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가 대조적인 두 프로그램을 내 보내 논란의 타깃이 됐다. 하나는 지난 11월 10일 밤 11시 30분에 보수논객 전원책변호사가 출연한 ‘오늘밤 김제동’이고 또 하나는 12월 4일 "나는 공산당이 좋다"고 말해 화제의 중심에 섰던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의 김수근 단장’이 출연한 ‘오늘밤 김재동’이다. ‘오늘밤 김재동’의 논란을 보면 김재동의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덤벼든다”는 말이 생각난다.
KBS가 ‘오늘밤 김재동’을 기획한 것은 '건강하고 간편한 야식 같은' 시사토크쇼를 진행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재미있고 흥미롭게 전달하겠다’는 기획자의 의도와는 달리 웃고 넘어 갈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한쪽은 김수근단장의 발언이 ‘북한체제·김씨 일가를 미화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찬양 고무에 해당한다’며 "마치 북한 중앙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며 흥분 하고 있다. 또 한쪽에서는 보수논객 전원책의 출연을 두고 ‘KBS를 TV조선으로 만든 전원책’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치관이 병들어 있다. 자유와 평등, 보수와 진보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는 앙숙(怏宿)인가? 우리국민들은 알파고시대를 살고 있는데, 가치관은 아날로그시대 그대로다. 국가보안법은 ‘반공이 국시’가 되던 시절 그대로다. 전봇대마다 붙어 있던 ‘의심나면 다시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는 표어가 우리 머릿속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며칠 전 필자가 SNS에 “문재인 대통령님, 통일을 원하시거든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하세요”했더니 한 네티즌이 “문재인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하고 물러나면 퇴임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남주시인은 분단이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팔군 병사의 군화에도 있고, 입산금지의 팻말에도 있고,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짖어대는 네 이웃집 강아지의 주둥이에도 있다’고 했다. 또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원격조종의 나라 아메리카에도 있고,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감옥의 담에도 있고, 그대 가슴에도 침묵의 벽에도 있다‘고 절규하고 있다. 이런 분단을 두고 남북의 판문점 선언 하나를 마치 통일이 다 된 것처럼 흥분해도 좋은가?
시인의 표현은 현실로 만나면 더더욱 참담하다. 국가 보안법은 국민의 입에 물린 재갈이다. 나라의 주인이라는 국민은 통일방안에 대해 입도 벙긋 못한다. 북한의 좋은 점을 말하면 이적찬양고무죄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자구대로 해석한다면야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38선을 넘은 것도, ‘"나는 공산당이 좋다"는 김수근단장의 발언도 명확한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북한이 발행한 책을 소지하는 것도, 북한이 발행한 책을 읽고 대중들 앞에서 북한의 좋은 점을 말하면 이적찬양고무죄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문재인대통령이 진심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헌법 개정과 국가보안법폐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머릿속 가치를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사상의 자유를 금지하고 뒤집힌 남·북간 인민의 가치관을 그대로 두고 달랑 판문점 선언 하나로, 남북 정상이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는 사진 몇 장으로 통일은 오지 않는다. 남과 북은 ‘노동과 근로, 국민과 인민, 친구와 동무...’에서부터 분단되어 있고, ‘의·식·주가 식·의·주’로... 프롤레타리아라는 말만 들어도 이상한 사람이 되는 현실을 두고 통일이 가능하겠는가?
통일은 대통령 혼자서 하는게 아니다. 정부부처가 총동원 되어야 하고, 여야 국회가 그리고 사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국방부는 나서는데 왜 김재동의 웃자고 하는 소리에 죽자고 덤벼드는 뒤집힌 가치관을 구경만 하고 있는가? 왜 북한의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두고 우리는 영리병원을 만들고 있는가? 왜 북한은 노동자가 나라의 주인이라는데 우리 노동자는 75m 굴뚝에 올라 408일 동안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는가? 통일은 먼저 주권자인 국민에게 사상의 자유가 주어지고 국가보안법부터 폐지되어야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사람답게 사는 행복추구권이 실현되지 않고서는 통일은 아직도 우리와는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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