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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이 없는 권력은 폭력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분야와 사상가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읽히고 있는 권력.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權力, Power)이란 ‘자신의 의지나 결정을 상대방에 관철시켜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상대방의 태도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권력은 다른 사람의 동의나 협조 없이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헌법 제 1조 ②항이 명시하고 있는 권력이란 나라의 주인인 국민만이 행사할 수 있는 힘(강제력)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 자유권, 참정권, 사회권과 같은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의 권력 행사를 제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권력이 주인인 국민에게 있고 그 권력을 선임된 일꾼에게 위임해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나라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다.
■ 노란 봉투법 거부권행는 정당한가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이란 회사가 파업 노조원에 대해 과도하게 손해배상 청구하는 걸 막는 법이다. 국민들은 노란 봉투법이 법 전체를 새로 만들거나 뜯어고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달랑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사용자와 노동조합 등에 대한 정의 조항’과 제3조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한 2개 조항이 전부다.
국민의힘은 이승만·박정희·김영삼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당답게 ‘노동자의 파업을 원천적으로 불법이고 범죄로 규정 짓고 노동자가 파업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게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당당하게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은 정당하게 행사한 권력인가 아니면 자본의 손을 들어 준 편향된 폭력의 행사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②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③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이 정당한 권력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헌법 제33조가 보장한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부터 개정해야 한다. 헌법을 부정한 거부권행사는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 윤 대통령이 짓밟은 노란봉투법의 역사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업체로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며 반대해왔다. 이 법안의 별칭인 ‘노란봉투’는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47억원을 배상하라는 2013년 12월 법원의 판결에 맞서, 시민들이 노동자들을 돕자며 노란 봉투에 4만7천원을 담아 성금을 보낸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등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가혹한 손해배상·가압류를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상기시켰고 자연스럽게 노조법 개정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취임 1년6개월 만에 벌써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거부권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반대하려면 헌법적 정당성과 이유가 있어야 함은 법리를 따지기 전에 상식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부권을 휘두르는 것은 권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이 마련한 ‘노조법 제2·3조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 국회 전문가 간담회’에서 “해석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하는 행위 자체가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면서 “헌법을 위반한 권한의 행사는 권한쟁의 대상이 되거나 또는 탄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선서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할 것을 맹세했다.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사용자의 지위와 책임을 부여하고, 손해배상에서 그 책임에 따라 범위를 정하는 것에 헌법적 이의가 있을 까닭이 없다. 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은 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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