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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어려운 수능, 공교육 살리기인가

by 참교육 2008.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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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부활, 영어몰입교육, 영어 수업 시수 확대, 국제중학교 도입으로 대학서열화를 강화하던 이명박정부가 이번에는 수학능력고사를 어렵게 출제해 대학입시 결정권을 사교육 시장에게 줬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설입시기관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수리 '가'형의 1등급 구분점수는 지난해에 비해 20점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은 1등급 구분점수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수리영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수험생이 상위권 대학 진학에 유리할 전망이다.

     <수능 거부하고 교육부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 중인 허그루(고3)군 사진: 청소년신문 바이러스)

출제위원장인 서울대 안태인 교수는 "수리 영역이 작년보다 어렵게 출제되었고, 영어와 제2외국어의 경우 특목고 학생들이 높은 성적 대에 몰리게 될 것을 감안하여 출제하였다"고 밝혔다. 결국, 대학입시에서 수학능력고사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도록 출제했다는 것이고, 특목고 학생들을 고려하여 출제하였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에 따라 성실하게 수업을 받은 학생이 아니라 학원에서 고액과외를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변별력을 높였다는 것은 공교육정상화보다는, 일부 상위권 대학의 요구와 대학입시에 대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 것이다.

대학입시 자율화가 특정 대학을 위한 자율화일 수는 없다. 수능을 어렵게 출제한 것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여 공교육이 설 곳을 잃게 한다. 수능 5개 영역에 걸쳐 1등급을 받는 학생 수백 명을 위해 변별력을 높인 것은 대학서열화를 강화하는 조치며 '내신은 학교에서, 수능은 학원에서' 준비하라는 뜻이다. 학교를 살리도록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면 수능 의존도를 높일 게 아니라 내신반영 비중을 높이는 게 순리다. 수학능력고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학교교육이 수학능력고사 대비 문제풀이 식 수업으로 변질할 수밖에 없다.

학교교육이 '교과 단위'로 시행되는데 수학능력고사는 '영역'으로 출제한 의도 또한 일부 상위권 대학의 요구와 대학입시에 대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온 나라를 입시 학원화하고, 수험생들을 살인적인 입시경쟁에 내모는 어려운 수능과 고교 등급제 도입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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