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교과서만 가르치는 사람 아니다
학부모·교원의 86%가 '반대'하는 AI디지털 교과서
윤석열 정부가 “잠자는 교실을 깨우겠다”며 야심차게 도입한 AI디지털 교과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종이 교과서를 AI 디지털교과서로 바꾸면 교육혁명이 일어날까?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2025년부터 종이책 교과서를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과목을 AI 디지털 교과서로 바꾸고 28년까지 국어, 기가, 사회, 과학 교과까지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한국 교육에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발행은 시급하며 기대 효과는 충분하다.”고 했다.
■ 준비도 없이 도입하는 AI디지털 교과서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학자들은 AI디지털 교과서는 “아이들의 사고력, 판단력, 통합적 능력도 사라지게 할 것이며, 지적 도둑질과 표절, 잘못된 인용과 지식의 배합으로 지식 생태계를 파괴한다” 반대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학부모 10명 중 9명이 교원의 90.9%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AI디지털 교서는 시각 피로, 디지털 기기 중독, 학습 격차, 거북목, 통증, 척추 측만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리적 증상으로 조바심, 짜증, 불안이 더 높아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 교과서 없는 교육은 불가능할까
“우리나라도 교과서가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소릴 하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을 펄쩍 뛸 것이다. “교과서 없이 무엇을 가르치라는 말인가?”하고... 교과서가 없어지면 정말 가르칠게 없어지는가? “무엇을 가르치라고....?” 그게 답이다. 무엇을 가르칠지 고민하는... 그것도 동학년이나 동교과선생님들과... 그리고 아이들과 의논하고 집단지성으로 만든 결과에 공부할 문제를 함께 찾아가는... 그것이 교실에 앉아 흑판의 판서나 베끼는 수업보다 진짜 살아 있는 교육이 아닐까?
■ 세계에는 교과서가 없는 나라도 많다
우리에서 '당연했던' 교과서가 스웨덴 초등학교에는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학급별로 교과서가 다르다. 각 반의 담임 교사가 자신의 교육철학에 따라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과서를 고르거나 스스로 교재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친다. 국가는 학생이 달성해야 할 교육목표를 튼 틀에서 정해주고 그것을 달성하게 하는 세부 방법에 대해서는 교사에게 맡긴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교과서가 없다. 중등도 교과의 특성에 따라 선택을 하는 과목이 몇 있을 뿐이다. 교과서가 없다는 사실은 다시 말하면 교육에 응용할 자료가 주변에 무궁무진하다는 말도 된다. 사실 아이 학교는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들, 인터넷 상의 교육관련 사이트와 앱들이 학교 안과 밖의 교과서들이다. 글로벌한 세상, 인터넷으로 지구촌이 된 세상, 검색 능력만 갖추면 온·오프라인에서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인공지능 시대(AI)다.
그밖에도 스웨덴이나 스위스, 영국 같은 나라에도 우리나라처럼 국정교과서나 검인정교과서와 같은 교과서는 없다. 국정제를 근간으로 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북한, 방글라데시, 일부 이슬람 국가 정도다. 중국과 몽골, 러시아, 체코, 폴란드를 비롯한 국가는 국정제를 폐지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국정제 교과서를 폐지하고 러시아도 다른 옛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검정제로 전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17개국이 자유발행제를, 4개국이 인정제를, 13개국이 검정제를 근간으로 한다. 멕시코와 터키는 초등학교만 국정으로 하고 있고, 중·고교는 검정과 자유발행이 중심이다.
■ 선생님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교과서를 빼앗아 버린다면...?
교사에게 교과서를 빼앗아 버린다면.... 처음에는 시원해 할지 모르지만 며칠이 지나면 교실문을 닫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선생님들이 교육과정에 따라 가르칠 교안을 작성하지 않는다. 학기 초 교육계획이 나오면 동학년 선생님들이 모여서 교육계획을 짜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교과서가 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교과서가 없어진다면...?
