뽑아 고시나 취업준비나 시키는 일류대학... 이게 정상적인 나라라고 믿어도 좋을까?

 

아이 한 명을 낳아 22년 동안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2009년 기준, 2억6204만 원, 년 평균 1200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현재 결혼비용까지 포함하면 대충 아이 한 명을 낳아 키우는데 4억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계산 한 번 더 해 보자. 2011년 4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의 월평균소득은 393만6000원으로 연간 5000만 원이 조금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학교를 마치고 가정을 꾸려 평균 25년 동안 매년 5000만 원씩 버는 걸로 가정하고, 아이 둘을 낳아 결혼까지 시키는 비용을 대는 것으로 가정하면 '평생 버는 돈 (5000만 원×25년 = 12억5000만 원) - 자녀 양육비 (4억×2명 = 8억) = 4억5000만 원'이 된다. 이 4억5000만 원을 가지고 두 부부가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다.(프레시안 2012.04.04 08)

 

미친 사교육비...!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해 ‘5.31교육개혁’을 통해 교육대통령이 되겠다’던 김영삼대통령... ‘난마처럼 얽혀있는 교육문제를 말끔하게 정리하여, 마음 놓고 자녀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대통령이 되겠다’던 김대중 대통령... 그들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의 교육을 살려 놓았을까?

 

<이미지 출처 : 프레시안>

 

 

‘교육재정 국내총생산(GDP) 6% 확보, 공교육 내실화, 5세아 전면 무상교육, 4세아 이하 보육비 50% 지원, 고교 무상교육 임기내 시행하겠다.’던 노무현대통령도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여 반드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임기가 끝나도 달라진 건 없었다.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던 이명박대통령은 무너진 학교를 살리고 공교육을 정상화 시켜 놓았는가?

 

역대 대통령치고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큰 소리 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교육을 살리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한결같은 소망인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사교육비에 지치고 과외며 보충수업에 지칠대로 지친 학부모들에게 사교육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박대통령의 공약이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까?

 

사교육이란 '돈으로 성적을 사는 경쟁'이다. 돈을 들여 아이들 성적을 사는 행위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아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부잣집 아이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없이 순수해야 할 아이들의 배움에 부모의 경제력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 또 그 때문에 가정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 대부분이 노후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사교육은 더 이상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만이 아니다. 사교육으로 가정이 파탄 나고 학교조차 교육을 하지 못하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없는 학교는 학벌사회로 이어지고 학벌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독버섯이 되어 세상을 부패시키고 있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승자독식사회를 언제까지 구경꾼으로 지켜보고 있어야만 할까? 왜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선진국처럼 사교육이나 경쟁이 아닌 교육하는 학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는 없을까? 노인층은 늘어 가는데 젊은이들은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절망적인 미래를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 이 기사는 '맑고 향기롭게'(2014. 3)에도 실려 있습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