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막 시작하려는데 뒤에서 주희가 거울을 보고 있었다. 나는 동작을 잠간 멈추고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한참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에야 아이는 눈치를 채고 거울을 내려놓았는데 내가 눈을 돌리자 다시 거울을 집어 들었다.

 

“나와!”

 

보통의 경우 그렇게 아이가 나오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다시 앉히곤 했다.

“앉으면서 반성했지?”

 

그리고 자리에 앉은 아이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의 입에서 나온 이말 때문이었다.

 

“짜증나!”

 

나는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

.......................

 

“너 지금 짜증난다고 했어?”

“..........”

 

“너 거울보고 있어서 선생님이 1차 지적을 했지?”

 

“언제요?”

 

“언제라니? 네가 거울을 보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널 한참 바라봤잖아?”

“잘 모르겠는데요."

 

“잘 모르다니? 네가 방금 전에 한 행동을 모른 다는 것이 말이 돼?”

 

“눈이 아파서 거울을 좀 봤어요. 그게 잘못이예요?”

 

“”선생님 지금 많이 놀라고 있어. 너하고 이런 대화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내가 널 한번이라도 무시한 적이 있어? 그동안 내가 널 어떻게 대했는지 네가 알잖아. 어떻게 선생님한테 이럴수가 있어?“

 

“제가 어쨌는데요?”

 

여기까지 대화를 하다가 나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제가 어쨌는데요?” 그 당돌함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널 어떻게 대했는지 네가 잘 알잖아” 이 대목에서 아이가 픽 웃어버린 것이었다.

.....................

.......................

“난 너하고 대화를 하고 싶은 거야”

 

“대화는 무슨?”

..................

...................

 

“너 지금 비웃고 있는거야?”

 

“아닌데요”

 

“그런데 왜 웃는거야?”

 

“웃음이 나오는데 어떻게요?”

..........................................

..........................................

 

요즈음 교사라면 일상적으로 당하는 일이다. 이 글은 순천 효천고등학교 안준철선생님의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에 나오는 얘기다.

 

이정도는 약과다.

남학생의 경우 자는 아이을 깨우면 교사를 쳐다보는 인상이 소름이 끼칠때도 있다. 눈길이 교사를 쳐더보는 눈이 아니다. 

'왜요?" 

잠이 들 깬 눈으로 처다보는 인상에 짜증이 묻어 있다. 한마디만 하면 책상을  후려치거나 선생님을 밀어붙이고 책가방을 채겨 교실밖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정도면 낭패감에 교사는 설 곳을 잃고 만다. 왜 모두가 선호하는 교직을 떠나고 싶어 하는 지 알만하지 않는가?

 

이런 경우 선생님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무리 체벌금지라고 하더라도 성미 급한 교사는 폭력(?)으로 해결한다. 좀 더 사려 깊은(?) 선생님은 “너! 수업마치고 학생부로 와!”하고 수업을 계속할 것이다. 끝내 학부모를 소환하고 징계위원회에 넘기고 자퇴 어쩌고... 이런 식으로 확대시키고 만다.

 

이 책의 저자 안준철선생님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하던 수업, 아이들에게 과제를 주고 복도로 학생을 불러냈다.

“주희야! 내가 네게 뭘 잘못한 거야?”

“..............”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려고 그래”

 

욕을 하거나 언어폭력을 가했다면 이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는 끝이 날 순간 선생님은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있었다. 이런 경우 감정이 개입되면 교사와 학생사이는 끝이다.

 

 

 

오늘날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힘들어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대해주지 않는, 무시당하고 있다는  자존심(?) 때문이다.

 

대화는 처음부터 기대할 수도 없고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선생님과 점수 몇점을 위해 목숨을 거는(?) 학생이 있는 삭막한 교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몇 년이 지나도 학생의 이름조차 제대로 못 외우는 사제지간... 학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알려고 하지도 알 필요도 없는 교실. 내가 맡은 과목 진도만 나가고 기말에 평가를 해서 서열만 매기면 교육이 끝나는 것일까?

 

안준철 선생님의 책 속에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사랑이 없는 교사와 학생사이에는 의무와 권리라는 삭막함 속에서 아이들은 의지할 곳도 마음 붙일 곳도 없다. 마음이 열릴 리 없다. ‘아이들의 비뚤어진 행동이나 말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가정이, 세상이 이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늘 자신을 되돌아본다. 선생님은 늘 ‘나는 좋은 교사인가’를 자신에게 물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교사들은 너무 쉽게 살아 왔다. 교과부가 만들어 준 국정교과서에 참고서 회사가 만들어 준 교사용 지침서를 보고 흑판에 베껴주고 출판사에서 만들어 준 평가문제를 요리조리 꿰맞춰 문제를 출제하고, 컴퓨터가 작업한 평가결과가 나오면 아이들에게 나눠 주면 교사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주관이니 소신이니 철학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인가? 혹시나 공부 못하는 학생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거나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너무 먼 곳에 있어 그들의 간절한 기다림을 모른 채 한 일은 없었을까?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가슴에 못 박은 말을 한 일은 없었을까?

