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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상읽기

생활 속에 남아 있는 식민지 문화 왜 청산 못하나

by 참교육 202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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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할 속 일제 잔재 어디까지 알고 있나

식목(植木)이니 식수(植樹)란 자주 듣지만 식민지(植民地)란 용어는 아무리 들어도 생소하다. ‘사람을 심는 땅이라니... 일제는 한반도 조선을 자기네 나라 사람들을 심는다는 뜻으로 식민지(植民地)라고 했다. 그들은 이 땅에 집을 짓고, 사업을 하고, 혼인하여 일가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오래도록 이 땅에 남아 있다.

친일청산을 말하면 '경제도 어려운데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게 아닌가?''반세기하고도 10년이 더 지났는데 이제 와서 지난 일을 들춰내서 어쩌자는 거야?' '자신의 실정 책임을 친일청산 쪽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정치적 술책 아닌가?'... 이런 반응이 먼저 나온다. 왜 식민지 잔재청산을 해야 할까.

국기에 대한 맹세는 일제의 교육칙어 잔재

군사문화로 알려진 상명하복의 전통, 기합과 구타 그리고 서열주의등은 일제 강점기 시절의 대표적인 일본제국주의의 관행으로 학습된 친일 잔재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국민교육헌장은 일본의 군국주의 내용을 담고 있는 교육칙어에서 따온 것으로 오랜 기간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이 암송해야 했다. 아직도 그 흔적은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로 남아있다.

임형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교양대학)) 교수는 경기일보에 무형 친일잔재와 청산, 현황과 과제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민족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치안유지법을 이름만 바꾼 국가보안법이며 어려운 한자 말투성이인 재판의 판결문도 친일잔재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행정 서식과 지명들 그리고 교육계의 만연한 친일잔재들. 각종 문화예술 분야의 문투나 음계, 화풍 등도 역시 대표적인 무형의 친일잔재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에 의하면 경기도 내 2400여 학교 중 친일 인물이 작사,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는 89개교로 파악되고 있다. 이흥렬, 김성태, 김동진, 현제명, 백남준, 이광수 등 모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들에 의해 작사 작곡된 교가를 무비판적으로 부르고 있다. 반장, 부반장이라는 호칭이나 상사가 부하에게 훈시한다는 군사용어인 훈화(訓話)도 무형의 친일잔재이다. 학교행사마다 으레 행하는 차렷이나 경례 등의 용어 역시 일왕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전형적인 군국주의 일제의 잔재이다.

행정용어 속의 일본 문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행정용어는 어떤가. 일선 행정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공람(돌려봄)과 결재(재가), 견학(보고 배우기), 감봉(봉급 깎기), 과세(세금), 가건물(임시건물), 나대지(빈 집터), 나염(무늬들임), 납득(이해), 납입(납부), 내역(명세), 가계약(임시계약), 견적서(추산서), 마대(포대 자루), 명찰(이름표) 등 부지기수로 많다. 산업 현장에서의 친일잔재는 용어로 더욱 구체화되어 있다. 특히 건설분야와 인쇄분야가 심한데 모두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들이다. 공구리(콘크리트), 노가다(공사판 노동자), 가쿠목(각목), 단도리(채비), 찌라시(전단지) 등 한 둘이 아니다.

일상용어에 남아있는 친일잔재

그동안 일상용어 중 순화 과정을 거쳐 많은 일본식 용어가 폐기되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용어는 무려 1171(국립어학원)나 된다고 한다. 특히 음식과 행정분야가 가장 심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우동(가락국수), 다데기(양념장), 덴뿌라(튀김), 오뎅(어묵), 고로케(크로켓), 소보로빵(곰보빵), 돈가스(돼지고기 너비), 모찌(찹쌀떡) 등 음식에는 여전히 순화의 대상이 되는 용어들이 넘친다. ‘얼굴을 뜻하는 일본어 가오(かお), ‘속이다라는 뜻의 구라(くら), ‘상처를 뜻하는 기스(きず), 다른 사람에게 소속되거나 고용되어 그 사람의 명령에 따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일본어 꼬봉(こぶん), 환자가 극심한 마비와 의식장애를 일으킬 때 주위 사람들을 당혹하게 하는 것처럼, 상대에 대하여 억지를 부리거나 행패를 부린다는 뜻의 뗑깡(てんかん)... 등 수없이 많다.

1914년부터 일제는 전국의 행정구역을 강제로 통ㆍ폐합시켜 오랫동안 생활해 오면서 붙여진 정겨운 지명들을 마음대로 변경해 지역 정체성에 혼동을 주었다. 2020년 경기도 조사에 의하면 도내 398개 읍··동에서 약 40%160곳이 일제에 의하여 지명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모두 행정편의주의로 지명의 유래나 정체성은 무시되고 일방적으로 창지개명(創地改名)’을 하여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공교롭게도 1990년대 신도시 개발할 때의 분당(盆唐), 일산(一山), 평촌(坪村), 산본(山本) 등이 대표적이고 수원의 영동시장의 경우는 원래 성외시장이었던 것이 일제에 의해 영정(榮町)으로 변경되었다가 해방 이후에는 영동(榮洞)이라고 정이 동으로만 바뀐 채 지금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모두 옛 정취를 버린 지명들이다.

교회에 남아 있는 식민지 문화

학생들이 응원할 때 흔히 쓰는 ‘3·3·7 박수가 식민지 잔재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교회 안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에도 일제 잔재로 남아있는 단어가 있다. ‘묵도라는 용어는 신사참배에서 유래한 말이다. 교인들은 묵도를 묵상기도의 줄임말로 오해하고 있지만, 이는 일본의 신사(神社)에 먼저 참배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예배 용어 중 하나다.

성가대도 일제 강점기 잔재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이 용어 대신 찬양대로 바꿨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교회에서 성가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거룩한 노래라는 의미로 풀어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한국 기독교의 전통과는 거리가 멀다. 성경에는 성가라는 단어가 없다. 장례문화에도 일제 잔재가 남아 있다. 기독교인들도 이른바 천국환송예배를 드리며 차별화를 두고 있지만, 예배를 드리는 행위를 제외하면 일방 장례식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식민지시대를 그리워 하는 인간이 나라의 주인 행세하는 나라는 병든 나라다. 중국의 경우 친일세력 청산을 19464월부터 19489월까지 25개월간 사법처리 45,000여건이었다. 그 중 집행이 확정된 14,932, 중 사형이 집행된 친일파는 359명이나 됐다고 한다. 프랑스는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했던 42개월 동안 나치정권에 협력했던 '나치협력자' 55,331건이었고 그 중 6,763명이 사형선고를 받아 767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 이에 비해 35년간 일제 지배를 받은 대한민국은 단 한 명의 친일파도 처단하지 못했다. 일본에 붙어 동족의 피를 빤 매국노 후손들이 친일의 대가로 받은 토지를 찾겠다고 소송을 벌이고 독립투사를 학살한 자들이 국립묘지에 버젓이 묻혀 있는 대한민국은 해방된 나라인지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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