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점점 더 많은 은행 업무를 처리하게 되면서 은행 점포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인력 감축 칼바람이 불고 있는데 만 40세, 즉 1978년생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농협은행도 지난 연말 만 40세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해 534명이 회사를 그만 뒀다. 은행권의 이런 현상은 4차 산업혁명의 기류가 몰아치는 유통과 제조업 등 다른 분야로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 위클리공감>
인터넷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소식이다. 문재인대통령이 후보시절 가장 강조했던 것이 청년 일자리문제였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대통령이 된 후 집무실에 ‘일자리 전광판’를 만들어 놓고 매일매일 체크하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5년간 예산 21조원을 투입,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채용하면 그 중 1명의 임금을 정부가 3년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재인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은 성공할 수 있을까? 40세 희망퇴직의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는데 그것이 은행만의 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을 보면 쓴 웃음이 나온다. 청년 일자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전광판’까지 만들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하면서 ‘4차산업 발전을 위해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관 협업체계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쓴 웃음이 나온다고 한 이유는 ‘일자리 창출’과 ‘4차산업발전’을 위한 지원은 상호 모순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감원 칼바람은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6년 다보스 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총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신기술이 새롭게 만들어낼 일자리는 210만개에 불과해 현재 일자리 가운데 500만개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한다. 이 보고서는 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의 약 65%는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될 것이고 현재 18세의 학생이 40세가 됐을 때는 평균적으로 10~14개의 직업을 거쳐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위기를 느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운동을 벌였던 일이 있다. 기술혁신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 경제적인 변화를 기계를 파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연결‘이다. 이러한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초연결성). 초연결성으로 비롯된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일정한 패턴 파악(초지능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예측 가능성)이다.
‘노동에서 해방되는 세상’과 같은 장밋빛 전망(?) 때문일까. 사람들은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세상’을 일컬어 ‘제 4차산업혁명’으로 명명했다. 자본주의 교육에 익숙한 사람들은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할지 모르지만 프롤레타리아란 ‘노동력 이외에는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계급’의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노동에서 해방된 세상’이란 다른 말로 표현하면 프롤레타리아가 필요 없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는 은행노동자들만의 문제만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브런치>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창출 정책을 보면 산업혁명당시 ‘러다이트운동’ 생각이 난다. 노동에서 해방되는 세상으로 바뀐다는 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가까운 예로 지하철을 역에는 역무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형매장도 점차 노동자들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의사도, 변호사도, 목사도, 스님도... 로봇이 대행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드론이 나타나 농사를 짓고 택배기사가 하던 일을 드론이 빼앗아 가고, 전쟁도, 로봇과 드론이 대신해 주는 시대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놀랄 일이 아니다. 진짜 놀랄 일은 이런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불어 닥치고 있는데 변화에 대처 해야할 정치인, 교육자,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구경꾼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거대한 해일이 지구촌을 향해 밀어닥치고 있는데 인간이 이룩해 놓은 문화가 마치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있는 현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마르틴 루터의 말이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낭만적으로만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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