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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면서...

by 참교육 201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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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이라고 왔는데 서울이 아니고 부산이나 강릉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목표가 다른 종착역에 도달한 사람, 더구나 다시 되돌아가기는 너무 늦은 처지에 놓였다면 그 회한과 후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소유물 중에서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것이 밝혀졌을 경우에도 심정은 비슷할 것이다. 만약 내가 평생을 공들여 믿고 있던 신이 있었는데 그런 신이 없다는 것이 확인 됐을 때도 그렇다. 자신이 믿고 있는, 그리고 알고  있는 지식이나 신념에 대해 잘못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경우가 있을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새로운 환경에 접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지식이 잘못이었음을 깨닫고 황당해 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지식이나 생각이 잘못됐을 때는 허탈한 심정이 된다. 필자도 그런 일을 여러차례 경헌한 일이 있다. 개신교를 다니면서 신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다가 감리교 본부에서 발행한 '역사, 예수, 교회'라는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았던 일이 그렇다.


장로교 고신파에 속한 교회에 다니던 필자는 신이란 절대자이고 하늘 위에서 사람의 마음 속을 유리병 속에 든 물체를 보듯, 살피고 있는 분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 주준의 신자가 안병무선생님이 쓴 '역사와 해석'이나 서남동 선생님이 쓴 '민중신학', '해방신학'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의 신자였던가를 깨닫게 된다. 신은 신자의 수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으며 같은 교회에 다녀도 다른 신을 섬기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필자는 학교에서 가르쳐 준 지식이 역사의 전부라고 알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나이가 40이 넘어서 네루가 쓴 '세계사 편력'을 읽고 난 후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함석헌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찢겨진 산하',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를 읽으면서 왜 교과서가 그렇게 씌어질 수밖에 없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지식으로는 '속 좁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의 인간'을 양성할 수밖에 없음을 뒤늦게 깨달게 되었다. 


제도교육의 목적은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간 양성이다. 독재권력이 교육권을 장악하고 있다면 어떤 인간을 양성할까? 이영희선생님의 '전환 시대의 논리'나 '역설의 변증'을 읽으면서 학교교육이 얼마나 체제내화 된 인간을 양성하는가를 처절하게 느낀다.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우리 역사교육이 얼마나 편협한 세계관에서 맴돌고 있는가를 알게 됐다. 

학교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식민지시대 교육은 피교육자의 머리 속에 일본을 흠모하는 황국신민을 길러내고, 박정희 군사정권은 유신헌법을,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가르쳤다. 독재권력은 그들이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양성하고, 자본은 비판의식이 거세된 시비를 가리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을 길러 내기를 원치 않는다. '철학 에세이'나 '노동자의 철학', '세계 철학사', '철학염습'과 '철학과 세계관의 역사'를 읽으면서 학교가 왜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가를 알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라고 믿고 사는 사람이 있다. 더구나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이 진실이 아닐 때는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특히 이러한 사람이 교사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반공교육의 이데올로기에 갇힌 사람들. 현대 과학이 절대진리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착각은 자유라지만 한 사람의 착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피해자가 된다면 문제가 다르다. 자신의 세계에 갇힌 사람들이 착각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는 것이 본인은 물론 다수가 행복한 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사람아 사람아! 그대는 김남주의 처절한 시와 도종환의 사랑을.. 페다고지와 그린북이.... 정치경제학과 경제사에 빠져 울면서 자신을 뒤돌아 본 일이 있는가? 여기 차마 밝힐 수 없는 책들로 내가 거듭나는 경험을 한 사람은 안다. 정치가 왜 이 모양인지.... 왜 빈부격차를 좁히지 못하는지... 교육이 왜 사람들을 우민화시키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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