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2012.02.27 07:00


 


‘교육부에는 교육이 없다’느니 ‘교과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는 말이 있다. 이번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중학교 체육수업시수 확대 세부 추진계획’을 보니 그런 말이 실감나게 한다. 교과부가 이번 3월부터 모든 중학생들에게 매주 4시간의 체육활동(체육수업+학교스포츠클럽)을 시키라고 공문을 내리고 시도교육청을 방문하여 체육수업시수 편성 현황을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는 교원의 인사이동과 업무분장, 수업분장이 모두 끝나고 새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입만 열면 ‘교육과정 정상화’를 노래처럼 부르던 교과부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교육과정 정상화란 한낱 구호일 뿐, 일류대학 몇 명 더 입학시키느냐의 여부에 따라 고등학교 순위가 매겨져 왔다. 그런데 교과부가 느닷없이, 그것도 학교 교육과정을 변경하라니... 교과부가 교육과정을 스스로 파행으로 내몰겠다는 의도 아닌가?


교과부의 땜질·졸속 대책으로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는 늘어난 영․수 수업시수는 그대로 둔 채로 소위 비입시과목의 시수를 줄여서 체육시간을 늘리거나, 평일 수업시간을 늘려서 체육시수를 늘리고 이다. 교육과정에 없는 체육수업시수를 늘리려니 체육교사의 부족으로 상치과목교사가 체육을 땜질식으로 맡거나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의 진로, 동아리, 자율, 봉사활동을 줄여서 체육수업시간을 늘리고 있는 게 학교의 실정이다.

“학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동아리활동을 폐지하고, 창의적 특색활동의 일환이었던 독서토론논술이 없어지고, 갑자기 체육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체육 시간강사가 2명은 있어야 시수를 맞출 수 있는데 교육청에서는 1명만 지원해주겠다고 하니, 결국 독서토론논술을 맡았던 지리교사인 내가 체육을 1시간씩 진행하라고 강요받고 있다. 체육에는 문외한인 나는 체육 지도에는 무자격자를 넘어서 부적격자이다. 그런데 방법이 없으니 그냥 하라고 한다."


전교조가 ‘중학교 체육시간 강제 확대 중지하라’는 성명서에 제시한 어느 학교의 사례다. 이러한 갑작스런 교과부의 무리한 정책 시행에 대해 서울, 경기, 강원, 전북교육청에서는 일시 중단, 유보, 교직원협의회 논의를 통한 민주적 결정 등의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설익은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학생들이 받게 될 피해를 생각한다면 시도교육감의 소신 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며 현명한 결단인 것이다.


학교폭력이란 무너진 가정, 서바이벌식 경쟁교육, 입시위주의 교육, 학벌사회의 문제점... 등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구조적인 사회문제의 결과로 나타나는 문제다. 우선 학교에서 할 일은 가해자처벌의 강화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교육과정 정상화가 답이라는 것은 교과부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대책이 그렇듯이 학교폭력이 체육수업 몇 시간 더 늘려 근절될 수 있다면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교과부는 사후약방문처럼 언론의 문제제기가 있기 바쁘게 아랫돌 빼 윗돌괘기식의 처방을 반복해왔다.

교과부가가 진정으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학교폭력의 기승을 막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여 학교폭력을 없애고자 한다면, 학교 현장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중학교 체육수업 확대 강제시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체육시간을 늘려야 한다면 올해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서 내년부터 정상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맞다. 준비 없이 강행되는 교육과정의 변경은 교육의 질만 떨어지게 할뿐이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