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교육인가 방치인가

by 참교육 2010. 7. 9.
반응형

장면. #1

하교하는 학생들로 만원이 된 시내버스 안

발 디딜 틈도 없는 버스 안에는 학생들의 잡담소리,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장판을 방불케 한다. 존칭도 붙이지 않는 학교선생님의 흉을 보는 소리. 남자친구가 어떻다느니 하는 소리가 악을 쓰듯 들리고 그 와중에 자리를 일찌감치 차지한 학생은 다리를 꼬고 앉아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 곁에는 다리가 편치 않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손잡이를 잡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자리 양보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다. 공중도덕이니 예의 같은 것 따위에는 버스 안에서는 없다.

장면. #2

골목을 걷다보면 몇몇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피워 물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어른들이 지나가도 상관 않는다. 교복을 입은 채로 차도를 무단 횡단하는 학생도 있다. 길거리에 아무 곳이나 가래침을 뱉기도 하고 담배 갑이나 과자 껍질을 아무 곳이나 버리기도 예사다. 교복을 입을 채 남녀 학생이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나 다솜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학생들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지만 지나가는 행인들도 이들의 행동을 하나같이 못 본 채한다.

장면. #3

교실 안. 선생님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는 엎어져 자고 있다. 어떤 아이는 옆에 앉은 학생과 끊임없이 잡담을 나누고 있다. 선생님이 눈치를 주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참다못한 선생님이 다시 주의를 주면 기분 나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한마디만 더하면 책상을 차고 교실을 뛰쳐나갈 기세다. 구석에 앉은 한 학생은 휴대폰을 꺼내 열심히 만지작거린다. 문자를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선생님도 지쳐서 못 본 채 한다. 교실 구석에는 여기저기 휴지들이 뒹군다. 휴지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게 습관이 된 듯하다.

장면. #4

가방을 메고 나가면서 “엄마 돈!” 무슨 돈이냐고 몇마디만 물으면 신경질적인 언사가 튀어 나온다. 부모와 대화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부모는 아이들 앞에 죄인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간의 관계며 예의 따위를 얘기할 수도 없다.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참아 주는 게 좋은 부모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수험생이면 부모도 함께 수험생이 된다. 집안에서 발소리도 죽이고 부부싸움도 자제해야 한다. 


자녀가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부모의 분신으로 생각하는 자녀관은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 하나 아니면 둘, 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딸에게 힘든 일, 거슬리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배려(?)로 아이들은 버릇없이 커 간다. 아무리 잘못한 일도 100점만 받으면, 공부만 잘하면 모든 걸 용서하는 가정교육에 아이들은 인간관계며 윤리도 모르고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옳고 그른 것,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은 지 오래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출세를 위해, 성공을 위해서라면 버릇쯤이야 문제될 수도 없다. 그런 자잘한 것(?) 따위는 커면 다 고칠 수 있다는 믿음에 아이들은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가슴은 없고 머리만 있는 아이들, 일등만 하면... 일류대학에만 입학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양보하는 교육으로 우리사회는 병들어 가고 있다. 친구나 이웃에 대한 배려나 나의 언행으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 할 것이라는 마음 따위에는 관심도 없이 자라나는 아이들. 나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 내 부모와 우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나밖에 모르는 마마보이로 자라는 아이들... 사회성도 없고 인간관계도 좋지 못한 인격자가 어떤 사회, 어떤 직장에서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은 한없이 무력하고 나약한 존재로 병들어 가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