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관련자료/학교2012. 4. 30. 06:30


 

 

어떤 독서모임에 발제를 하러 갔을 때 일이다. 참가자들에게 ‘철학이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했더니 정확하게 철학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감각주의 가치관이 판을 치는 세상에 공부를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 모두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이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아마 갑자기 한 질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초등학교에서부터 도덕은 가르치지만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 철학 없이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 삶일까?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는 누구인지, 사람이 왜 사는지, 사랑이 무엇이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교육이며 종교며 역사가 무엇인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곧 세계관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자아관이요,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이 인생관이다. 역사가 무엇인지... 역사관이요, 종교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종교관이다. 이렇게 자아관, 인생관, 역사관, 종교관, 여성관...을 세계관이라하고 세계관의 다른 이름이 곧 철학이다.

 

 

 

철학이란 나를 아는 것이요, 삶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요, 인생을 아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역사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철학이다. 사람이란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철학이 없으면 방향감각을 잃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 아무리 박학다식한 학문과 심오한 이론으로 가득 차 있어도 그런 지식을 어떻게 이용해야할 지 모른다면 그런 사람의 머릿속에 든 지식이 어떻게 쓰일까? 철학 없는 지식은 위험한 칼과 같이 불순한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학교는 왜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가? 일제시대 교육의 목적은 ‘황국신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일제가 가장 경계했던 건 조선 사람들이 똑똑해지는 것이었다. 교육을 받은 조선 사람이 시비를 가릴 줄 알고 판단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식민지 종주국으로서 가장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민족의식을 가진 조선 사람을 양성한다는 것은 일본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호랑이 새끼를 꼴이나 진배없다.

 

해방 후의 교육은 어땠을까? 해방정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통털어 주도권을 잡은 사람들은 대부분 친일세력들이었다. 식민지시대 동족을 배신한 친일 세력들이 교육을 통해 민주의식을 가진 사람,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을 길러낸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자살꼴이다. 그들이 가르치고자 했던 인간상은 일제의 우민화교육과 다를 바 없는 착하기만 한 순종하는 인간이었다. 정통성이 결여된 정부는 ‘똑똑한 사람’보다 ‘순종하는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후 독재자들은 머리는 있고 가슴이 없는 인간을.... 민주주의는 배워도 실천과는 거리가 먼 공허한 인간, 관념적인 인간을 길러냈던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면 철학을 가르치지 않을 리 없다. 아무리 국력이 강해도 나와 가족과 민족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없는 인간을 길러놓는다면 그런 사람들의 삶이란 극단적인이기주의 인간이나 향락적인 자본주의형 인간밖에 더 되겠는가?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게 보람 있게 사는 것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옳고 그르다는 것을 분별할 수 도 없는... 그런 걸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이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는 불문가지다.

 

해방 70년이 가까워오는 7차교육과정의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윤리교과서나 도덕 교과서는 어떨까?

 

도덕교과서의 단원을 보면 ‘Ⅰ. 인간과 자유. Ⅱ, 사회정의와 윤리, Ⅲ, 국가와 민족의 윤리 Ⅳ. 이상적인 삶’이렇게 4개 단원으로 나눠 ‘인간의 삶에 필요한 도덕규범과 예절을 익히고,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와 관련된 도덕문제를 주체적으로 성찰하고 실천하도록 가르친다’는게 교육목표다.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고등학교교육이 시험점수를 잘 받아 상급학교진학을 위한 과정이 된 현실에서 ‘지식 따로 실천 따로’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윤리와 사상’은 어떨까?

 

 

 

고등학교 ‘윤리사상’ 교과서에는 ‘Ⅰ. 동양과 한국윤리사상, Ⅱ, 서양윤리사상, Ⅲ, 사회사상,’ 단원이 전부다. 이런 내용을 배운 사람이 윤리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 특히 우리나라 사회지도층 인사들 중에는 왜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많은가? 유명대학을 나오고 학위를 받은 사람, 정치지도자들, 종교계 지도자들의 모습이 왜 그토록 부도덕한 지 알만하지 않은가?

