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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역사

41년 전 오늘 유신에 저항한 부마항쟁 기억하십니까?

by 참교육 202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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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은 어쩌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아슬아슬하게 비키며 살아남았다. 내가 태어난지 7개월째 되던 1945. 815. 일본 제국의 쇼와 왕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종전 조서를 발표함으로써 193991일 시작된 2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리고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는다. 6·25전쟁 때도 그랬다. 영덕에서 채 입학할 나이도 되지 않았지만 부모를 졸라 초등학교(현 초등학교)2개월도 되지 않은(당시는 41일이 학년도 시작이었다) 625일 전쟁을 만나 피난을 간다는게 격전지 포항으로 피난을 갔으니... 용케도 살아남았다.



부마항쟁도 그랬다. 경부 칠곡군에서 교직생활 시작한지 꼭 10년이 되던 해인 197991일 마산여상(현 무학여고)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내가 마산으로 학교를 옮긴지 2개월도 안된 1016일 유신의 종말 부마항쟁이 일어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교사는 현실에 대한 청맹과니였다. 나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교사는 교과서나 잘 가르쳐주는 사람... 그것도 대부분 국정인 교과서만.... 교사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람이었다. 세상 물정을 까마득히 모르고 살아온 세월, 만약 내가 마산으로 오지 않았다면 아마 점수를 따서 대구로 들어가 교장을 하다 정념퇴임을 했을 것이다.


제가 내려가기 전까지는 남민전이나 학생이 주축이 된 데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지에서 보니까 그게 아닙니다. 160명을 연행했는데 16명이 학생이고 나머지는 다 일반 시민입니다. 그리고 데모 양상을 보니까 데모하는 사람들도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 주먹밥을 주고 또 사이다나 콜라를 갖다 주고 경찰에 밀리면 자기 집에 숨겨 주고 하는 것이 데모하는 사람과 시민들이 완전히 의기투합한 사태입니다. 주로 그 사람들의 구호를 보니까, 체제에 대한 반대, 조세에 대한 저항, 정부에 대한 불신 이런 것이 작용해서, 경찰서 11개를 불질러 버리고, 경찰 차량을 10여 대 파괴하고 불지르고, 이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41년 전, 박정희정권 당시 중앙정보부장(현 국정원장)이었던 고 김재규씨가 부마항쟁의 현지를 시찰한 뒤 내린 결론이다.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박정희는 10월 유신정권으로 평생 권좌에 앉아 주권자를 노예로 부려먹을 줄 알았지만, 역사는 그렇게 박정희를 종신대통령을 하도록 두지 않았다. 부마항쟁이 시작된 후 10일 후인 1026일 박정희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참모 김재규의 손에 의해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이른바 10·26사건이다. 4·19혁명을 뒤집어엎은 쿠데타 5·16처럼 10·26도 그랬다. 무주공산이 된 대한민국을 탐내던 전두환과 노태우 등 하나회 세력들이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를 체포하고 국권을 침탈하는 제2의 군사반란을 일으켜 역사를 바꿔 놓는다.


41년 전 오늘. 19791016일 철권통치 10월 유신도 부산직할시(현 부산광역시)와 경남 마산시(현 창원시)에서 유신에 저항해 부마항쟁이 일어 난 역사적인 날이다. 1016일에서 20일가지,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유신철폐"의 구호와 함께 시위를 시작하자 다음날인 17일부터 시민 계층으로 확산된다. 유신의 저항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음 날 18일과 19일에는 마산 지역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박정희 유신 정권은 10180시를 기해 부산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66명을 군사 재판에 부쳤으며, 1020일 정오 마산 및 창원 일원에 위수령을 선포하고 군을 출동시킨 후 민간인 59명을 군사 재판에 부쳤다.


우리 민족의 정의감,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우리 선열들은 구경꾼이 되지 않고 주인으로서 그 몫을 어김없이 감당해 왔다. 노예 취급을 당하며 살아온 민중들이 권력을 가장한 폭력에 저항한 동학혁명이며 나라를 빼앗은 일제에 저항한 3·1혁명이며, 분단과 미군사정권에 저항한 4·3제주항쟁, 독재에 저항한 4·19혁명과 부마항쟁, 전두환 노테우의 학살에 저항한 5·18광주민중항쟁과 6월항쟁이 그렇다. 헌법에 적시했듯이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 그것이 정의요, 우리 민족의 혼이다.




현실이라는 안경으로 보면 역사의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사관... 역사를 보는 안경. 그것도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 역사의식이 없이 보는 역사는 한낱 종이에 적힌 관념적 지식일 뿐이다. 우리 선열들은 역사의 변곡점마다 주인으로서 그 몫을 외면하지 않고 희생을 감내해 왔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오늘 대한민국이 이렇게 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역사를 배워도 역사의식을 가르쳐 주지 않는 교육은 혼이 없는 껍데기 지식이다. 나는 나의 주인이요, 역사의 주인이며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우리 선열들의 저항정신인 정의가 우리 역사 속에 도도한 강물처럼 흘러 오늘의 나는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자, 역사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마항쟁 41주년인 오늘 부산대학교 교정에 뿌려진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청년학도여. 지금 너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조국은 심술궂은 독재자에 의해 고문받고 있는데도 과연 좌시할 수 있겠는가. 이 땅의 위정자들은 흔히 민족을 외치고 한국의 장래를 운운하지만 진실로 이 나라 이 민족의 영원한 미래를 위하여 신명을 바칠 이 누구란 말인가. 청년학도여!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돌이켜 보게나... 소위 유신헌법을 보라! 그것은 법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을 위한 법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의 무모한 정치욕을 충족시키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고도 우리 젊은 학도들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에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너희들의 정열은 어디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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