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독서모임에 발제를 하러 갔을 때 일이다. 참가자들에게 ‘철학이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했더니 정확하게 철학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감각주의 가치관이 판을 치는 세상에 공부를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 모두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이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아마 갑자기 한 질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초등학교에서부터 도덕은 가르치지만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 철학 없이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 삶일까?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는 누구인지, 사람이 왜 사는지, 사랑이 무엇이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교육이며 종교며 역사가 무엇인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곧 세계관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자아관이요,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이 인생관이다. 역사가 무엇인지... 역사관이요, 종교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종교관이다. 이렇게 자아관, 인생관, 역사관, 종교관, 여성관...을 세계관이라하고 세계관의 다른 이름이 곧 철학이다.

 

 

 

철학이란 나를 아는 것이요, 삶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요, 인생을 아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역사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철학이다. 사람이란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철학이 없으면 방향감각을 잃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 아무리 박학다식한 학문과 심오한 이론으로 가득 차 있어도 그런 지식을 어떻게 이용해야할 지 모른다면 그런 사람의 머릿속에 든 지식이 어떻게 쓰일까? 철학 없는 지식은 위험한 칼과 같이 불순한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학교는 왜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가? 일제시대 교육의 목적은 ‘황국신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일제가 가장 경계했던 건 조선 사람들이 똑똑해지는 것이었다. 교육을 받은 조선 사람이 시비를 가릴 줄 알고 판단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식민지 종주국으로서 가장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민족의식을 가진 조선 사람을 양성한다는 것은 일본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호랑이 새끼를 꼴이나 진배없다.

 

해방 후의 교육은 어땠을까? 해방정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통털어 주도권을 잡은 사람들은 대부분 친일세력들이었다. 식민지시대 동족을 배신한 친일 세력들이 교육을 통해 민주의식을 가진 사람,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을 길러낸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자살꼴이다. 그들이 가르치고자 했던 인간상은 일제의 우민화교육과 다를 바 없는 착하기만 한 순종하는 인간이었다. 정통성이 결여된 정부는 ‘똑똑한 사람’보다 ‘순종하는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후 독재자들은 머리는 있고 가슴이 없는 인간을.... 민주주의는 배워도 실천과는 거리가 먼 공허한 인간, 관념적인 인간을 길러냈던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면 철학을 가르치지 않을 리 없다. 아무리 국력이 강해도 나와 가족과 민족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없는 인간을 길러놓는다면 그런 사람들의 삶이란 극단적인이기주의 인간이나 향락적인 자본주의형 인간밖에 더 되겠는가?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게 보람 있게 사는 것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옳고 그르다는 것을 분별할 수 도 없는... 그런 걸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이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는 불문가지다.

 

해방 70년이 가까워오는 7차교육과정의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윤리교과서나 도덕 교과서는 어떨까?

 

도덕교과서의 단원을 보면 ‘Ⅰ. 인간과 자유. Ⅱ, 사회정의와 윤리, Ⅲ, 국가와 민족의 윤리 Ⅳ. 이상적인 삶’이렇게 4개 단원으로 나눠 ‘인간의 삶에 필요한 도덕규범과 예절을 익히고,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와 관련된 도덕문제를 주체적으로 성찰하고 실천하도록 가르친다’는게 교육목표다.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고등학교교육이 시험점수를 잘 받아 상급학교진학을 위한 과정이 된 현실에서 ‘지식 따로 실천 따로’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윤리와 사상’은 어떨까?

 

 

 

고등학교 ‘윤리사상’ 교과서에는 ‘Ⅰ. 동양과 한국윤리사상, Ⅱ, 서양윤리사상, Ⅲ, 사회사상,’ 단원이 전부다. 이런 내용을 배운 사람이 윤리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 특히 우리나라 사회지도층 인사들 중에는 왜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많은가? 유명대학을 나오고 학위를 받은 사람, 정치지도자들, 종교계 지도자들의 모습이 왜 그토록 부도덕한 지 알만하지 않은가?

 

철학이 없는 사람이 도덕적인 삶을 살기를 기대할 수 없다. 자아정체성도 없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자아존중감도,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인지에 대한 주체성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겠는가?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 철학은 없고 도덕만 가르치는 학교에 가슴 따뜻한 사람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  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