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상읽기2019. 8. 20. 04:41


마산에서 이은상문학관, 조두남 음악관 이름을 놓고 격렬하게 논쟁이 붙었을 때 얘기다. 당시 나는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사람들의 모임에 갔다가 집중 성토를 받았던 일이 있다. 나는 그 당시의 충격을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가 이 일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한두 사람으로부터 그런 공격을 당했다면 상대방의 인식수준이 문제가 있어서 하겠지만 그날 참석한 8명 중 나 혼자만 생각이 달라 성토를 당했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것도 자칭 진보성향이라는 사람들이...  나는 이일을 두고 며칠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 했으니 그 충격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이야기의 발단은 이은상의 ‘내 고향 남쪽 바다’ 때문이었다.



“나는 이은상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은상의 시는 좋아 한다” 이 말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그러니까 마산의 이미지 마킹을 ‘내 고향 남쪽바다’ 뭐 이런 브랜드로 승부를 걸면 승산이 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사실 이은상이라는 분 때문에 마산에서 겪었던 격론은 아직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마산 시청이 ‘조두남 음악관’ '이은상 문학관’이라는 이름을 따 시 예산으로 회관 건립을 발표하자 시민단체기 반발하면서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결국 시민단체 대표로부터 시장이 밀가루 세례까지 받고 시민단체 대표가 구속되는 변괴(變怪...?)까지 겪고서야 겨우 ‘마산 음악관’ 마산 문관‘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당시 나는 시민단체 대표로 토론회에 참가했기 때문에 그 때의 상황을 잘 안다. 당시 나는 이은상 문학관 조두남 음악관으로 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이다. 또 어떤 이는 ‘내고향 남쪽바다’ 문학관‘으로 하자는 주장도 나오기도 했다. 조두남의 행적은 물론 이은상도 일제가 세운 허수아비 정권인 만주국의 기관지 <만선일보>에 재직한 일이며, 친일 월간지 <조광>의 주필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이승만을 비롯해 박정희, 전두환을 ’세계 속으로 발자국을 내 딛게 한 민족의 탁월한 영도자로 서술‘하는 등 친독재 찬양행적이 역력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을 폄하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마산은 3·15의거를 빼놓을 수 없고 이승만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저항의 도시, 정의감의 도시로 표현된다면 그를 마산의 상징으로 내놓을 수 없다는 얘기다.

토론의 주제는 ‘인간 이은상’과 ‘이은상의 작품’을 동일시(同一視)할 수 있느냐가 핵심 논쟁이었다. 마산 시민 다수가 원하면 ‘내 고향 남쪽 바다’와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게 마산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가치관의 문제를 ‘다수결의 원칙’에 적용시킬 수 없다는 의견차이로 토론이 계속됐다. 결국 ‘세계를 계급적 관점’에서 보지 않으면 진실을 볼 수 없다‘는 얘기를 꺼냈다가 나 혼자 집중 성토를 당하게 된 것이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문제에 대한 이해가 비슷해 시민운동을 함께 해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문제의 성격에 따라 인식의 폭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식이란 ’무지에서 지식으로, A 라는 지식에서 B 라는 더 심오한 지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전면적이고 객관적이며 더욱 완전한 진리를 향한 운동으로서 존재한다.’ 사회구조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현상에 대한 선입견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기존의 지식 범주를 벗어날 때 상대주의나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 받기를 꺼린다. 사회를 보는 기준이 인식의 차이로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시각차를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관념적인 인식을 하는 사람이 변증법적 인식을 하는 사람을 만나 하는 대화나 토론은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이 날도 ‘계급간의 이해가 다르다‘는 내 얘기에 ‘같은 회사에서 사장이 노력해 얻은 이익과 사원이 노력해 얻은 이익은 회사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이 크면 사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공생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차는 결국 계급적 관점에서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나의 주장은 ’대단히 문제가 있는 시각‘으로 성토를 당해야 했다.



