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사설 ‘동료 평가 거부하는 전교조 집단 이기주의’라는 기사의 일부다.
정말 공교육의 질이 교원들이 평가를 거부해서 나타나는 현상일까?
<이미지 자료 : '‘세상읽기, 책읽기, 세상살이’ 블로그'에서>
제가 알고 있는 아이 담임선생님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아이에게 전해 들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상 학부모 평가라기보다 학생평가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교과담당선생님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교과 담당 선생님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습지도에 임한다고 생각하는지, 교과와 관련하여 자녀의 진로나 직업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지,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는데 사실 어느 과목 선생님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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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보다 더 난감한 것은 교장, 교감선생님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질문에는 교장선생님이 미래지향적인 학교 경영철학을 갖고 경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항이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미래지향적인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그런 추상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교장, 교감 선생님을 평가하라는 것이 참 황당하더군요.
불필요한 시간, 노력, 비용을 들여서 애당초 학부모가 제대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교원평가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교육당국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부모가 할 수 없는 평가를 요구하는 지금 같은 방식의 교원평가라면 당장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읽기, 책읽기, 세상살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이윤기님의 ‘나이스 학부모 교사평가 못하겠더라!’의 글의 일부다.
중학교2학년 학부모이기도 한 이윤기님은 YMCA에 근무하면서 2010년 뷰블로그 대상후보, 2009년과 2010년 ITB의 달인, 1인미디어 지역공동체 대상을 받기도 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다. 이윤기님은 시민운동가이기도 하지만 IT분야의 전문가 수준을 능가하는 실력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이런 학부모가 ‘나이스 학부모 교사평가 못하겠더라!’고 할 정도면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어떨까?
그렇다면 동아일보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해야한다는 교원 평가의 '평가기준'은 무엇인가?
1. 교육자로서의 품성(10점)
1)교원의 사명과 직무에 관한 책임과 긍지를 지니고 있는가
2)교원으로서의 청렴한 생활태도와 예의를 갖추었는가
3)학생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교육에 헌신하는가
4)학부모·학생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가
2. 공직자로서의 자세(10점)
1)교육에 대한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
2)근면하고 직무에 충실하며 솔선수범하는가
3)교직원간에 협조적이며 학생에 대해 포용력이 있는가
4)자발적·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가
3.학습지도(40점)
1)수업연구 및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가
2)수업방법의 개선 노력과 학습지도에 열의가 있는가
3)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구성하며 교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4)평가계획이 적절하고, 평가의 결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4.생활지도(20점)
1)학생의 인성교육 및 진로지도에 열의가 있는가
2)학교행사 및 교내외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하는가
3)학생의 심리, 고민 등을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적절히 지도하는가
4)교육활동에 있어 학생 개개인의 건강·안전지도 등에 충분한 배려를 하는가
5. 교육연구및담당업무(20점)
1)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구·연수활동에 적극적인가
2)담당업무를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가
3)학교교육목표의 달성을 위한 임무수행에 적극적인가
4)담당업무를 창의적으로 개선하고 조정하는가
우리교육의 위기, 교원의 자질이 이런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나타나는 현상일까?
전체 교원의 30%는 수, 40%는 우, 30%는 미, 이렇게 총 3등급으로 나누고 1등부터 꼴찌까지 서열을 정한다. 결국은 잘한 점을 찾아내기보다 무능한 30%를 찾아내려는 평가는 아닐까? 정말 이런 평가를 하면 교육이 살아나고 교원들의 자질이 향살될까?
전교조가 학부모들로부터 ‘조직이기주의’로 평가 받으며 대중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교원평가제다. 교원 평가는 교장이나 교감, 동료 교사 3명 이상이 참여하는 동료 평가와 학생과 학부모 전체가 참여하는 만족도 조사로 이루어지는 평가다.
위의 설문자료를 학생이나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나이스인지 네이스인지도 구별 못하는 학부모도 그렇거니와 교사들의 능력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학부모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전국의 학부모·교사 22,493명(학부모 16,461명/교사 6,032명)이 경쟁만능과 획일성을 강요하며 파행으로 얼룩지고 있는 교과부의 교원평가제 전면 전환을 촉구하는 선언을 하고 나섰다. 이들은 11월 1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교과부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과부의 기본계획에 따라 경쟁만능과 획일성만을 강요하는 교원평가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선언문은 “학부모를 위한 보여주기 식의 전시성 수업 공개, 동료와 학생들의 체크에 의해 한 줄로 세어지는 무의미하고 비인간적인 경쟁, 동료교사를 저울질하면서 업무의 폭증으로 제대로 수업조차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교원평가의 실상”이라며 ▲교원평가제 즉각 중단 ▲교원평가 실시방침 시·도교육청의 자율 권한 보장 ▲새로운 제도 마련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 ▲객관적, 합리적인 학교 교육 평가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신뢰롭지 못한 평가는 평가로서 가치가 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교원평가가 자칫 잘못하면 교원평가 결과를 가시화하기 위해서 자격 미달의 교사수를 의무적으로 채우려는 평가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교과부의 교육 쇼는 교원평가 뿐만 아니다. 수업연구대회라는 코미디, 학습자료전시회라는 코미디. 승진제도를만들어 권력지향적인 사람, 상사의 눈치를 보는 예스맨이 출세하고 승진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교육 쇼는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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