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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관련자료/학교운영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

by 참교육 2008.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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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경쟁이 허용되지 않는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지배할 수 없다. ‘이익이 선’이 되는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시장판’에서는 정보가 없는 소비자만 피해자가 된다. 시장뿐만 아니다. 몇 년 전 ‘주민자치를 한다면서 동네어귀에 자치위원을 공개 모집하는 플래카드가 걸렸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좋아 ’좋은 동네‘를 만들어야겠다는 객기가 발동해 이력서를 내고 당당히 당선(?)됐는데, 웬걸 그 기대는 임명장을 받는 순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동사무소(현 주민자치센터) 집행권자는 동장이다. 동장이 동민을 위한 살림살이를 얼마나 규모 있게 하는가를 확인하고 예산과 결산을 살펴 민주적인 동네를 이끌어 보자는 게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든 취지일 게다. 그런데 그런 주민자치위원의 임명장을 동장으로부터 수여받고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인내심을 발휘해 몇 년을 주민자치위원으로 참여했지만 달라지기를 기대할 수 없었다. 이름은 심의기구라 해놓고 심의할 안건이라는 게 고작 주민의 수익자부담사업인 스포츠 땐스니 요가와 같은 사업(?)을 심의하는 수준이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운영위원회라는 기구도 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입된 지 13년이나 지났지만 ‘학교를 바꿔낼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립은 자문기구요, 공립은 심의기구’라는 태생적인 한계는 덮어두더라도 학교장의 민주의식이 그렇고 구성원인 운영위원들의 수준이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학교의 주인이라는 학생대표까지 참가를 봉쇄당하고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는 허울 좋은 껍질만 남아 있는 셈이다.

학교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어떤 사람일까? 첫째 교사위원의 경우를 보자. 교육위기의 책임이 교사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지만 위기의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할 사람은 교사위원이다. 그러나 현실은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얻기 위해 정략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가하는 교사위원이 허다하다. 심지어 어떤 학교에서는 부집행권자인(?) 교감이 학교운영위원이 되는 학교조차 있어 학교장의 독단적인 학교경영의 속내를 드러내는 학교도 있다.

‘직선제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유권자의 수준을 뭘로 아는가?’라고 힐난할지 모르지만 그건 학교실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학부모위원은 또 어떤가? 내 아이가 아닌 모든 아이들의 대표라는 임무를 망각하고 있다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학교와 이해관계가 있는 학원운영자, 부교재업자 앨범 제작업자, 정치지망생... 등 그야말로 별이 별 사람들이 다 참여한다. 이런 사람의 경우일수록 일 년 내내 단 한건의 안건조차 제안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을 하다가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운영위원회의 또 한 축인 지역위원은 어떤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유일하게 직선이 아니라 선출된 운영위원의 추천으로 선출된 지역위원의 경우, 대부분 학교장이 추천한 인사가 지역위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위원의 자격이야 ‘지역의 명망 있는 인사’라지만 학교장이 추천한 인사가 집행권자를 견제할 수 있을까? 교사위원이나 학부모위원들이 추천한 지역위원의 경우는 드물게 참신한 운영위원도 있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학생 수가 100명도 안 되는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의 경우 참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학교경영에 열성적인 운영위원도 많다. 또한 탁월한 식견이나 교육철학을 가지고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겠다는 훌륭한 교장선생님도 많다. 그러나 학교장 중에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마다하는 독선적인 교장도 없지 않다. 민주주의를 하자고 만든 운영위원회가 철학 없는 학교장의 독선으로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교 만들기는 아직도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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