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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내가 해 봐서 아는데...'

by 참교육 201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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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세상을 바꾼다 -


몇년 전 일이다. 아침에 출근하다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다 빠지고 등에서 식은땀이 다 났다. 출근시간도 여유가 있어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트럭이 튀어나왔다. 얼마나 급하게 튀어나오는지 자칫 잘못했으면 차에 부딪칠 뻔했다. 며칠 전에도 삼거리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겪었다.

어떤 때는 승용차가 인도를 가로막고 주차해 있어 차도로 나와 걸어가기도 한다. 보행자에 대한 자그마한 배려만 한다면... 인도를 가로 막거나 난폭하게 차를 몰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설명 : 인도를 가로막고 선 승용차 - 이하 사진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언젠가 비가 폭포처럼 쏟아지던 날 아침 출근 길, 바람까지 불어 쓰고 가던 우산도 소용없어 전신이 젖은 채 양말 속에는 물이 들어가 질컥질컥 소리를 내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서 달려오던 승용차가 느닷없이 길에 고인 물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씌우고는 전속력으로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우산도 날아가고 흙탕물에 전신을 뒤집어 쓴 몰골이 되고 말았다. 내가 흙탕물을 뒤집어 쓴 꼴을 못 보았을 리 없었겠지만 차는 그대로 전 속력으로 달아나고 마는 것이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건 이런 사람들 뿐만 아니다. 학교복도를 지나다보면 아침에 교문 앞에서 나눠 준 학원 홍보물이 복도에 너절하게 버려져 있다. 홍보물뿐만 아니다. 휴지며 과자껍질도 아무렇게나 복도에 버려져 있는 모습을 흔히 보곤 한다.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이나 교문 밖을 배회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실외화를 신고 복도를 유유히 걷는 아이들도 있다. 내 신발에 묻은 먼지가 친구들의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생각 따위엔 관심도 없다.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자살하는 노동자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그런 얘길 할 수 있을까?

“내가 장사를 해봐서 아는데...”
'내가 어린 시절 노점상을 해봐서 여러분 처지 잘 안다'
'나도 서울시장을 해봐서 아는데'
'나도 기업인 출신으로 아세안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이명박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시리즈다. '대통령이 되면 저럴 수도 있구나' 생각하면 인간성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하긴 나도 옛날 산업체 수업에 들어갔을 때 따뜻한 교무실에서 난로를 쬐며 저녁밥까지 챙겨먹고 교실에 들어 가 한 말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얘기다. 난로도 없는 교실에서 벌벌 떨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피가 끓는 젊은 놈들이 뭐가 춥다고 엄살이냐?" 했던 것이다.
 
아침도 그르고 출근해 열악한 작업장에서 하루 종일 힘든 노동에 시달리다 저녁도 먹지 않고 앉아 있는 어린 여학생에게 철도 없이 못할 소릴 한 것이다.



삭막한 이기주의 세상에 남을 배려하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하긴 내게 피해만 없다면 남이야 어떻게 되던 세상이 아무리 더러워지든 상관 않는 게 사람들의 심리다. 이런 세태를 두고 정의감 따위를 말하는 것은 사치일까?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말 일도 '나와 상관없으니까'하고 덮어버리기 일쑤다. 정책부재가 빚은 결과로 모두가 손해를 보는 일조차 눈앞의 이익에 가려 큰 모순은 모른 채한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밥맛이 다 떨어질 지경이다. 평소 가장 도덕적이고 예의 바른 장관이니 국회의원을 지냈던 분이들 청문회에 나와 기업 등에서 받은 돈(댓가성이 없다)이 아니라고 한다. 정말 대가성이 없는 돈이면 왜 걸인들에게 주지 않고 그런 분들에게 줬을까?)을 받기도 하고 부동산 투기며 위장전입, 탈세 등을 예사로 생각한다.


부끄러워하는 자세가 아니다. 돈 몇 천원을 벌기 위해 추운 겨울 시장 땅바닥에 하루 종일 앉아 벌벌 떠는 사람도 있는데... 농민들은 죽을 힘을 다해도 남의 빚을 갚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는데....

뇌물을 받아 놓고 "대가성이 없다느니...'모르고 한 일이라느니...' 하며 책상 싸움질이다.

나만 있고 남이 없는 사회. 남이야 어떻게 됐던 상관할 바 아닌 세상. 입만 열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도덕이며 종교를 말하면서... 이웃사랑이며 공동체 운운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철저하게 인색한 삶. 내가 먹는 밥, 입는 옷, 사는 집 다들 내 힘이 아니라 이웃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내가 번 돈을 내 맘대로 썼는데...’ 할 것인가? 그런데 그 돈이라는 게 혼자 있으면 아무 쓸모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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