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하는 말... 실업자가 더 바쁘다‘고 합니다. 제 생활이 요즈음 그렇습니다. 며칠동안 강원도 교육지원청이 주최하는 블로거 강의에 다녀왔습니다. 17일에는 대전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하는 정회원 교육도 받고 개관식행사에 참석해 시청자 미디어센터가 누엇인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좋은 사람들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또 세종시선생님들이 공부하는 혁신학교공부모임에도 다니며 혁신학교에 대해 함께 공부도 합니다. 오늘은 경남교육감으로 당선된 박종훈교육감의 교육감직인수위원회정책자문위원으로 참석하러 마산까지 갔다 와야 합니다.
영월에서 강의는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인정많은 블로거 지망생들의 열정이며 참여자세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적극성 때문입니다. 이날 강의에서는 블로거란 무엇인지, 왜 블로거가 되려는지,블로거들의 기본적인 자세란 무엇인지....’에 대해 강의 후 질의와 토론시간이 있었습니다. 젊은 엄마들의 열정이 놀랍고 대견스러웠습니다.
교육블로거가 되겠다면 기본적으로 교육이 무엇인지 교육관이 바로 서 있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나라 교육, 독일이나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국가에서는 어떻게 교육을 하고 있는지, 왜 우리는 시험문제를 붙잡고 하루 종일 시름을 하고 보충수업과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점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들이기도 하기에 특별히 더 관심이 많은 듯했습니다. 지난 9일 영월에서 첫 강의를 했을 때는 수강생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제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표현은 제 스타일의 강의를 아마 들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6일 강의에서 확인한 바로는 처음 제 강의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대부분 제 강의를 처음 듣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그리고 중앙일보를 보는 사람들은 “저 사람 빨갱이 아니야?” 그런 반응입니다. 옛날, 그러니까 1980년 초 마산 가톨릭여성회관에서 한 노동자 강의나 YMCA같은 곳에서 한 시민대학, 노동조합에서 했던 강의를 듣던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저 사람 빨갱이 아니야?”
그것도 그럴 것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교과서 수준을 면치 못한 당시의 노동자들에게 진보적인 성향의 이야기가 낯설 수밖에 없었던 게지요. '좋은 게 좋다'거나 '내가 가난한 것은 못배우고 못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운명론을 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데올로기의 벽 속에 갖혀 있는 사람들이 자기를 발견하기 까지는 틀을 깨는 고통을 겪어야 하나봅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제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알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저는 소신을 버리지 않고 강의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영월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강의한 교육내용은 교육을 보는 관점이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보수적인 신문이나 TV와 같은 곳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관념적입니다. 만나는 사람, 늘 대하는 미디어들이 그런 가치관이었기 때문에 제 강의가 낯설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런 사람들은 교육을 보는 관점이 상품이라고 보고 경쟁이나 효율을 강조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이겨야 산다는 그들의 논리에 내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 일등을 하고 일류대학을 나와 출세하고 경쟁에서 이겨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교육을 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사회란 결국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1등은 승자가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 영원한 일등이란 있을 수도 없고 영원한 승자도 없습니다. 상대방이 무너져야 내가 살아남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후의 승자가 선이 되는 경쟁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이라도 볼 수 없습니다.
일등과 이등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설사 국어나 영어 점수 1, 2점의 차이로 일등을 했다고 칩시다. 그런 일등이 영원한 일등, 인격적으로도 일등일까요? 일등이라는 영예를 차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란 잠시의 영광보다 받아야 할 피해와 고통이 너무나 길고 크다고 생각해 보지는 않으셨는지요?
그래서 경쟁만이 살 길이 아닌 더불어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육이란 특별한 사람, 힘 있는 사람,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만이 누려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라 물과 공기처럼 누구나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공공재’로 보는 관점, 그래서 친구가 적이 되는 삶이 아니라 자는 토끼를 깨워 함께 가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합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질문도 주고받고 토론도 벌이고 하는 동안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두 번째 강의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편이어서 퍽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로서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아이들은 내 삶을 대신 살아 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행복한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로 끝을 맺었습니다.
바쁜 사람들은 강의가 끝나고 각자 일터로 돌아갔지만 몇몇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고 따뜻한 말로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습니다. 이 분들과 만나 잊을 수 없는 얘기 하나... 돌아가는 차에서 먹으라며 간식거리를 챙겨주는 인정많은 수강생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준 혀경진 주무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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