변화란 ‘모순(矛盾)’이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모든 사물은 내부에 존재하는 내적 모순과 외부에 존재하는 외적 모순의 대립과 투쟁으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대립물의 투쟁과 통일의 법칙’이라는 변증법의 핵심이다. 물이 액체에서 기체, 기체에서 고체로 변화를 하는 이유는 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변화와 연관의 속성으로 현상이 달리 보이지 때문이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도 위치에 대한 모순의 변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자연에서 뿐만 아니다. 사회에서도 자본과 노동의 대립물의 투쟁과 통일 없이 사회변화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모순을 인정하는 사고 없이는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이은상은 싫지만 그의 작품은 좋다.’ 모윤숙은 싫지만 그의 작품은 좋다.’ ‘전두환은 밉지만 일해공원이 어때서...?’ 과연 그럴까? 이은상과 내고향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또 별개의 존재라 하더라도 내고향으로 우려먹고 사는 사람들이 지역의 토호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서는 진실을 볼 수 없다. 이은상은 빼고 내고향 남쪽바다만 인정하자는 것은 토호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비롯한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변증법적 시각이 없다면 ‘좋은 게 좋다’가 되고 말 것이다.

기득권자들의 논리는 그렇다. ‘이제 60년도 더 지난 얘긴데 그 얘길 꺼내 뭘 하겠는가? 국민화합 차원에서 용서하자.’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게 아니다. 당시의 그들이 변절하고 친일한 대가로 나라를 찾겠다는 사람들이 독립운동을 하다 죽고 병신이 되고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는데 ‘그런 얘길 지금 새삼스럽게 꺼내서 뭘 하겠느냐?’는 말로 독립운동가들의 고통과 상처가 아물게 되는가? 박근혜가 말하기를 ‘아버지가 하신 일 딸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말 한마디로 인혁당 사건으로 억울하게 죽은 8명이 다시 살아나는가? 그 가족의 한이 풀리겠는가? 어찌 인혁당 뿐이겠는가? 군대에서 의문사로, 독재에 저항하다 고문당하고 전두환을 탄생케 한 원인제공까지....학교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한 ‘이은상은 싫지만 그의 작품은 좋다.’는 논리는 계속될 것이다.


..............................................................


 바닥헌법책 보급운동에 함께 합시다 - 회원가입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손바닥헌법책을 구입하실 분 여기를 클릭하세요 - 한 권에 500원으로 보급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사료와 함께 보는 한국 현대사 자료집'입니다. 전자책으로 나왔습니다.    

구매하러 가기 ==>> YES 24  알라딘,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교육을를꿈꾸다-☞. 구매하러 가기... 예스24, 알라딘, 북큐브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 구매하러 가기... 교보


생각비행이 발간한 1318시리즈 '묵자 이게 겸애(兼愛)다'(생각비행) -  구매하기 YES 24, 알라딘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얼마전 갔던 윤이상 기념관이 2010년 만들어지고 7년간이나 "도천테마파크"로이름 붙여져 있다가
    2017년에 제 이름을찾았습니다.
    이름은 붙이되 평가는 정확하게 해야 하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019.08.20 06: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학교에서 철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 이상 엉뚱한 논리의 주의주장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2019.08.20 15: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철학의 중요성...다시금 느끼게 되네요.

    잘 보고가요^^

    2019.08.20 23: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교사관련자료/교사2017. 6. 14. 06:50


분노는 사랑의 다른 표현입니다. 불의를 보고 외면하지 않고 분노한다는 것... 관심이 없는, 사랑이 없는 사람의 마음에는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제자들을 사랑하는 교사들만이 그런 용기가 생겨나는게 아닐까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이 교육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면 자기희생을 각오하고 저항하는 게 옳을까요? 아니면 좋은게 좋다거나 시간이 지나면 바뀔 것이라고 체념하고 적응하는 사람이 옳을까요? 자기희생을 각오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것은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게 교육자로서의 자세가 아닐까요?

교직에 몸 담은지 이제 겨우 10년차 교사가 책을 펴냈습니다. 그것도 학교에는 왜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생각비행)라는 교직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도전적(?)인 책을...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교직생활 겨우 10년차인 이 젊은 선생님의 눈에 비친 현실을 왜 다른 선생님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안 보인게 아니라 보고도 모른체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저자 김현희선생님의 눈에 비친 이상한 선생은 어떤 교사였을까요? 감정기복이 너무 심해 학생들과 동료교사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교사, 제자들을 편애하는 교사, 정서장애가 아닌가 할 정도로 자기감정을 주체 하지 못하는 교사, 권력에 취한 관리자.... 돈을 밝히고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권과 권위를 구별 못하는.. 권위에 순종하고 따르는... 그런 교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교사라고 다 완벽한 인격자일 수 없습니다. 인간적이든, 정서적이든 조금씩은 다 자기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결함이란 직장에서 집단생활을 통해 승화되고 성숙해지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정작 교사를 품고 있는 학교라는 교직사회의 환경, 그 환경이 어떤 분위기인가, 또는 교사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기관에서는 문제가 없는지... 그런 눈으로 보지 않으면 학교사회의 병폐는 교사 개인의 잘못만이 부각되어 책임을 떠맡게 되는 것입니다.

