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밥좀 먹자, 잠 좀 자자!"... 언제까지

by 참교육 2008. 11. 9.
반응형

오전 6:00 세면 및 아침식사.

오전 7:30 등교완료, EBS 교육방송 청취 시작,

오전 8:10 0교시가 시작.

오전 9:20~ 오후 5:00 정규수업 및 청소 석식,

오후 6:10 보충수업 시작, 보충수업이 끝나면 이때부터 바로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된다.

오후 10:00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하교. 이때부터 학원 공부가 시작된다. 새벽두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기 바쁘게 씻는 둥 마는 둥 바로 잠에 빠진다.

고 3학생들의 하루 일과다. 기껏 서너시간 눈을 붙이자 말자 잔인한(?) 벨소리에 잠이 깬다.

비몽사몽간에 시작하는 아침 자율학습과 1교시 마침 종이 울리기 바쁘게 뛰어 가는 곳이 매점이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뜸도 들이지 않은 채 걸신들린듯이 먹어치우고 수업을 시작하지만 생리적인 유혹에 못 이겨 잠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오죽하면 이런 구호를 외치며 촛불집회를 달구었을까?


교실 안의 분위기는 이보다 훨씬 더 살벌하다. ‘아침 먹고 오세요’와 급훈은 차라리 귀엽다 ‘졸면 죽는다’, ‘공부만이 살길이다’, ‘포기란 배추나 셀 때 하는 말이다’ ‘센팅이 답니다’, ‘네 성적에 잠이 오나’와 같은 자극제가 있는가 하면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와 같은 노동천시 구호가 있고 심지어 ‘30분 더 공부하면 마누라 몸매가 달라진다’, ‘30분 더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달라진다” 와 같은 구호까지 걸려 있다.

수능을 며칠 앞둔 학교 건물에는 온갖 구호가 펄럭인다. ‘수능대박’ ‘꿈은 이루어진다’, ‘우리는 선배님들을 믿습니다’와 같은 후배의 기원문이 있는가 하면 동문들이 후배들을 격려하는 구호와 학교가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기원문이 걸려 있다.

수능일이 다가오면 학교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려는듯 ‘전교생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장도식‘을 여는가하면 ‘수능 대박 기원 풍선 날리기’와 같은 행사를 하기도 하고 ‘잘풀고 잘찍자’, ‘당신은 수능 킹입니다’와 같은 핸드 폰 배경화면을 선물로 보내기도 한다.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은 일찍부터 유명사찰을 찾아 100일기도를 하고 백화점 등에서는 수능을 앞두고 한 몫을 잡겠다는 상업주의 아이디어가 아이디어 기승을 부린다.


수능을 하루 이틀 남겨놓고 장도식을 마치면 어김없이 교실 구석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였던 참고서며 교과서 버리기 행사(?)가 시작된다. 폐기물업체에서 보내준 크레인이 운동장 한 구석에 서 있고 학급별로 들고 나온 책들이 산처럼 쌓인다. 후배들은 혹 자신이 쓸 참고서나 교과서가 있는가 기웃거리다가 맘에 드는 책이라도 발견하면 한 아름씩 안고 들고 가는 모습도 보인다.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들은 운동량이 부족해 부었는지 살이 쪘는지 모를 몸으로 마무리 하는 모습을 보면 차라리 눈물겹다. 해마다 반복되는 살인적인 풍경은 낭만적인 행사(?)처럼 반복되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되는 눈물과 고통을 강요하는 비교육적이고 잔인한 행사다. 이러한 고 3학생들의 고통을 연례행사처럼 반복할 수 없다는 움직임도 끊임없이 계속됐지만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한마디로 무시당해왔다. 보다 못한 민주노동당 소속 권영길의원이 ‘학생인권법’을 발의 해 눈길을 끌었다.

‘0교시 등을 이유로 정규수업 시작 이전에 등교시키거나 학생의 동의 없이 강제로 야간 보충수업, 자율학습 등을 할 수 없다.’

‘두발과 복장을 포함해 소지품, 가방, 일기 등 학생 개인의 사적 생활에 속하는 물품들을 검사하는 것을 금지한다.’

‘가정환경, 성적, 외모, 성별, 국적, 종교, 장애, 신념, 성정체성 등의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소한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권까지 저당 잡힌 현실. 제발 이번 18대 국회에서는 권영길의원이 발의한 학생인권법이 통과돼 야만적인 학교가 교육하는 학교로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 기사는 양산 '시민의 신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