 

철학이 없는 사람이 도덕적인 삶을 살기를 기대할 수 없다. 자아정체성도 없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자아존중감도,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인지에 대한 주체성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겠는가?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 철학은 없고 도덕만 가르치는 학교에 가슴 따뜻한 사람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  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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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만 가르치지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치지 못하는 학교....

    2012.04.30 07: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긴머리

    늘 뼈와 살이 되는 진솔한 현장의 얘기 정말 고맙습니다. 제 가슴에 바로 와서 아프게 꽂힙니다...ㅠ.ㅠ 김용택 엉아~~ 쌩유쌩유~~ 멜씨복꾸~~ {^_^*}

    2012.04.30 07:15 [ ADDR : EDIT/ DEL : REPLY ]
  4. 도덕을 왜 공부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린건지 참.....
    공부가 아니고 느껴야 되는거 아닌가 합니다.

    2012.04.30 07: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그렇습니다.
    도덕이나 인성은 철학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자리 잡았을 때야 말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왜?'라는 질문에 답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진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2012.04.30 07: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이젠 부모들이라도 가르켜야하겠습니다...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힘찬 한주 되십시요~~!

    2012.04.30 07: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선생님 글을 보니 새삼 내가 생각하고 이떤 철학에 대해 웃음이 나네요.
    전 중고등학교 철학이라면 소
    크라테스가 뭔말 했는지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공부하는 학문일줄 알았습니다.
    정말 무식하지요?
    우리 학교 다닐 때는 철학시간에 그것밖에 배운게 없거든요.
    근데 알고보니 선생님 말씀대로 내가 누구인지 아는 정말 중요한 학문이었습니다.

    2012.04.30 08: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남태욱

    철학이란것도 사실 애매하긴 해요. 물론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질문이 나는누구이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도달하게 되겠지만, 과거 철학자들이 처음부터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을까 싶어요. 다짜고짜 그런 질문을 듣는다면 준비된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답하기 어렵고 오히려 포기하기 쉬우니까요. 주변에 있는 수많은 문제 중에서 한 문제만 깊이 파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분명 한가지 문제만을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관계없어 보이던 것도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듯 철학도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철학도 어떠한 틀에 고정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전부 다 철학이 될 수 있잖아요? 그냥 예전도 관료주의이긴 했지만 돈 보다는 마음을로 다스리려 했던 그때가 더 좋은 것 같네요

    2012.04.30 10:36 [ ADDR : EDIT/ DEL : REPLY ]
    • 태욱이 철학공부 같이 하지니까..
      바빠서 안되겠지?
      지나가는 시간은 붙잡을 수 없는데... 짬내서 조금씩 생각의 지평을 넓혀보게나.

      2012.04.30 18:05 신고 [ ADDR : EDIT/ DEL ]
    • 남태욱

      시간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책을 구하지 못해서 읽고 있지는 못하고 또 수능 준비하다보니 정신은 없지만 생각은 꾸준하게 하고 있어요. 글 한편 써서 블로그 올려둘테니까 언제 한번 시간 나시면 봐주세요. http://blog.naver.com/zksktldl125 여기입니다.

      2012.05.03 01:25 [ ADDR : EDIT/ DEL ]
  9. JEDi

    알게 모르게 가정에서부터 궁금해하고 탐구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배우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그것을 길러주지 못하니 철학이 자라날 틈이 없고, 붕어빵 같은 학생들만 나오고, 폭력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2012.04.30 11:29 [ ADDR : EDIT/ DEL : REPLY ]
  10. 요즘 선생님 칼럼을 읽으면서 나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평소 무심하게 봐왔던것들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이 없으니, 철학이 없고...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인성교육이 어렵겠죠. 그치만 선생님처럼 훌륭한 교육자들이 많다고 믿고습니다.