보통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모순을 얘기하면 직장을 망치려는 상종 못할 인간으로 매도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그 모순을 덮고 감추는게 그 직장을 망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모순을 개선하겠다는 용기 있는 사람만이 그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똑똑한 선생님... 학생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깨우쳐 주는 안내자인가 아니면 자기가 맡고 있는 제자들의 삶을 안내하는 인격자인가에 따라 교사의 역할은 크게 달라집니다.

이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도 없지만 완벽한 사회도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직장이든 교직사회든 그 사회는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구성원들이 적응방식이 달라 질 수 있습니다. 교직사회는 구성원인 교사의 정체성도 문제지만 그 사회의 정체성 즉 학교가 교육하는 곳인가 아니면 학생 개인을 좋은 학교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인가의 여부에 따라 교사들의 정체성도 교직사회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혹은 자기중심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가 아니면 이해관계로 세상을 보는가의 차이입니다. 똑 같은 학교사회를 보더라도 내 자식같은 제자라는 눈으로 혹은 삶의 안내자라는 눈으로 보는 현실은 똑같이 보일 수 없습니다. 학교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승진문제, 관료제의 문제, 지식으로 서열매기는 성적지상주의, 교과서 특히 도덕과 같은 교과서문제, 학교운영위원회며 학교급식문제 등등... 솔직히 학교사회는 문제 아닌게 없을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교직사회의 구성원들이 그 사회의 모순된 현실에 적응하고 동화되어 타협하는가 아니면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저항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그 사회는 크게 달라집니다. 교총과 같이 현실과 타협하고 순종하기를 강조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전교조와 같이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불의를 보고 저항하려는 교육단체도 있습니다. 어떤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가에 따라 본인은 물론 교직사회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우리는 권력에 취한 정치인들이 교육계를 권력유지를 위한 도구로 이용해 왔습니다

식민지 종주국인 일본이 그랬고 독재자들, 유신정부가 그랬습니다. ‘교육은 중립적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로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침묵을 강요해 왔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문제지만 그 모순에 저항하려는 용기 있는 선생님의 분노로 풀어낸 책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들이 많은가?’를 읽으면 학교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생겨날 것입니다. 자녀를 학교에 맡기는 엄마들과 선생님들에게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사료와 함께 보는 한국 현대사

제가 쓴 '한국 현대사 자료집'입니다. 전자책으로 나왔습니다.


구매하러 가기 ==>> 교보문고,  YES 24  알라딘,  반디앤루이스, 리디북스,  북큐브

손바닥헌법책 보급운동에 함께 합시다 - '헌법대로 하라!!! 헌법대로 살자!!!' ==>>동참하러가기

손바닥헌법책 선물하기 운동 ==>>동참하러 가기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공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 구매하러 가기... 교보문고yes24, 알라딘,  인터파크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사랑으로 되살아 나는 교육을 꿈꾸다'  

☞. 전자책 (eBOOK) 구매하러 가기...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북큐브

 

2011년 8월 22일 열린 첫 공판 이래 7년째 재판을 방청, 기록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가  57명의 증언자의 증언을 중심으로 엮은 800여쪽의 기록입니다.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구매 -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클릭하시면 구매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용기있는 선생님이시로군요
    이런분이 많아져야 합니다

    2017.06.14 09: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들이 많은가?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7.06.14 10: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대단하신 선생님이시네요.
    제일 변화지 않는 학교...
    정말 변화가 필요합니다.ㅎㅎ

    2017.06.14 10: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교사가 바른 사람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외국에서도 이런 논란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교사가 인격적으로 성숙된 인간이 되기 전에 교직을 시작하기 때문에 교사가 전인적인 교육을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학생들이 교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20대에 교사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많은 성찰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요?

    2017.06.14 18: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솔직히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이상한 선생님들이 많았습죠.
    그땐 교사나 학생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소양이 부족한 시대였으니까요.
    그래도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나아지겠죠.

