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을 왜 두둔하느냐?’

 

‘가해학생은 자신이 당한 만큼 똑같이 저도 당해봐야 한다’

 

‘당신 자식이 그런 폭력을 당해도 가해자 두둔할거냐?’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인권을 말하면 돌아오는 소리다. 일리가 없는 말도 아니다. 그러나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보복이나 처벌만능주의로 해결하면 가해학생이 개과천선할 수 있을까? 가해학생에게 대학진학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해두면 잘못을 반성하고 바르게 살아갈까? ‘폭력배’라는 전과 딱지를 붙여 격리시키면 다시는 그런 학생이 나타나지 않을까?

 

속담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죄는 밉다. 그러나 죄를 지은 학생이 반성해 다시 건강한 사회인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을 해야 할 학교가 학생이 한 일에 대해 전과자 딱지를 붙여 불이익을 주고 격리시키는게 학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일까?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23일 "학교폭력 가해학생도 반성을 하고 행동이 변한다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삭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만약 학생부 기재 사실을 졸업 이전에 삭제하도록 하면 학교폭력 억제 효과가 없어진다"며 "졸업 후 삭제를 통해 당해년도 대학 입시에서 한해서만 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록하는 방침은 계속 유지하되 졸업한 뒤 기재내용 보존기간만 5년에서 2년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다만 반성하고 긍정적 행동변화를 보인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졸업사정위원회가 삭제를 요청해올 경우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졸업 직후 삭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폭력사실 삭제하면 불이익이 없을까?

 

현재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해 5년동안 기록에 남겨 불이익을 주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학교폭력 가해자에게는 폭력의 정도에 따라 ‘사회봉사나 특별교육, 출석정지, 전학, 퇴학’ 등의 폭력 내용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국회 입법조사처조차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가 위헌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는가 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졸업 전 삭제 심의제도나 중간 삭제제도를 교육부에 권고한바 있다.

 

정부의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의 문제점

 

가해학생을 처벌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미 가해학생은 행위에 상응하는 사회봉사나 출석정지 혹은 전·퇴학과 같은 처벌을 받았다. 처벌을 받은 후 다시 생활기록부에 나겨 취업이나 진학에 불이익을 주면 학교폭력이 줄어들고 가해학생이 반성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달라진 것은 5년동안 기록을 2년으로 줄인 것과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차이다. 전교조를 비롯해 신민단체들은 "이 같은 낙인과 진학불이익 방식은 학교 내 갈등과 다툼을 확산하고 처벌 중심의 문화를 유도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기본권의 침해다.

 

지금까지 헌재 판례는 공익에 비해 기본권을 필요 이상 침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으로 간주해왔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사실을 졸업 후에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취업과 진학에 영향을 받을 것이며 기본권 제한이 된다’는 주장과 “교과부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정보를 수집·보관하는 행위는 해당 학생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어 위헌심판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둘째, 학생부 기재는 ‘이중처벌’이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로 ‘사회봉사나 특별교육, 출석정지, 전학, 퇴학..’과 같은 처벌을 이미 받았다. 그런데 또다시 학생부에 폭력사실을 남겨 ‘진학이나 취업’ 등에 불이익을 받게 한다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세째,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올해 졸업생부터 학생부 기록에서 삭제 한다면 지난해 이전까지 학교폭력가해자들에게 남겨 진 기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부터는 삭제된다지만 지난해 이전의 졸업생들은 삭제할 길이 없다. 같은 행위로 지난해 이전의 가해자와 올해 이후의 가해자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넷째, 기준이 모호하다.

 

교과부는 ‘가해학생이 반성하면 학생부에 기재된 사항을 삭제해준다’고 하지만 그 반성의 행동변화 정도를 판단할 모호하다. 무엇으로 판단의 근거를 삼을 것인가?

 

해법은 없는가?

정부까지 나서서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학교폭력... 교육부는 언제까지 처벌만능주의를 고집할 것인가?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말처럼 현장중심의 소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폭력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알아야 한다. 처벌중심의 해결이 폭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은 그동안 대책이 무색하다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경쟁교육 완화, 학급당 학생수 감축, 학생과의 만남 시간확보하기 위한 학교업무정상화, 치유와 화해를 통한 공동체 회복 중심의 학교 폭력 대책’과 같은 현장의 목소리는 왜 외면하는가? 현장교사를 들러리로 세우면서 어떻게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에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