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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평양에 갔다 왔습니다”

by 참교육 2008.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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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갔다 왔다!” 6~70년대 반공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머리끝이 쭈삣해지는 소리다! 그런 평양에 그것도 3박4일 동안이나 실제로 다녀왔다. 40년 가까이 함께 산 아내까지도 “하필 왜 이런 시기에...?”하는 소리를 뿌리치고 외국보다 더 가기 어려운 평양에.... 평양뿐만 아니라 묘향산, 그리고 백두산까지 다녀왔다. 가슴에 김일성 뺏지를 단 사람과 얘기도 하고 북한 사람들의 우상인 김일성주석의 동상과 주체사상탑도 보고 머리에 뿔난 줄 알았던 빨갱이(?)들이 만들어 준 음식도 먹고....

사람들은 흔히 ‘여행’ 하면 자연의 빼어난 경관을 구경하거나 사적을 둘러보는 것으로 생각 한다. 그런데 필자가 이번에 다녀 온 북한은 반세기 동안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해 남침이니 북침이니 하며 호시탐탐 군비경쟁을 하던 당사국이다. 아직도 북한의 좋은 점을 말하면 ‘이적찬양고무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게 대한민국이다. 7~80년대 청소년들에게 ‘북은 악마의 상징으로, 김일성은 가짜’라는 윤리 교과서를 가르치던 전직 교사의 입장에서는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 아니 내 눈으로 사회주의에도 사람이 사는 곳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가보기를 소원했던 곳이다.

여행이란 ‘낯선 곳을 보고 왔다’는 수준으로는 여행의 참 의미를 느낄 수 없다. ‘순안공항이 어쩌고 평양 거리나 대동강이 어떻고...’ 하는 얘기쯤은 직접 가서보지 않아도 사진으로 뉴스로 귀가 아프도록 들어서 다 아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을 며칠 가보고 ’일본이 예의바른 나라라느니...’ 하는 따위의 구경이라면 차라리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다른 나라도 아닌 같은 핏줄을 나눈 형제가 반목과 갈등의 반세기를 보내면서 아직도 동족이 아닌 ‘적’이 되어 있는 나라! 우리의 반쪽인 북한의 일부나마 확인하기 위해서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필자는 해방되기 전 해 태어났다. 일제시대를 2년이나 산 셈이다. 그러나 일본을 알 리 없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6․25사변을 만나 3년간 피난살이를 하며 온갖 고생을 다했지만 6․25전쟁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동족에 대한 사랑과 역사의식을 갖지 못하고 북한을 수백번을 다녀온다 해도 또 사진으로 북한을 아무리 구석구석 구경을 한다 해도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평양시내는 밤이 되니 암흑세계라느니, 거리에 차가 없다느니, 북한 주민의 옷차림이 남한의 60년대와 비슷하다느니... 하는 따위를 구경(?)할라치면 일부러 평양까지 가지 않아도 조․중․동이며 수구언론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방문은 관광이 목적일 수 없다. 분단의 서러움을 안고 산 남북의 동포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우리의 치부를 들여다보고 지금까지 교과서를 통해 의식화(?)된 이데올로기의 실체라도 확인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꼭 가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남쪽은 민주주의고 북한은 공산주의다’ 이런 수준으로 북한을 백번 다녀온들 북한을 알 수도 보이지도 않는다. 북한을 어쭙잖게 다녀 온 사람 중에는 ‘북한 여성의 옷이 남한 여성에 비해 3~40년은 후지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또 얼마나 가난하며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는가?’라느니 하는 비교로는 북한을 이해할 수도 볼 수도 없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은 닫혀 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북한만 닫혀 있는 게 아니라 남한도 닫혀 있는 게 사실이다.(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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