    2017.06.15 06: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정치2011. 5. 7. 05:00



“청주에 이사를 왔는데 모충동이라는 동네가 있더군요. 애국지사를 추모하는 사적이 있는가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한번은 모충사라는 사당이 있다는 걸 알고 알아 봤더니 동학농민군에게 희생당한 관군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사당이더군요. 사당이야 사적으로 역사적인 보존의 가치가 있지만 모충동(慕忠洞)이라는 동명이 그대로 있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청주시청에 전화를 했더니 “그렇다면 장충당공원도 이름은 바꿔야하지 않습니까?”하는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장충당의 뜻과 동학도를 가해한 관군을 추모하는 모충이 같은 뜻인가요? 그렇다면 동네이름을 이완용동(洞), 최남선로(路)라고 바꾸어도 괜찮겠네요?” 했더니 자신은 잘 모르겠단다.

시민운동을 하시는 분을 소개받아 1996~7년도에 주민들에게 이름을 바꾸자는 설문조사를 한 일이 있었고, 당시 일부시민들과 관청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 현재까지 동네 이름을 ‘모충동’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논리학에서 모순(矛盾)이란 두 개의 명제가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혁명이 긍정되기 위해서는 반혁명은 부정되어야 옳다. ‘모순(矛盾)’과 ‘반대관계’는 다르다. 의미가 상반되면서 중간에 다른 외연의 개입이 불가능할 경우를 ‘모순관계’(있다/없다)라 하며, 의미가 상반되면서 중간에 다른 외연의 개입이 가능할 경우 '반대관계'(검정/흰색)라고 한다.

청주시내 모충동을 지나다 보니 모충사(慕忠祠)라는 곳이 있어 궁금해 올라갔더니 ‘헉~ 이게 웬 일...’ 모충동이라는 지명이 모충사에서 유래했다는 걸 알 게 되었다.


모충사(慕忠祠)를 보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모(그릴 慕)란 사모하다(思慕--) 뒤를 따르다, 생각하다, 높이다, 우러러 받들어 본받다...라는 뜻이요, 충(충성 忠)이란 충성 공평(公平), 정성(精誠), 공변되다'''란 뜻의 글자니까, 모충(慕忠)이란 충신의 업적을 기리는 사당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모충사(慕忠祠)란:

「1894년 동학농민전쟁 때 대전 방면에서 집결한
동학군을 해산시키기 위하여 충청병영의 영관(領官) 염도희(廉道希)가 교장(敎長) 박춘빈(朴春彬)과 대관(隊官) 이종구(李鍾九) 이하 70명의 병사를 이끌고 출진하였다가 청원군 강외면 지역에서 모두 전몰하였다. 이들 장졸들의 순절행적을 기리기 위하여 1894년 11월 전임목사 임택호(任澤鎬)가 남석교 밖에 모충단(慕忠壇)을 설치하였다.

1903년 안종환(安宗煥)의 건의로 순직한 장교의 증직과 모충단의 단호가 하사됨에 따라 당산에 단을 쌓고 제사하였으며, 그 뒤 기념비각도 건립하였다.
경내에 동학군 격퇴에 공이 컸던 병마절도사 홍재희(洪在羲)의 사적비가 있으며, 현재 모충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라고 설명해 놓았다.


동네이름을 ‘이완용동, 최남선 거리...’ 이렇게 지으면 동네사람들이 좋아할까? 서두에서 잠간 언급했지만 4·19가 긍정되기 위해서는 이승만정부는 부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혁명으로 명명(命名)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동학이 혁명이기 위해서는 혁명군을 학살한 관군은 가해자가 되는 게 맞다. 그런 사실(事實)이야 사적으로 보존하는 게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그런데 동네 이름까지 그대로 두고 기념한다는 것은 역사의식이 있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거부하는 게 맞지 않을까?

백과사전에 보면 모충사라는 곳이 몇군데 있다. 제주도의 모충사는 한말 의병들과 항일 투쟁가 및 김만덕의 넋을 기리고자, 내외도민 17만여 명이 성금을 모아 사라봉 기슭에 세운 사당이다. 또 하나. 여주에 있는 모충사는 조선 전기의 문신 조계상(曺繼商)과 그의 5세손이자 문신인 조한영(曺漢英)의 불지전사판(不之典祠版)을 모시기 위해 임진왜란 때 후손 조경인(曺景仁)이 낙향해 세웠고 전라북도 정읍시에 있는 모충사 등은 개인이나 지역에 공이 있는 분들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그러나 청주의 모충사는 성격이 다르다.