교사는 교과서를 가르치는 사람? 틀린 말이다.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 명은 ‘교사는 교과서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해방 후 대부분의 세월을 국정교과서를 가르쳐 왔다. 교과서를 가르치고 그 내용을 일제고사나 전국단위 학력고사 그리고 수학능력고사라는 시험을 통해 외우기를 반복해 왔으니 당연한 의문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 교사와 학생들의 사이가 가르치고 배우기만 하는 사이일까? 국정교과서에 길들여진 교사들은 ‘교과서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 교과서란 무엇인가?
교과서는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학교에서 교과과정에 따라 주된 교재로 사용하기 위하여 편찬한 책”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사전적 의미는, ‘교과과정’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책을 교과서라고 부르는 것이다. 교육목표가 지향하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자료로서의 기능을 하는게 교과서지만 시험 점수로 교육성과를 판단하는 상황에서는 교과서가 성서가 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교과서는 일제가 조선 사람들을 일본 신민으로 만들기 위해 이용했던 도구가 지금도 성서처럼 남아 있는 것이다.
교과서라 함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ㆍ음반ㆍ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을 말한다.(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 2조) 우리나라의 교과서 유형은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국정교과서, 교육부장관의 검정을 받은 검정교과서, 교육부 장관의 인정을 받은 인정교과서가 있다. 교육 선진국일수록 검인정 혹은 자유발행제를 채택 하지만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국가가 가르치라는 지식이 담긴 국정교과서를 가르쳐 왔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원하는 인간을 길러 온 것이다.
■ 교과서의 역사를 보면....
교과서의 역사는 교육의 국가 통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박정희정권의 국민교육헌장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국민의 머릿속에 국가의식을 주입하기 위해 만든 교과서다. 지난 박근혜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에서 보듯 국가의 시각 혹은 정부의 시각에서 필요하다고 골라낸 지식을 국민의 가치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식민지 시대 교육이 그렇듯이 유신시대, 군사정권시대, 독재정권은 국민의 가치관을 통제해 왔다. 이승만정권, 박정희시대 유신헌법이나 국민교육헌장에서 또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국가에 충성하는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 국정교과서가 필요했던 것이다.
유럽은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필요한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 하는 교육이 아니라 피교육자가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국정이나 검인정교과서는 ‘교과서 같은 사람’으로 표현하는 ‘융통성도 늘-푼수도 없는 고지식한 사람’을 길러냈다. 국가가 필요한 지식을 암기시켜 지식의 량으로 가치를 서열화 하는... 그러나 정보의 가치가 산업사회에서의 물질이나 에너지 못지않게 중요한 산업사회나 정보화시대에는 그런 요구가 가능했다. 그러나 4차산업사회는 국정교과서를 암기해 서열이 매겨지던 시대와는 달리 창의·융합적인 인간을 일러내야 한다. 국정교과서나 검인정 교과서로 그런 인간을 길러 낼 수 있을까?
■ 학문의 자유는 있어도 사상의 자유가 없는 나라
우리나라 헌법에는 학문의 자유는 있어도 사상의 자유가 없다. 친일세력의 후예, 군사정권의 후예, 유신의 후예, 광주학살의 후예들과 손잡은 뉴라이트세력들이 가르치려는 역사는 건강한 역사가 아니다. 국정교과서로 사상을 통제하던 시대다. 해방 70년이 지난 지금도 유신의 후예, 뉴라이트 세력들은 국정교과서로 혹은 애국가나 태극기로 혹은 수학능력고사라는 제도를 통해 국수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국가가 원하는 지식을 암기한 사람만이 애국자가 되고 창의적인 사고나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은 종북이나 반체제 인사로 매도당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유신 세력들은 친일에서 친미로 그리고 자본과 결탁해 기득권을 대물림하고 싶어 한다. 모든 국민을 똑같은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역사 쿠데타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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