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이 땅에 학부모로 산다는 것은...

by 참교육 2010. 5. 25.
반응형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수당으로 700(1유로=1,742.44원)유로를 받고 10개월에서 3년까지는 매월 300~400유로의 육아수당을 받는다. 
입학 전 아이들에게 언어공부를 안 시킨다.
학원이란 게 아예 없다.
초등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은 안 시킨다.
부모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배려한다.
대학원 과정까지 무상교육이 이루어지는데 박사과정은 월18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보조 받는다....」

환상적인 사회복지와 신비롭기까지 한 교육복지를 이루어 낸 나라. 무상급식에 무상교육까지... 핀란드의 교육이야기다. ‘핀란드 교육혁명’이라는 책을 읽으면 괜스레 화가 치민다. 바른 말하면 빨갱이가 되는 나라. 창의적이거나 진실을 말하면 승진이나 출세는커녕 평생 문제아가 되어 꼬리표를 붙이고 살아야 하는 나라. 왜 왜 우리는 핀란드 같은 교육을 못하나?

                   <왜 핀란드 교육인가? 핀란드 교육혁명: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ㅡ총서기획팀엮음>

핀란드를 다녀 온 도종환시인은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는 시를 통해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차고 푸른 수평선을 끌고 바람과 물결의

경계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내일 학교 가는 날이라고 하면
신난다고 소리치는 볼 붉은 꼬마 아이들을 바라보다
그의 눈동자에는 북해의 물방울이 날아와 고이곤 했다.

푹 빠져서 놀 줄 알아야 집중력이 생긴다고 믿어
몇 시간씩 놀아도 부모가 조용히 해주고
바람과 눈 속에서 실컷 놀고 들어와야
차분한 아이가 된다고 믿는 부모들을 바라보며
배우고 싶은 내용을 자기들이 자유롭게 정하는데도
교실 가득한 생각의 나무를 보며
그는 피요르드처럼 희고 환하게 웃었다


아는 걸 다시배우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배우는 게 공부이며
열의의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므로
배워야할 목표도 책상마다 다르고
아이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학습목표를 개인별로 다시 정하는 나라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는 시험도 없고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아주 잘했어
이 세 가지 평가밖에 없는 나라


친구는 내가 싸워 이겨야할 사람이 아니라

서로협력해서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할 멘토이고
경쟁은 내가 어제의 나하고 하는 거라고 믿는 나라
나라에서 아이가 뒤처지는 아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교육이 해야 할 가장 큰일이라 믿으며
공부하는 시간은 우리 절반도 안 되는데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며
그는 입꼬리 한쪽이 위로 올라가곤 했다.


가르치는 일은 돈으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므로

언제든지 나랏돈으로 교육을 시켜주는 나라
청소년들에게 관련된 제도는 차돌맹이 같은 청소년들에게
꼭 물어보고 고치는 나라
여자아이는 활달하고 사내녀석들은 차분하며
인격적으로 만날 줄 아는 젊은이로
길러내는 어른들을 보며 그는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가 작은 우주라고 믿는 부모와

머리칼에서 반짝이는 은빛이
눈에서도 반짝이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침내 그는 울었다.
흐린 하늘이 그의 눈물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경계를 출렁이다가도 합의를 이루어낸 북해도
갈등이 진정된 짙푸른 바다는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가슴에도 진눈깨비에 젖고 있었다

                             <36인의 교육전문가가 북유럽 교육탐방 모습 출처 : 21happyedu 에서> 

‘네 형은 공부를 잘하는 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며 형과 비교하고, 이웃집 누구는 반에서 일등을 했다는 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며 아이들을 다그치는 부모... ‘아이들이 얼마나 힘 드는 지 이해하기보다 ‘지나고 보며 다 추억이 된다...’며 윽박지르는 부모. 학원에서 또 학원으로 대여섯 곳을 보내야 직성이 풀리고, 아이들이 노는 걸 보면 불안해 못 견디는 부모는 좋은 부모일까? 남의 아이들이야 어떻게 되든 내 아이만 잘 봐달라며 담임을 찾아가 촌지를 내밀면서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부모는 현명한 부모일까?

「잠을 이루는 것은 매우 좋다

잠을 충분히 자면
예리한 판단력, 높은 기억력
그리고 작업능력에 좋은 영향을 준다
」며 잠자는 법을 소개해 주는 핀란드와 달리 학교에 늦을 새라 아이를 깨우느라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는 나라. 불규칙적인 수면리듬은 두뇌가 깨어나는 시간을 예측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유난히 수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며 ‘잠잘 자는 법’을 소개해주는 나라가 핀란드다.
잠자기 전에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게임을 하는 행위,
잠자기 2시간 전 심한 운동은 잠을 방해 한다.
저녁샤워는 잠자는 것을 도와준다.
잠자는 시간에 전화기를 끈다.
.....

                          <희망교육찾기 북유럽 탐방단의 모습 - 출처 : 21happyedu 에서>

우리는 어떤가? 1등을 위해서... 출세를 위해서... SKY입학을 위해서... 3당 4락을 신봉하고 그게 마치 당연한 듯 아이들에게만 인내를 강요하는 부모는 부모역할을 잘 하는 걸까? 자녀가 놀고 있으면 보아 넘기지 못하는 부모가 있다. 어린이의 놀이는 끈기와 인내, 건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성과 상호협동심, 사고력, 비판력, 문제 해결능력을 길러준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좁은 아파트에 살면서 학원에서 학원으로 내몰리며 영어학원,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태권도 학원... 을 개미 쳇바퀴 돌듯 내몰리는 아이들... 영어 단어 하나 더 암기하는 것과 놀이를 통한 사회성과 협동심을 길러 주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소중할까?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사는데... 너는 100점만 맞으면 돼, 서울대학에만 들어가면...’ 직업에 대한 이해도 경제관념도 민주주의도 공부에 방해되는 것이라면 ‘넌 그런 거 몰라도 돼, 학생은 공부마 해!’라며 가족의 소중함도 민주주의도 정의도 가르치지 않는 부모는 지혜로운 부모일까? 집안 형편 같은 건 감추고 ‘네가 커서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 이뤄주기만 한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부모. 자식을 한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는 부모는 과연 현명한 부모일까?


남한보다 3.4배 면적이면서 인구는 530만명으로 1인당 GDP는 3,1723유로에 달하는 나라.  하루 3~4시간 공부해 PISA(국제학력평가) 연속 1위. 이에 반해 아침 6시 기상→ 7시 등교→ 밤 10시(11시 30분)가 돼서야 학교를 마치고 다시 학원으로... 새벽 2시가 되서야 귀가해 숙제 및 컴퓨터를 하고서야 잠자리에 드는 이상한 나라. 학생을 상품화하고 서열화하고 있는 우리는 어떤가? 경쟁만이 살길이라며 친구가 적이 되는 교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암기하고 또 암기해 암기한 지식의 량으로 개인별 학급별, 학교별, 지역별로 서열매기는 시험 공화국. 사교육비 부담 세계 1위, 자살률 세계 1위의 나라 대한민국. 우리는 정말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교육개혁을... 복지국가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