부정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부정은 부정되어야 한다. 동학이 혁명이기 위해서는 관군은 충신일 수 없다. 동학도 긍정되고 관군도 긍정되는 역사란 멍청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청주시내 수많은 학교에서 모충사(慕忠祠)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모든 사실(事實)은 사실(史實)이 아니다. 사실(史實)이란 가치 있는 역사다. 사실(事實)을 살아 있는 역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없는한 역사는 사실(史實)일뿐이다. 동학혁명의 격전지이기도 했던 청주에 모충이 동명(洞名)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관공서는 참 안일합니다.
    사실 일을 만들면 골치아프니
    그냥 구렁이 담넘어 가듯...
    언젠가는 바뀌어야 하겠네요. 모충동..

    2011.05.07 06: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1.05.07 06:54 [ ADDR : EDIT/ DEL : REPLY ]
    • 선생님 덕분에 여러가지 배웁니다.
      한참 끙끙대다가 사진을 키우기는 했습니다만...

      트윗에는
      여기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그쪽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닌지요?
      잘 몰라서요.

      2011.05.07 16:31 신고 [ ADDR : EDIT/ DEL ]
    • 블로그 글이 자동으로 가기도 하지만
      선생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140자 이내로 요약하셔서 직접 트윗에 올리셔도 됩니다.

      2011.05.07 17:47 신고 [ ADDR : EDIT/ DEL ]
  4. 어머~ 하루빨리 정정해야겠네요..
    참 안타까워요..

    2011.05.07 07: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잘 읽고 갑니다.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1.05.07 07: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

    2011.05.07 08: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동학농민군이 반란자라면 그들은 충신, 완전 거꾸되었군요. 동학란이 아니라 동학농민전쟁이지요.

    2011.05.07 08:34 [ ADDR : EDIT/ DEL : REPLY ]
  8.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의식을 배우고 깨닫는 것에 크게 소흘한 작금의 교육 현실인것 같습니다

    2011.05.07 08: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오늘도 좋은글이시네요^^
    날씨가 꽤 우중충한 날인데 잘 보내시길 바랄께요^^

    2011.05.07 09:04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야인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허걱'이네요. '모충'초교를 졸업하였다는 것이 정말 '헐'입니다. 하루 빨리 동명을 새로운 것으로 개명하여 '모순'을 극복하여야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2011.05.07 09:31 [ ADDR : EDIT/ DEL : REPLY ]
  11. 신록둥이

    참 어이없는 일이군요.
    동학도 관군도 긍정되는 역사라.....
    바로 잡아야하겠습니다.

    2011.05.07 09:52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아직도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 이러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1.05.07 11: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한국사 책을 읽히며
    이 부분에 대해 애들에게 몇 번씩이나 강조해서 알려줬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대통령 고향이 일본이나 북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1.05.07 11:36 [ ADDR : EDIT/ DEL : REPLY ]
  14. 늘푸른나라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탁사행정이라...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1.05.07 12:04 [ ADDR : EDIT/ DEL : REPLY ]
  15. 감사히 보고 가요.
    행복과 사랑이 충만한 휴일 가지세요.

    2011.05.07 13: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제대로 된 사실조차 이토록 잘못 전해지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역사만큼은 제대로 교육해야 할 것 같아요.
    어서 빨리 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1.05.07 13: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부드런남자

    사실 울나라는 신라(지금의경상도)때 당나라 군대끌여들여 백제.고구려 멸망시킨이후부터 민족고유의 자존감을

    엃어버렷다. 동학혁명도 농민 즉 힘없는 민초들이 못살겠다고 일어선 시민혁명!!이었다. 이때도 우리지배계층

    등른 청나라/러시아/중국 등등 각기 지들이 밑닦아주던 나라들의 군대(무력)를 울나라땅에 들여와서 우리나라

    의 백성들 즉 민초들을 사살하였다. 이런일이 또 아니 일어나란 법없다. 지금 시민들 궐기하면 핵미사일이라도 끌여들여와 날릴지도..

    2011.05.07 15:04 [ ADDR : EDIT/ DEL : REPLY ]
  18. 참 아이러니 합니다~ 휴일 잘보내고 계신지요?

    2011.05.07 15:37 [ ADDR : EDIT/ DEL : REPLY ]
  19. 우리나라의 역사는 참 아리러니합니다. 모순에 모순이 이어져 진실로 변해가고 있죠.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2011.05.07 17: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그렇군요,,
    제생각에는 사회 구석구석에 이런 모순들이 아직도
    많은것 같습니다. 신경써야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2011.05.07 21:07 [ ADDR : EDIT/ DEL : REPLY ]
  21. 정말 바껴야겠네요..
    얼른 바로 잡힐 수 있길 바랍니다!!

    2011.05.08 01: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