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어렵다고 울상이다. 수능이 끝나기 바쁘게 ‘변별력이 어쩌고... 난이도가 어쩌고...’ 하는 언론 보도를 보면 전문가가 아니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왜 수능을 어렵게 출제했을까? 출제위원장인 서울대 안태인 교수는 “수리 영역이 작년보다 어렵게 출제되었고, 영어와 제 2외국어의 경우에 특목고 학생들이 높은 성적대에 몰리게 될 것을 감안하여 출제하였다”고 한다.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수능을 어렵게 출제한 이유가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니 그렇다면 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원에서 고액과외를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출제했다는 말인가?
교육부의 3불 정책 폐지론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가운데, 지난 22일 참교육학부모회는 2008년 대학입시안을 방관하는 교육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 전교조
정부에서는 입만 열면 ‘학교 살리기니... 공교육정상화’라더니 그렇다면 공교육 살리기에 앞장서야할 정부가 ‘사교육 살리기’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수능을 어렵게 출제하겠다는 방침은 서울대학이 지난 13일 ‘2010학년도부터 정시모집 2단계 선발에서 면접·구술고사를 없애는 대신 수능 20%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후 서울의 대부분 대학이 앞 다퉈 수능반영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고려대학은 수능뿐만 아니라 사실상 고교 등급제로 학생을 선발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수능을 얼마나 어렵게 출제했을까? 사설입시기관들이 분석한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를 보면 수리 ‘가’형의 1등급 구분점수는 지난해에 비해 20점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수리영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수험생이 상위권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결국 대학입시에서 각 대학이 수학능력고사를 어렵게 출제한 이유는 공교육이야 무너지든 말든, 특목고 학생들을 경쟁적으로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더더구나 이해 못할 일은 이를 지도감독 해야 할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다.
일류대학 졸업장이 취업은 물론 사람의 가치까지를 좌우하는 현실에서 수능을 어렵게 출제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당연히 고등학교는 수학능력고사를 대비해 문제풀이식 입시교육으로 변질될 게 뻔하다. 학교교육만으로 일류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한 부모들은 당연히 고액과외를 찾게 되고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학원으로 학원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공교육을 살려야할 정부가 앞장서서 ‘내신은 학교에서, 수능은 학원에서’에서 준비하라고 권장하고 있는 셈이다.
일제고사 부활, 영어몰입교육, 영어 수업 시수 확대, 국제중학교 도입도 모자라 이제는 5개 영역에 1등급을 받은 수백 명의 학생들을 위해 수능까지 어렵게 출제하고 있다. 수학능력고사를 자격고사로 그래서 대학서열화를 완화시키는 것이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길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학교 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특정 대학과 사교육 시장에 특혜를 주는 어려운 수능과 고교등급제를 도입해 고액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우수대학을 선점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는 안 된다. 온 나라를 입시 학원화하고, 아이들은 살인적인 입시 경쟁 교육에 내모는 입시정책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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