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공갈 사회책, 따지기만 하는 산수책, 외우기만 하는 자연책, 부를 게 없는 음악책, 꿈이 없는 국어책...’ 안치환이 부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다. 교과서기 정말 이런 책이라면 사랑하는 내 자식을 학교를 믿고 맡길 부모가 있을까? 혹시 이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께서도 교과서를 배우면서 이런 느낌이 들었을까? 아니면 이 시를 쓴 학생이 문제아(?)라서 그럴까?
중학교 시험문제 중에는 이런 문제가 나온다.
‘다음 중 문화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다음 글에 해당하는 문화의 속성은?’
‘다음 중 대중문화의 영향이 아니 것은?’
4개 혹은 5개의 지문 중에서 맞는 답을 고르는 정답 찾기 문제다. 이런 문제에 만점을 받으려면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게 비법이다. 문제를 조금만 신경 써서 살펴보면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이 아니라 추상적 개념 찾기다. 개념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개념만 외우면 생각 있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
이렇게 외우기만 하면 정답은 족집게처럼 맞출 수 있겠지만 사회를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없다. 답을 찾는 공부가 아니라 문제를 주고 자기 생각을 주고받는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긴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문제풀이를 하는 공부를 시키면서 창의적인 인간양성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현실 문제, 자신의 문제라면 한눈을 팔고 잠을 자거나 짝꾼과 잡담이나 하는 학생이 있을까?
‘외모와 인품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브랜드 제품과 사구려 제품을 입은 사람은 사람까지도 차이가 날까?’, 혹은 ‘이혼은 바람직한가 아닌가?’... 만약 교과서에 이런 주제를 주고 토론을 핟록 한다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을까? 지식으로 아는 것과 자기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다르다. 더구나 교사가 답을 족집게처럼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니라 토론자로서 함께 참여 한다면....?
<이미지 출처 : 카이스트 뉴스>
사회교과를 암기과목이라고 한다. 사회교과가 암기과목인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불행하다. 1960년 4·19일은 이승만대통령의 부정선거에 항의해 혁명이 일어난 날이다. 이렇게 연도를 암기해 알고 있다는 것과 민주주의, 국민주권,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과 같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외우기만 하는 교과서라고 하지 않은가? 더구나 5. 16을 혁명이라고 배웠던 학생들은 ‘공갈 사회책’이라고 하는 주장하지 않을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역사교과서도 한 번 짚어보자. 역사교과서를 펼치면 구석기시대부터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무덤형태나 간석기니 뗀석기 어쩌고 하는 암기문제부터 시작한다. 삼국시대 관등제와 복식 그리고 불교의 전래연도나 외우면 역사의식이 생겨날까? 왕의 치적이나 외워서 무엇을 얻을 게 있는가?
역사는 나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내가 태어난 고장의 역사, 내 아버지 할아버지가 살았던 시대의 주거와 문화, 생활양식.... 이렇게 배우지 않고 왕의 치적, 사건의 원인, 경과, 결과나 연대순으로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런 교과서로 공부해 나를 찾고 민족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기를 수 있는가? 역사의식이 생겨날까?
왜 지역사는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가? 암기가 목적이 아니라면 마산에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여몽연합군 일본정벌이나 3·15에 대해서, 정읍이나 고부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황토현 전투를, 부산에 살고 있는 학생은 부마항쟁을, 광주학생들에게는 5·18광주민중항쟁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천편일률적으로 고조선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순으로 배운다고 역사공부가 능률적일까?
전국의 고등학생들의 필수여행코스가 왜 제주도인가? 혹 제주민중항쟁이라도 배우기 위해서일까?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교사가 제주민중항쟁을 가르쳤다면 인솔교사는 빨갱이 선생이 되고 만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순진한 학생들에게 그런 걸 가르쳤는가 라고 학부모의 항의 전화가 빗발칠지도 모른다. 마산에 살고 있느 학생이 3·15를, 전라도 학생이 동학혁명을, 부산에 사는 학생이 부마항쟁을, 광주학생들이 5·18민중항쟁을 모른다면 그런 역사를 왜 배워야할까?
<이미지 출처 : OKJSP>
중고등학생들의 지식수준을 보면 거의 전자사전 수준이다. KBS의 ‘골든 벨을 울려라’라는 프로그램의 문제를 푸는 학생들을 보면 그 학생들 머릿속에 전자사전이라도 들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지식이 정말 꼭 필요할까? 간단하게 전자사전 하나 포켓에 넣고 다니면 고생해서 암기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도사(?)가 된 학생들에게 현실 문제를 물어보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에서 열등생리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한 이유다.
자기 집의 소득이 얼마인지,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을 때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이나 디플레 상황에서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깜깜이다. 한학년 내내 역사 공부를 해도 사관이나 역사의식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사회책을 배워도 민주의식이나 인권의식을 체화하지 못하는 공부, 5.16이 혁명인지 쿠데타인지 헷갈리는 사회 교과서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할까?
교육의 중립성을 말한다. 교사는 교과서만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못 믿겠으면 열린 교육을 하면 안 될까? 학생들이 스스로 찾고 토론하는... 평생 노동자로 살아 갈 제자에게 노동3권이 무엇인지, 노동법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교과서가 아니라 조별로 나누어 주제를 설정하고 스스로 자료를 찾아 토론하고 발표하는 공부는 정말 불가능하기만 할까?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가르치겠다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정권이 필요한 인간, 자본이 필요한 인간을 만들겠다는 의도 아닌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문제투성이 교과서를 가르쳐 달달 외우게 하고 그 암기한 정도로 성적을 매기는 학교에서 교사의 수준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도 좋을까? 국정 교과서로 가르쳐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 매기는 수능이 있는 나라에서 존경받는 교사가 나올 리 없다. 수업 시간 중에 5분만 삶의 문제를 얘기하면 ‘선생님 공부합시다’는 소리가 나오는 교실...그런 교실에서는 교사의 영향력이란 교과서 영역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학교를 공부하는 곳으로 바꾸지 못하는 한 무너진 교실은 절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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