    2012.04.30 12: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기.. 있잖아!
      카페, 동기회 카페에 내가 올리는 '시 한편' 어떤지 궁금하다네.
      혹시 생각의 차이로 부담이 된다면..???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자네 생각은 어떤지...?

      2012.04.30 18:03 신고 [ ADDR : EDIT/ DEL ]
    • 부담이라뇨... 절대 그렇지않아요...
      카페 들어오는 친구들, 얘기로 듣는 친구들 모두 선생님 방문과 글을 대환영한답니다...
      비록 선생님의 어린 제자들이었지만 지금은 모두들, 부모이자,남자고 여자이니까요~
      저는 선생님의 글로 다시 한번 생각하게하고,올리시는 시로 묻혀졌던 감수성이 새로 살아나는 느낌이예요.

      2012.04.30 19:52 신고 [ ADDR : EDIT/ DEL ]
  11. 그나마 정부가 유치원 수준의 도덕적인 가치관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2.04.30 12: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지도부들이 정치철학은 없고......정치도덕은 불감이고....
    위대한 지도자 한번 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2012.04.30 12: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흥알이

    좋은글 감사합니다. 영혼이 없는 공부는 사람을 죽일수 있는 지식이 되기도 하죠^^

    2012.04.30 14:36 [ ADDR : EDIT/ DEL : REPLY ]
  14. 김애숙

    철학은 생각을 깊게하지않은탓이기도하거니와 입법사법행정 교육기관에 애국자가.....

    2012.04.30 15:30 [ ADDR : EDIT/ DEL : REPLY ]
  15. 철학은 깊은 사고를 요하는 학문인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되겠지요. 깨어있는 사람이 되는건데,
    그것을 두려워하는 부류들이 사회엔 있지요.

    2012.04.30 16: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철학이라... 저도 생각없이 살았던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겠어요. 깊이....

    2012.04.30 16:52 [ ADDR : EDIT/ DEL : REPLY ]

  17. 교육은 정치와 분리해야
    해방이후에는 친일파가 주도했고 군사정권 때는 군부세력이 주도했고 5.18 이후에는 공산주의 이념으로 판을 첬고........도대체 이러지 말았으면 한다. 교육은 정치와 분리 되야 한다. 이 사회와 상황에 적응하고 활용하기 위한 지식을 배우고 익히면 된다.공중과 질서, 권리와 의무, 자유와 책임, 이런 것들을 가르치면 된다. 철학을 가르치라하면 정치세력들이 꺼여 들어 아이들에게 이념을 주입하고 정치도구로 삼으려 한다면 무서운 일이 아닌가?

    2012.04.30 17:24 [ ADDR : EDIT/ DEL : REPLY ]
    • 지나가던 사람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가르치는 것도 그럼 나쁜 짓임???? 사회에 꼭 필요한 시스템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건 선동이 아니라 교육입니다. 투표 독려를 가르쳐야 함. 그리고 과목 중에 민주주의 라는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함. 그리고 님이 말하시는 권리와 의무 자유와 책임 공중과 질서 등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이라는 건 아시는지??????

      2012.05.01 10:05 [ ADDR : EDIT/ DEL ]
  18. 멋져요

    와 감탄 간만에 진짜 글다운 글 봤네
    조중동 찌라시 때문에 피곤했는데

    2012.04.30 23:42 [ ADDR : EDIT/ DEL : REPLY ]
  19. 당신은 훌륭한 웹사이트가 감사도 제가 게시물을 즐길

    2012.08.12 18:23 [ ADDR : EDIT/ DEL : REPLY ]
  20. www.scjbible.tv - 다시보기 - 말씀대성회"" 보시면 철학공부

    2012.09.22 12:00 [ ADDR : EDIT/ DEL : REPLY ]
  21. 무지개음표

    요즘은 중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학교만 가르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가르치는 학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철학' 이란 학문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평가 같은 건 안 하나보더군요
    그 때문에 학생들이 그 시간을 잔다던지, 떠들면서 보내곤 합니다.
    역시 평가를 해야만 할까요?

    2013.03.22 21:5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