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2014.04.12 06:32


"유치원부터 대학교는 물론 박사까지 돈 내는 건 없습니다....

식사에서부터 교과서, 각종 교육보조 재료까지 대부분 무료예요.....

대학생의 경우 월 250유로 정도 정부 보조금을 받습니다. 차비도 하고, 책도 사보고, 때론 맛난 것도 사먹고 하지요..."

핀란드 노총 Pekka Ristela 라는 분을 인터뷰한 기사 내용이다.

 

등수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반문했다. " 등수라고 하셨나요? 등수가 뭔가요?"

 

기자가 가까스로 등수를 설명해 주자 "학교가 시험을 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등수는 왜 가리나요? 시험을 치는 이유는 학생이 해당 과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예를 들어, 수학 시험을 보았다고 합시다. 시험 결과가 곱셈은 잘하는 데 나눗셈은 못한다고 나왔다면 나눗셈을 잘 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돕느냐가 선생님과 그 학생의 과제가 되겠죠."

 

"체육시간 달리기 외에는 '경쟁'이란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핀란드 교육. 성적표라는 것을 "받아보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다."는 핀란드는 도대체 어떻게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핀란드가 ‘국제학력평가(PISA) 1위, 세계경제포럼 성장 경쟁력지수 1위, 청렴도 1위....... 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런 얘기는 컴퓨터를 끄고 켤 수만 있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체널 예스>

 

 

핀란드뿐만 아니다. 교육천국으로 알려진 쿠바는 물론이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대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이다. 체코, 아이슬란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에서는 대학등록금이 없다. 게다가 덴마크에서는 정부가 대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뜻에서 매월 50~60만원을 주고 있는가 하면 스웨덴에서는 20세가 되면 1인당 2천만원 정도씩 지급한다. 핀란드와 함께 교육 강국으로 손꼽히는 아일랜드 역시 대학등록금이 무료다. 캐나다도 고등학교까지는 무상교육이지만 돈이 없어 대학에 못 다니는 학생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떤가?

 

‘등록금 천만원 시대, 신용불량자 양산소 되어버린 대학교...’

이제 이런 소식은 이슈거리도 되지 않는다. 대학 재학 중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8명(74.5%)꼴... 현재 대학 재학생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은 54만 명(21.3%)으로, 5명 중 1명꼴이다. 아르바이트 학생 중 법정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사람이 17만 명(31.9%)으로, 3명 중 1명으로 최저임금법 사각지대에 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평균 33.2시간이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한 달 일해 받는 월급은 평균 89만원정도다.

 

초·중·고는 어떨까?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 수는 모두 698만 7,000명이다. 이들이 사교육비로 지출된 총액은 20조 1,266억원. 그 중 초등학교 학생 313만 2,000명이 부담한 사교육비는 9조 461억 원, 중학교 학생 191만 1,000명이 부담한 사교육비는 6조 6억 원, 고등학교 학생 194만 4,000명이 부담한 사교육비는 5조 799억 원이나 된다. 영어 과외비로 지출된 돈은 한해 6조 7,685억 원, 수학은 5조 9,024억 원, 국어는 1조 5,657억 원, 사회·과학은 1조 834억 원이었다. 예체능은 음악 1조 7,293억 원, 체육 1조 2,526, 미술 6,149억 원...

 

 

<이미지출처 : 시사 인>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의 6%를 차지하고 고등학생의 80%가 과외를 받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과외비로 수리과목은 한 달에 170만원, 나머지 과목은 100만원씩, 학생 한명이 많게는 월 1000만원씩 과외비로 지출하는 가정도 수두룩하다. 아이 한 명을 낳아 키우는데 4억 원, 연간 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하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하는 나라. 학령기 학생 713만명 중 4%인 28만명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지구상에는 교육을 보는 시각에는 두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교육을 상품으로 보고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상품이란 ‘투입 산출’이라는 공식이 적용돼 투자한 만큼 이윤을 발생하도록 만들어진 구조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교육... 승자 독식구조다.

 

교육이 상품이 되면 수요와 공급이라는 상업주의 논리가 지배하게 된다. 돈이 많은 부모의 자녀가 양질을 교육을 받고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은 뒷전이고 상급학교 진학이 교육의 목표가 된다. 일류대학을 몇 명 더 입학시켰는가의 여부가 명문학교가 되고 개인도 학교도 지역도 서열 화된다.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로 승패를 가리는 무한 경쟁이 사교육과 선행학습 등 온갖 경쟁적인 편법이 동원되는 교육 그게 신자유주의 교육관이다.

 

이에 반해 앞에서 예를 들었던 북유럽을 비롯한 여러 교육선진국들은 교육을 상품이 아닌 공공재로 본다. 장차 나라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을 국가가 필요한 인재를 길러 내겠다는 것이다. 공공재란 물과 공기처럼 교육을 특정세력이 독점하거나 대물림할 수 없다는 관점이다. 국가는 학력기의 모든 청소년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주어지도록 기회를 균등히 주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무너졌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교육을 해야 할 학교는 입시준비를 하는 학원이 되고 사교육이 인성교육을 한다는 얘기도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교육을 살리겠다고 정부가 내놓는 처방은 보면 하나같이 백약이 무효다. 무너진 교육을 살리겠다며 내놓은 온갖 처방이 ‘아랫돌 빼 윗돌괘기’식이다. 입시 제도만 해도 그렇다. 지난 46년간 동안 무려 38번이나 입시제도를 바꾸고 대학입시전형 방법을 3,298가지나 만들어 내놓았다.

 

 

<이미지 출처 : EBS>

 

 

2003년부터 교육과정을 무려 9차례,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까지 나서서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학교폭력이 근절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폭력 근절을 위해 교내 구석구석에 CCTV를 설치하고 학교지킴이 등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달라진 게 없다. 교육의 질을 높인다며 학교평가도 모자라 교원평가까지 도입했지만 학교교육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열이 나는 환자라고 무조건 해열제를 처방한다고 병이 낫는 게 아니다. 교육부의 교육 살리기 대책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문제의 원인을 두고 지엽적인 처방을 대책이라고 내놓으니까 그렇다. 사교육비 때문에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아지면 일류대학은 그대로 두고 선행학습금지법을 만든다.

 

학교폭력이 심각해지자 폭력의 원인을 찾지 않고 가해자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상급학교진학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학생생활기록부에 남기고 학교평가점수에 반영해 예산을 차등지원하고 있다. 그래도 폭력이 줄어들지 않자, 이번에는 폭력학생들을 따로 모아 공부를 시키겠다며 ‘위스쿨’이니 ‘꿈키움학교’까지 만들고 있다.

 

 

교육을 살리는 길은 학교가 입시교육이 아닌 교육과정대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것은 교육을 상품이 아닌 공공재로 보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 하는 길이다.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한 그 어떤 대책도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없다. 국영수 점수로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매기는 무한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소질과 특기를 살리는 여러줄로 세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길러내는 교육으로 어떻게 모든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겠는가?

 

 

이 기사는 '맑고 향기롭게(2014.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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