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열려고 하는데 방충망에 여치가 앉아 날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해 사진을 찍어 ‘이 녀석이...?라고 써서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어떤 페친은 “오~ 너무 반가운~ 안녕 메뚜가~^^”라는 댓글을 올리고 다른 페친은 “베짱이”라고 하고 또 다른 페친은 "메뚜기", 또는 “귀뚜라미 ”라고 적어 놓기도 했다. 같은 곤충을 보고 왜 각가 이름을 다르게 알고 있을까?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 사물은 눈의 망막에 비친 상(像)을 뇌가 시각 정보를 해석해 결정한 결과다. 여치를 메뚜기라고 하거나 귀뚜라미라고 하는 것은 개인이 내린 판단이다. 이런 문제는 이해관계나 가치관이 걸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의사가 환자를 진단한 결과나 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한 결과와 같은 문제는 본인의 잘못된 선택으로 끝나는 것 아니다. 우리는 지난 세월 선출직 공무원을 잘못 뽑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는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수많은 판단을 직면하게 된다, 문방구에서 볼펜 한 자루를 사는 일에서부터 어떤 책을 살 것인가, 혹은 어떤 친구나 배우자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는 선택자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번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동안 후회하면 살아야할 선택(판단)도 있다.
개인의 판단뿐만 아니라 열이 나는 환자가 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가 열이 난다고 무조건 해열제를 처방하면 병이 낫겠는가? 열이 나는 병은 말라리아와 같은 병일 수도 있고 급성 장염, 염증성장질환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의사는 해열제만 처방하면 환자는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의료비는 의료비대로 내야 한다.
판단을 할 때는 기준(基準)이나 원칙(原則)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원칙이나 기준을 가치관 세계관 혹은 철학이라고 한다, 철학을 말하면 사람들이 머리부터 흔든다. ‘골치아프다’거나 ‘그런걸 배워서 뭘하냐’는 식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으니 생소할 수밖에 없다. 철학은 정말 어렵고 안 배워도 괜찮은 것일까?
사람들이 철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프랑스의 고등학교에서 국공립 대학 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시험인 바칼로레아는 1808년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 지금까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는 지식만 필요한게 아니다. 요즈음 같이 지뢰밭을 사는 사람들은 지식도 필요하지만 지식보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분별력(판단력)이 필요하고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을 분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오늘날 학교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주권자들이 깨어나면 불의한 정권의 실체가 드러날까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철학을 배우려고 접근해 보면 복잡하기 짝이 없다. 학교에서는 철학 대신 윤리교과서에 동양철학이니 서양철학의 소개, 철학자의 이름, 그들이 한 말 몇 마디를 소개해 놓을 정도다. 당연히 어렵고 골치아픈 과목으로 알 수밖에 없다. 어쩌다 너무 쉽고 재미있는 철학이 어렵고 골치 아픈 학문이 되고 말았을까? 집권자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주권자를 위한 정치를 했어도 철학 교육과정이 없었을까?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말 몇 마디를 외우는게 아니다. 철학은 세계에 대한 견해다. 철학의 기본문제는 '물질과 의식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질이 일차적이고 시원적이라고 보면 유물론이고 의식, 정신이 일차적이고 시원적이라고 보면 관념론이다. 유물철학은 물질이 정신보다 먼저 있어서 물질이 정신을 탄생시켰다고 보고 관념철학은 정신이 물질보다 먼저 있었고 물질은 정신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철학의 어원은 지식 사랑이 아닌 지혜 사상 필로소피아(philosophia)다. 필로스(philos, 사랑함)와 소피아(sophia, 지혜)라는 두 말을 합성한 것이다. 그대로 번역하면, '지혜에 대한 사랑'이다. 철학은 정신과 물질 중 어떤 것이 선차적이고 어떤 것이 후차적인가에 따라 유물론과 관념론으로 대별된다. 정신이 1차적이고 물질이 2차적이라고 보는 철학을 유물론이라고 한다. 세계의 근본을 물질이라고 보는 철학이 유물론이다. 유물론 철학에는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이 있다.
우리가 복잡한 세상에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사람들은 신념이라고도 하고 세계관 혹은 철학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 온 삶을 뒤돌아보고 후회하는 일은 이렇게 기준이나 원칙,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이 쓴 글이 10년 혹은 20년 전 쓴글이 부끄럽다고 느낀다면 이는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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