 

끝임 없이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자기 성찰 없는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한다면 교실은 좀 더 따뜻해지고 아이들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교사는 있어도 스승이 없는 교실, 교육은 없고 입시문제풀이만 하는 교실 때문에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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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바라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존경받기란 참 힘들것 같아요.
    좋은 말이 먹혀들어가지 않으니 말입니다.
    좋은 글 잘 새겨 보고 갑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

    2012.06.22 06:38 [ ADDR : EDIT/ DEL : REPLY ]
  2. 솔직히 점점 우리 아이들과도 대화가 조금씩 단절되는 느낌입니다.

    2012.06.22 07:34 [ ADDR : EDIT/ DEL : REPLY ]
  3. 정말 한대 떄려주고싶은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2012.06.22 07: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교사들의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교육을 바로세우겠지요.

    2012.06.22 07:52 [ ADDR : EDIT/ DEL : REPLY ]
  5. 이 부분에 대해 열 편 정도의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내리내리 쓰려구요.
    사랑이 빠지면 교육은 끝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2012.06.22 08:00 [ ADDR : EDIT/ DEL : REPLY ]
  6. 사회 시스템이 과거로부터 인성이 중심이 아니라 경쟁과 자본을 우선시 하여
    발생되는 부작용입니다. 그런데도 경제만 발전시켰다고 좋아라하는
    국민들이 있으니 이들또한 문제이지요

    2012.06.22 08: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정말 현실을 직시한 냉정한 글이지만
    교사라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네요.
    상황을 보니 저 같았음 어떻게 대처했을까..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

    2012.06.22 09: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요즘은 교사나 학생이나 둘다 피곤한 관계가 되버린...

    2012.06.22 12: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판돌

    복도에 나와서 학생과 대화를 시도하신 선생님의 모습은 배려있고 좋아보였지만, 너무 선생님이 저자세가 아닌가 싶으신데요. 잘못한게 있으면 사과하려고 그래.....라는 그 부분이 좀 걸렸습니다.

    2012.06.22 12:22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안준철

    판돌님! 제가 사과할 일이 있었습니다. 눈빛이지요. 부드럽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사과할 일이 아닌 것 같아도 사과합니다. 아이를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저를 방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다가 사랑하게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부족한 후배교사를 격려해주신 존경하는 김용택 선생님께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2012.06.22 12:33 [ ADDR : EDIT/ DEL : REPLY ]
    • 선생님! 들켜버렸네요. 내심 선생님이 안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선생님의 아름다운 글이 저같은 후진 솜씨로 누를 끼칠 것 같아서요.
      내일 다시 쓴다고 쓰고 있다가 선생님이 글 남기신 걸 봤습니다. 잘못한 일을 저지르다가 들킨 아이 같은 기분입니다.

      2012.06.22 12:59 신고 [ ADDR : EDIT/ DEL ]
    • 안준철

      무슨 말씀을요. 참교육의 주춧돌이신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 것이 저로서는 얼마나 큰 영광인데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2.06.22 16:14 [ ADDR : EDIT/ DEL ]
    • 일요일날 '안준철, 그른 마난 모든 아이들은 꽃이 된다'를 썼습니다. 선생님의 좋은 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12.06.22 16:43 신고 [ ADDR : EDIT/ DEL ]
  11. 그렇기에 학교는 공부/입시보담 아이들의 인격을 다듬는
    최고의 장소로 먼저 교육되어야 합니다.

    2012.06.22 13: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비밀댓글입니다

    2012.06.22 14:05 [ ADDR : EDIT/ DEL : REPLY ]
  13. 초등생들이 담임선생님을 담탱년이라고 하는 세상이라고 하네요..하하~~

    2012.06.23 00: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러브레터§

    어제 공개수업 갔다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나중엔 제가 화가나서 일을 치르고야 말았답니다
    수업중인 선생님은 하던지 말던지,,,아이들은 카카오톡을 하고 거울을 보고 누워서 자는 아이들 천지에
    4명의 녀석들은 떠드느라고 난리고....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라구요
    나중엔 선생님이 도저히 수업진행이 안되니 "너 나와" 하시며 얼굴이 붉어지시고 ㅜㅜ
    결국 복도에 쫓겨난 녀석은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고있고....그녀석 혼나도 눈하나 깜짝안하니...
    이게 무슨 교육이 되겠나 싶더라구요 부모들도 바뀌고 교육정책이며
    모든게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인듯 싶습니다
    인간미가 없어지는듯....선생님들은 벌점주기에 ...아이들은 뻑하면 협박에...오늘날 교육에 현실을 단면만 봤을 뿐인데도 이리 화가 나고 속상하네요
    현교사님들의 고충 조금은 헤아리는 하루였답니다

    2012.06.29 14:0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