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 16 참사 2년 전인 2014년 4월23일 '제주도 수학여행, 관광인가 수학(修學)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썼던 일이 있다. 그 후 2년 뒤인 2014년 4월 16일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4. 16 참사를 겪었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이런 위험을 부담해 가며 그래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고 싶은지, 그것이 정말 교육이기나 한 것인지를....
새학기를 맞기 빠쁘게 제주로 혹은 관광지로 수학여행 계획을 세워 떠나는 학교가 있다. 이름이 수학이니까, 아이들이 공부를하러 간다니까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제주에 관광철을 맞아 집단으로 떠나 사진찍고 향락문화, 소비문화를 배우고 돌아오는 게 수학인가? 수학여행을 다녀 온 학생들에 물어보자. 머리 속에 남는게 무엇인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육적이지 못한 일이 어디 한두가지일까만은 수학이 아닌 관광을 왜 계속 고집하고 있을까? 사전을 찾아보니 수학여행이란 '교육 활동의 하나로서 교사의 인솔 아래 실시하는 여행. 학생들이 평상시에 대하지 못한 곳에서, 자연 및 문화를 실지로 보고 들으며 지식을 넓히는 행사'라고 정의해 놓았다.
이런 여행이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 수학여행을 보내는 학교도 그렇지만 부모들이 동의하는 이유는 '공부하느라고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3년에 한번뿐인 여행을 보내는게 나쁠게 있는가'라는 정서가 이런 비교육적인 행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경험도 경험 나름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학여행에서 아이들이 숙박업계나 여행사의 장사속으로 아이들이 상처받고 피해는 보는 일을 수없이 경험했다.
백번 양보해 수학여행을 통해 그런 고생도 한 번 해 보는게 필요하다고 치자. 그렇지만 한 학년 수백명이 관광버스에 나눠타고 숙박시설에 짐짝처럼 취급당하며 소비문화와 향락문화를 배우는게 정말 교육일까? 학생들이 스스로 조별토론을 통해 소그룹별로 나누어 농촌체험이나 봉사활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숙박시설이나 편의시설 부족으로 애로사항을 모르는 바 아니다.
숙박시설이나 편의시설의 애로사항을 핑개로 수학이 아닌 향락문화나 소비문화를 수학하는 비교육적인 연례행사를 계속한다는 게 교육적인가?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게 아니다. 지자체는 이런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닌데 왜 해결책을 찾지 않고 있는가? 숙박시설이 없다고 대안이 없는게 아니다. 몇년 전 경남창원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시장에 수학여행을 가서 화제를 됐던 일이 있다. 역사가 숨어 있는 시장을 둘러보면서 고향을 배우고 나를 찾아가는 체험...얼마나 멋진 교육인가?
다시 4. 16을 맞으며 우리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반교육적인 문화를 하루 빨리 청산하기를 기대해 본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그렇다. 아이들은 학교공부에 지쳐 학교를 떠나 며칠간 머리를 식히며 쉬고 싶지만 교육적이지 못한 향락문화를 체험시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이러한 반문화를 개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안전교육과 함께 소비문화와 항락문화를 체험하는 수학여항문화를 하루 빨리 개선하기를 기대해 본다. 단원고 학생 250명 인솔교사 12명, 그리고 승객 33명 등 304명이 희생된 참혹한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교육당국과 학교는 교육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학교가 할 본연의 의무가 아닌가?
2012년 4월 23일
새 학기가 되기 바쁘게 학교마다 수학여행계획에 분주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는지 학교마다 제주도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지로 선택하는 이유가 뭘까? 언젠가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에게 물었다.
“제주도 여행가서 뭘 배웠니?, 어떤 곳이 특별히 인상적이었니?”
“제주의 쪽빛바다와 올렛길, 정방폭포며 한라산의....!”
“그런 건 영상으로 봐도 다 있는데...! 왜 하필 돈 들여 아까운 시간 내 고생하면서 그기까지 가서 봐야하지?”
“그건...??? ”
제주에 다녀 온 학생이라면 당연히 4·3에 대한 얘기부터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관광객의 구경거리식의 여행이라니.....!
“혹시 제주도 여행 중에 4·3에 대해 들어 본 얘기라도 있느냐?”고 했더니
“4·3이 뭐예요?”하고 되물었다.
(가)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며 학습한 내용을 현장학습을 통하여 확인하고 감상하는 산교육 경험을 갖는다.
(나) 사진과 지도로만 보던 아름다운 국토의 자연과 나날이 발전하는 국토의 참모습을 통하여 국토애를 갖는다.
(다)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돌아보면서 우리의 긍지를 높이고 다른 고장들의 지리 풍속 등을 살피어 배움의 폭을 넓힌다.
(라) 질서를 지키고 인화 협동하는 공동생활을 통하여 상호간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실제의 체험을 갖는다.
(마) 올바른 여행 자세와 방법을 익혀 문화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한다.
(바)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마련하고 내일의 보람을 위해 희망적인 꿈을 키운다.
어떤 학교에서 계획한 수학여행 목적이다. 이 정도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학여행이라면 교실에서 배우는 것 보다 백배 천배 낫다. 그런데 왜 제주도에 다녀와서 4·3도 모르고 돌아왔을까? ‘4·3제주항쟁’이 무엇인가?
제주도민의 3분의 일 혹은 3만명이 미군과 국군, 경찰의 총에 억울하게 숨져간 비극의 땅. 현기영의 ‘순이 삼촌’이나 이산하의 ‘한라산’이라는 시한편이라도 읽어보고 다녀 온 수학여행이라면 남다른 수학(修學)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역사의 아픔을 외면하고 제주도를 관광여행하고 다녀오는 수학여행, 과연 수학(修學)이라 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하려면 학교운영위원회에 여행의 목적이나 일정, 경비 그리고 사전답사계획까지 구체적인 계획서를 제출해 통과시켜야 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사는 시행착오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런데 소풍이며 수학여행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다 보면 목적 따로 행사 따로다. 시행 후 결과평가는 더더욱 없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만 이런 게 아니다. 계기수업은 또 어떤가? 학교에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계기 수업은 없다. 일제식민지 잔재인 애국조례 때 교장이 몇마디 하는 게 계기교육(契機敎育)의 전부다. 수업시간이나 조·종례 시간에 전교조교사들이 몇마디 하면 신경을 곤두세운다.
수업시간에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3·1절이나 4·19, 혹은 5·16이나 5·18에 대해 물어보면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학생들 잘못이 아니다. 시험 점수 몇 점으로 인생의 승패를 좌우하는 현실에서 그런 게 대술리 없다. 어떤 단체에서 통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초·중·고생 40%는 통일 안 돼도 그만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통일을 하면 북한이 가난하기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란다.
오늘의 내가 여기 살아 있다는 것은 우연일까?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 내가 먹고 입고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선조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요, 노동과 투쟁의 댓가다. 역사의식이란 조상들에 대한 부채의식이요, 예의다.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학문이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역사의식, 민주의식, 시민의식, 권리의식이 없는 인간을 양성하는 게 어떻게 민주시민교육인가? 교육을 받아도 나를 찾지 못하는 방랑자를 만드는 교육, 교육의 목적이 출세하고 재산을 늘리고 유명인사가 되기 위해서라면 그런 교육으로 어떻게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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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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