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를 맹신하고 싫어하는 정보는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이성적’이라 생각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비이성적’이라 비판한다. 사실은 정반대다. 확증편향이 강할수록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다. 확증편향에 빠지면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려 하고, 어떤 정보를 해석할 때 기존의 신념과 일치하는 해석을 선호하며, 기존 신념과 다른 정보는 무시하거나 거부하며, 반대 의견이나 다른 시각을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 ‘확증편향’이란...
확증편향(確證偏向)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기존의 신념 혹은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로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여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이런 성향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랄 때, 어떤 사건을 접하고 감정이 앞설 때,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가 싫을 때, 저마다의 뿌리 깊은 신념을 지키고자 할 때 나타난다. 따라서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생각은 듣지 않으려 하며,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거나, 어떤 것을 설명, 해석, 주장할 때 편향된 방법을 동원한다.
확증편향에 사로잡히게 되면 자신의 신념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많은 객관적 자료들와 함께 제시되어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의 믿음에 대해 근거 없는 과신을 갖게 하며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다른 사실에 대해 불신하며, 과학적 사실에 반해 자신의 믿음을 고수하려 하기도 한다. 과학적 탐구에서도 확증편향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다.
■ 확증편향의 사례
심리학이 정립되기 이전부터 확증편향의 역사적 사례들이 기록되어 있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부주의한 갈망으로 바라지 않는 것을 밀어제끼려고 주권을 휘두르는 것은 인간의 오랜 습속이다,"라고 서술하였다. 확증편향의 개인차는 정보를 다루는 논리적 사고뿐만 아니라 반론에 대한 예측과 태도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이 벌어졌고 별다른 대비가 없었던 미국은 큰 피해를 입었다.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미 태평양 함대 총사령관 키멀 제독이 수차례에 걸친 침공 정보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시아에서 싸우느라 바쁘기 때문에 진주만을 공격할 수 없을 거라는 확증 편향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경우 신탁 통치 반대 운동이 좌우 양측으로 나뉘어 찬반이 격렬하게 진행된 이유로는 동아일보의 오보가 있지만, 당시 사람들은 각자의 신념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였다. 동아일보의 오보가 없었더라도 빠르게 정착되던 냉전 구도는 좌우 이념 대립을 격화시켰을 것이다. 또한 테네리페 공항참사 당시 조종사들의 확증편향이 사고를 부르기도 했다.
■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이승만시대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잊지 않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광나루에서 낚시를 하던 중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익흥 내무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하고 아부(阿附)했다는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보필하고 장관 노릇을 하면 대한민국의 명의(名義)가 서겠는가!….” 당시 시중에서는 이 장관이 일제시대 고등계 형사 출신인데 이 대통령에게 아부해 출세 가도를 달린다는 얘기가 회자(膾炙)될 때였다.
이 장관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1956년 8월 1일자 국회 속기록엔 아직도 그 발언 내용이 남아있다. 그로부터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는 아부의 대명사가 됐다. 아부는 참으로 무섭다. 소크라테스 말대로 ‘생사람을 잡아먹기’도 하고, ‘한 나라를 망쳐먹기’도 한다. 권력자에게 알랑거리며 직언을 방해하는 사람, 맹목적 충성심만 강요하는 사람, 공익을 빙자해 사욕을 채우는 사람 등이 그런 부류라고 했다. 아부가 활개치는 곳은 아무래도 권력의 주변이다.
개인이 확증편향에 빠지면 그 폐해는 한 개인에게 그치고 말지만,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와 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면 심각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온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위협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권력의 주변에 모여드는 아부꾼들
확증편향의 통치자 주변에는 아부꾼과 간신배들이 들끓는다. “아부의 친구는 자기만족이고 그 시녀는 자기기만이다.” 이탈리아 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1513)에서 한 말이다. 마키아벨리는 “아부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면 군주는 아부의 먹이가 되고 만다. 궁정에 아부꾼이 가득하다면 매우 위험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사람이란 자신의 일에 몰입해서 만족하게 되면, 그것에 미혹되어 해충 같은 아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2년 1월 “정치에 아부하는 공무원은 새 정부서 솎아내겠다”고 큰소리쳤다. 대통령 당선 직후인 3월엔 “일부 참모가 당시 후보이던 윤 당선인에게 듣기에 좋은 말만 하자 ‘아부하지 말라’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임기 2년 반이 지난 지금의 윤 대통령은 어떤가.
형사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도입된 이유 역시 ‘확증편향으로 인한 오판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도자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의 위험성을 피하려면 집단 내의 비판적인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에게는 그런 도량도 지혜도 없다. 확증편향성에 빠진 지도자가 통치하는 나라의 국민들은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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