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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학력평가

쫓겨난 선생님, 정말 죽을 죄를 지었을까?

by 참교육 2008.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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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이 말만 들으면 가슴이 오그라든다. 초등학생이 시험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늦게까지 학원 시험 대비 보충수업을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슬퍼.

곧 중학생이 될 5, 6학년만 그런 줄 알았는데 고작 9살 먹은 2학년 아이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우리 학교는 사흘 전에 2학기말 성취도평가를 봤는데 몇몇 아이들은 밤 12시까지 공부했대. 지난 주말도 내내 학원에서 보냈고.

나는 단원평가 시험 볼 때도 점수 써 준 적 한 번 없는데 아이들은 어쩌면 한 문제에 5점씩 점수 계산을 그리 잘하는지. 설명하는 틀린 문제 풀이에는 통 관심이 없고 저마다 점수 계산하랴, 다른 아이가 몇 점 맞았는지 훔쳐보랴 바쁘더라.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그렇게 이야기했거늘 아직 학교에 들어온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 등수 매기기 달인이 되어 가고 있어. 」

 

<사진: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파면 통보를 받은 서울 구산초등학교 정상용 교사가 17일 마지막 수업을 마친 뒤 교실을 떠나려 하자 학생이 선생님의 팔을 끌며 나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다. -경향신문-에서>

죄가 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번 교사들의 해직파동을 보면서 ‘정말 이들이 교육자이기를 거부할 만큼 파렴치한 반교육적인 행동을 했는가?’가 하는 의문과 그런 처분을 내린 교육청관계자들은 정말 이들이 교사로서의 사형이라는 중형을 받을 죄를 저질렀다고 확신하고 내린 조처일까? 원론적으로 국가단위성취도평가라는 시험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부터 보자. 모든 평가가 그렇듯이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는 근본 취지는 ‘국가수준에서 학교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책무성을 밝히기 위한...’ 데 있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하여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하여 교육성취 수준을 점검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체제 변인과의 관계를 파악하여 교육의 개선점을 도출하는 연구”라고 정의된 바 있다.(「초중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방안 연구」, 교육인적자원부, 2005)

폐일언하고 지난 10일 실시한 전국단위성취도평가를 계속해서 실시행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표본도 아닌 ‘전집형 평가란 학교 간 지역간 성적경쟁으로 내몰고 전국적인 학교 서열이 이루어져 고교등급제 시행의 정당성을 확보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응시결과 중학교 학력격차가 확인될 경우 중학교 평준화도 해체로 이어지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해직된 친구에게 선생님의 편지글에서 보듯 결과적으로 초등학교까지 성적경쟁이 확대되어 천문학적 사교육부담과 평준화의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전국단위 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에게 학부모가 체험학습을 갈 수 있도록 인정했다는 게 죽을 죄인이 될 만큼 중죄인이 되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결국 전국단위 성취도 평가는 ‘전국의 자료를 공개, 비교함으로써 일제고사는 초등까지 문제풀이 훈련으로 치닫게 함으로써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공교육 황폐로 이어지게 돼 있다.

요즈음은 어린 아이들조차도 먼저 앉은 버스의 좌석도 양보하기를 꺼린다. 해직된 선생님들이 자신을 그런 일을 하면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모르고 했을 리는 없다. 이렇게 삭막한 세상에 아이들의 고통,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더 넓게 보자면 공교육의 위기가 불을 보듯 뻔한데... 그런 시험을 치러 사교육 시장의 돈벌이를 시키겠다는 파렴치범들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는 양심이 이들을 교단에서 쫓기게 된 이유라면 이유다. 쫒겨난 교사들은 언젠가는 교단으로 다시 돌아오겠지만 시험점수를 학력이라 하고, 시험이 교육의 목적이라도 된다는 듯 밀어붙이는 교육자의 탈을 쓴 저 후안무치한 이들의 뻔뻔스러움에 현기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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